밀레니얼 경제

"시골집을 내 별장으로 가지면 안될까요?"

더 비비드 2024. 7. 19. 09:27
주말엔 농촌 별장에서 지내려고 했더니 안 된다네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내몰린 농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도시권 거주자가 농산어촌 주택을 별장으로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2021년 개정돈 농지법으로 농지 거래가 막히면서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5월 개정된 농지법을 보면 도시민이 농촌에서 주말농장이나 별장 목적으로 주택으로 사들이는 일이 어려워졌다. /게티

◇멀어진 주말농장, 별장의 꿈

작년 5월 개정된 농지법을 보면 도시민이 농촌에서 주말농장이나 별장 목적으로 주택으로 사들이는 일이 어려워졌다. 우량 농지(농지가 모여 있어 기계 농업이 가능한 농지)에 해당하는 농업진흥지역 내에서 주말 농장 목적의 농지 취득을 금지하는 게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농업진흥지역 이외 지역에서 주말 농장을 하려 해도 직업과 영농 경력 등을 포함한 영농 계획서를 내야 한다. 귀농을 하려면 10~20명으로 구성된 지역 농지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농지법 개정의 발단은 2021년 3월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 투기 사태였다. 당시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예정 지역 농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는 농지 투기를 막겠다며 농지법을 개정한 것이다.

농촌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 도시민 유입 없지는 농지를 받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더비비드

법 개정 이후 농지 거래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의 토지 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매매 거래된 농지(전·답)는 15만7739필지로 전년 동기(22만6828필지) 대비 30.4% 급감했다. 농지법 개정 이전인 2021년 같은 기간(29만1456필지)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농촌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 도시민 유입 없이는 농지를 받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농촌 고령층에선 농지가 노후 자금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금을 마련한 길이 막막해지면서 ‘랜드 푸어(땅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로 전락하고 있다. 농지를 못 팔아 금융권에서 담보를 잡히고 대출받는 경우까지 있다. 도시민들이 주말 농장과 귀농을 포기하면서 인구의 농촌 유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촌 인구 고령화가 심각해 도시민 유입 없지는 농지를 받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게티

◇농촌 주택에 한해서 다주택 규제 풀자는 주장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농촌 주택에 한해서 다주택 규제 풀어 도시민이 농촌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을 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농·산·어촌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을 풀어줘야 한다”며 “수도권 인구가 지방에 집을 갖도록 장려해서 일주일에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4도(都) 3촌(村)’으로 사람들이 농촌에서 생활하고 소비하는 시간을 늘려 농촌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농어촌 주택에 대해 세제 혜택은 존재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1주택자가 3억원 이하 농어촌 주택이나 고향 주택을 취득할 경우, 이전 주택을 매도할 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를 일부 면제해 주는 특례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적용 요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농어촌 주택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도 농어촌주택에 대해 세제혜택은 존재하나,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더비비드

농어촌 주택이나 고향 주택을 취득하기 전에 일반 주택을 갖고 있던 사람만 특례 대상이 된다. 농어촌 주택을 갖고 있던 사람이 재테크 등 목적으로 서울에 집을 사는 경우는 특례 대상이 안되는 것이다. 도시에 있는 기존 주택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인 12억원을 넘기는 경우에도 초과분에 대해 과세가 이뤄진다.

일각에선 농지로 용도가 엄격히 묶여있는 땅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량 농지는 생산성을 높이면서 보전할 필요가 있지만, 휴경지나 농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땅은 다른 용도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전면적인 해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많다. 지방 부동산 가격 불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