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전고점 대비 93%, 평균 못미친 노도강
금리 인상 충격으로 지난해 하반기 급락했던 집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은 반등 속도가 더뎌 양극화가 뚜렷하다.
◇강남구 아파트값 93% 회복
부동산R114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 거래된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면적별 최고·최저 실거래가를 추출해 2021년 하반기와 작년 상반기 사이 거래됐던 최고가와 비교한 결과, 최대 19.1% 떨어졌다가 지금은 고점의 87% 수준까지 회복됐다. 최고 12억2566만원이던 평균 아파트값이 작년 하반기 9억9158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올 상반기 반등해 다시 10억7147만원이 됐다.
강남구는 최근 거래 가격이 23억3110만원으로 2년 전 최고가(25억1898만원)의 93%로 집계됐고, 서초구(23억782만원)도 최고가의 90%까지 회복됐다. 용산구 역시 전고점의 94%까지 올라 시세 회복이 가장 빨랐다.
꽁꽁 얼어붙었던 경매 시장에서도 강남 재건축 매물 중심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 경·공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4차’ 전용면적 118㎡ 아파트가 55억2799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44억3000만원)보다 25%나 더 비싸다. 2위와 3위 입찰자도 51억원 이상을 써냈다. 최근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0~80% 선이었는데, 눈에 띄는 수치다. 단지 같은 평형 매물이 48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 낙찰 가격이 매도 호가보다도 7억원 이상 비싸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면적 74㎡의 경우 지난달 1일 27억795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달 실거래가인 26억3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강남구 청담동 ‘대우유로카운티’ 전용 122㎡도 직전 최고가인 22억2000만원보다 3억원 비싼 25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5월에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경매에 응찰자 45명이 몰린 끝에 26억5288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같은 평형의 비슷한 매물이 24억5000만원에 나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도 호가보다 2억원을 더 얹어줬다는 의미다.
경매 시장에서 강남 재건축 매물이 인기인 이유로 ‘실거주 의무 면제’가 꼽힌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집을 사면 2년 이상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매 물건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은 28.3%로 전월(24.8%)보다 3.5%포인트 올랐고, 낙찰가율은 80.9%로 전달(81.1%)에 이어 두 달 연속 80%를 웃돌았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낙찰률은 34.3%로, 기타 22구(26.6%)보다 7.7%포인트 높았다. 낙찰가율도 85.2%로 기타 지역(78.4%)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 이외 지역은 글쎄…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반등하는 모양새이지만 지역별로 반등 속도 편차는 있다. 강남·서초·용산 등 고가 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은 최고가의 90%대까지 집값이 회복된 반면, 강북은 아직 고점 대비 80%대 초·중반에 그치고 있다.
노원·도봉·강북은 각각 최근 거래가가 최고의 83% 수준이고, 동대문구(84%), 중랑구(85%) 등은 집값이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서울 평균에 못 미친다. 작년 상반기까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금지됐던 영향으로 중저가 아파트의 대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집값 하락 폭이 컸고 수요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경매 시장에서도 노도강은 강남권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노도강은 6월 아파트 경매 물건 25건 가운데 단 4건(16.6%)만 낙찰됐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전용 41.3㎡은 올해 3월 첫 경매 당시 5억6800만원 감정가로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의 유찰 끝에 6월 감정가 대비 40% 하락한 3억 6350만 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응찰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10억 1300만 원에 감정가가 책정된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 전용 84.9㎡ 역시 5월 처음 유찰된 데 이어 지난달 8억 1000만 원에 시작한 경매에서도 응찰자를 찾지 못했다. 법원 경매에서는 한 번 유찰되면 경매 시작가가 20~30% 낮아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가 안정되고 주택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진 강남권과 이외 지역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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