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차 뚜렷한 부동산 경기 전망
올해 2분기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회복하는 등 분양시장이 바닥을 탈출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제외한 지방에선 위축된 주택 경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라 양극화는 여전하다.
◇서울 49.5대1, 지방은 미달…청약 온도 차 뚜렷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분기별 평균 청약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대1로, 1분기(5.1대1)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전국 분양 단지 중 1·2순위 내에 청약 마감에 성공한 단지 비율도 47.2%로 작년 2분기(69.7%) 이후 가장 높았다.
청약경쟁률이 상승한 것은 1·3대책에 따른 규제 완화 영향으로 저가점자, 유주택자 등 청약 수요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분양시장 매수심리도 개선됐다. 더욱이 인건비, 자잿값 인상 등으로 분양가 상승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둘러 청약에 나서려는 인식이 확산한 것도 경쟁률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서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9.5대 1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분기(57대1)보다 분양물량이 늘어나 수요가 분산되면서 경쟁률은 소폭 하락했으나, 양호한 입지와 적정가격 수준을 갖춘 정비사업 공급단지에 청약대기자가 몰리며 서울 쏠림 현상이 계속됐다.
수도권은 분양권 거래 가격도 오르고 있다. ‘더샵송도센터니얼’ 84㎡는 지난 2월만 해도 분양가(7억9000만원)보다 낮은 7억4039만원에 거래됐지만 5월에는 8억4413만원에 팔렸다.
또 충북(36.3대1)은 청주시 공공택지인 테크노폴리스 분양단지의 청약 성적이 좋았고, 경기(9.7대1)와 인천(9.3대1)은 광역도로계획, GTX노선 신설 등 서울 접근성이 기대되는 교통호재를 갖춘 단지가 경쟁률이 높았다.
반면 개발 호재와 수요가 뒷받침되는 일부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 도시는 적체된 미분양 해소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위축된 분양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1152가구), 대구(34가구), 울산(193가구), 제주(136가구), 경남(45가구)에서 공급한 분양 단지는 경쟁률이 1대1에 미치지 못했다. 분양 물량도 5개 시도를 합쳐 1560가구에 불과했지만 매수세가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망 양극화
그동안 아파트 분양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주택 사업자들의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 사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11.3포인트 오른 102.7을 기록해 작년 5월(102.9) 이후 14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주택 사업자 입장에서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분양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응답이 ‘부정적’ 전망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은 지난달 대비 10.3포인트 상승한 116.2를 기록했고, 인천(92.0)과 경기(100.0)도 전월보다 상승했다.
지방은 긍정 전망이 지난달보다 늘긴 했으나, 여전히 100 아래였다. 지방 광역시는 12.3포인트 오른 93.7, 기타 지방은 16.8포인트 오른 98.3으로 각각 집계됐다. 세종은 지난달 대비 15.4p 하락한 76.9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하락 전망을 보였다. 이에 따라 7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14.3포인트 오른 97.5를 기록했다. 주산연은 “정부의 활성화 대책과 함께 사업자가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할인 분양에 나서면서 수도권 청약 경쟁률이 개선됐고, 분양 시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달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4.6포인트 올라 117.7을 기록했다. 이 지수도 100 이상이면 분양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주산연은 “건설 원가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청약 경쟁률과 분양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며 “경기 부진과 자금 조달 어려움, 미분양 리스크 등으로 분양 시기를 미뤄왔던 사업자들이 다시 분양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분양 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분양물량 전망지수도 10.6p 상승한 95.2로 지난해 6월 이후 90선을 회복했고, 미분양물량 전망은 전월 대비 0.1p 감소한 98.4로 전망됐다.
청약 흥행에 실패했던 아파트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작년 9월 분양을 시작해 올 1분기까지만 해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는 최근 일부 소형 평형을 제외하고는 계약이 마무리됐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시작 때와 비교해 주변 집값이 많이 회복됐고, 이후 분양된 다른 아파트들이 높은 공사비 때문에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하면서 5월부터 분양권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 남부 지역에선 평당 3000만원이 더 이상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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