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1만원 대 콘드로이친으로 시장 파란, 대박 난 30대

구매대행·사입 거쳐 내 제품 개발한 아이틴즈 이성범 대표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이성범 아이틴즈 대표. 건강식품 활력포션 프로테오글리칸 정을 들고 있다. /더비비드

“이제 사업은 그만하고, 직장을 가져보는 건 어떻겠니?”

어머니의 걱정 어린 잔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유튜브에 ‘돈 버는 법’을 검색했다. ‘구매대행’을 권하는 여러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차렸고, 자리에 앉아서 클릭 몇 번으로 월 5000만원의 매출이 났다.

이성범 아이틴즈 대표(33)는 구매대행, 사입을 거쳐 자신만의 브랜드 ‘활력포션’을 만들었다. 관절이 약한 어르신을 타깃으로 ‘프로테오 글리칸 콘드로이친’ 등의 건강식품을 판매한다. 이 대표를 만나 무릎을 ‘탁’ 치는 아이디어 찾는 법을 들었다.

◇소와 연어에서 추출한 연골 성분

활력포션 프로테오글리칸 정. 한 통에 600mg짜리 60정이 들어있다. /더비비드

활력포션 프로테오글리칸 정은 600mg짜리 60정으로 이루어진 건강식품이다. 관절 연골의 주요 구성 성분인 프로테오글리칸을 비롯한 콘드로이친, 히알루론산, 글루코사민 등이 들어있다. 이 대표는 “프로테오글리칸은 연어 4만7619마리에서 단 1kg만 얻을 수 있는 희소 성분”이라고 했다. 콘드로이친은 소 연골에서 추출했다. 그는 “소 연골은 인간과 분자구조가 유사해 상어연골 기반의 콘드로이친보다 흡수율이 4배 빠르다”고 했다.

주요 성분 모두 안전 인증을 받았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생산한다. 뉴질랜드의 유명 특산물인 초록 잎 홍합, 한의학에서 약으로 쓰는 구절초, 영양소가 풍부한 유향 나무 수액 보스웰리아, 연골 성분을 생성하는 아세틸글루코사민 등 연골에 좋은 4가지 부원료를 담았다. 하루 1정을 물과 함께 삼키거나 씹어서 섭취하면 된다.

◇꿈꾸던 창업의 길

어릴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대학생 때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비비드

고등학교 2학년, 사업가를 꿈꿨다.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다. “부모님께도 ‘나중에 크면 사업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으셨어요. 결국 부모님의 뜻에 따라 사범대 계열로 전공을 정해 충남대 전기전자통신공학교육과로 진학했습니다.”

3학년까지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하다 문득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띄었다. 교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관련 부서로 문의했지만 학부생이 아닌 석박사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군요. 대신 창조경제혁신센터, 이노폴리스캠퍼스 등을 소개받았습니다. 그곳에서 강연을 듣고 멘토링을 받으면서 창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익혔죠.”

이성범 대표가 '충전기 겸용 보조배터리'로 창업했던 아이템의 스케치와 목업 모습. /이성범 대표 제공

꿈만 꾸던 일에 직접 뛰어들 기회가 주어졌다. 2018년 스마트창작터라는 이름의 정부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충전기 겸용 보조배터리란 아이템이었어요. 220V 돼지코와 USB 연결부를 결합한 형태였죠. 한 손에 들어오는 제품이라는 뜻으로 영어 ‘이것(it)’과 ‘안에(in)’란 단어를 합쳐 ‘아이틴(Itin)’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사업자도 등록했죠. 2차례에 걸친 면접과 발표 끝에 지원금 약 3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디자인을 몇 번 갈아엎고 인증 절차를 찾아보는 사이에 지원금을 다 써버렸습니다. 새 아이템을 물색했어요. 야구 분석 시스템을 컴퓨터 게임으로 가져온 소프트웨어 ‘이그랩스’, 개인 카페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할 때마다 광고 창이 뜨도록 하는 시스템 등을 고안했지만 여의찮았어요. 늘 개인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시기에 멈췄습니다. 더 도전할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아이틴즈 창업노트

프로테오글리칸의 역할을 나타내는 그림. /조선DB

1. 손품 팔아서 월 매출 5000만원 달성하기

막연히 유튜브에 ‘돈 버는 법’을 검색했다. 신사임당을 비롯한 유명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구매대행’을 접했다. “구매대행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징검다리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 받아 공장에 그 내용을 전달하는 일이었죠. 유통 단계 중 하나가 돼 마진을 남기며 돈을 벌었습니다. 운송비 등 비용을 제하고 나면 매출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30~35% 정도였죠.”

‘하나만 걸려라’는 심정으로 일했다. “구매대행에선 최대한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게 중요합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물건은 죄다 쇼핑몰에 올렸어요. 당시 쿠팡에만 10만개 이상의 제품을 등록했죠. 판매량 순으로 줄을 세운 다음 판매가 저조한 상품은 미련 없이 삭제했습니다. 뜻밖의 물건이 순위권에 올랐어요. 초보 유튜버를 위한 마이크 세트, 레이저 라벨기, 고추 파종기도 인기였죠. 월 매출은 최대 5000만원에 달했습니다.”

2. 구매대행과 사입, 비슷하면서도 다른 접근법 파악은 필수

활력포션 프로테오글리칸 정. 이성범 아이틴즈 대표는 구매대행, 사입 등을 하다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더비비드

구매대행은 유행이 빠르게 바뀐다. 지난주에 잘 팔리던 상품이 이번 주엔 외면받을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입’으로 눈을 돌렸다. 본래 ‘사입’은 구매대행을 뜻하는 일어식 한자 표현이지만, 온라인 쇼핑몰이 늘어난 요즘엔 통상 다른 의미로 쓰인다. “사입은 생산자에게 대량으로 물건을 미리 산 다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시험 삼아 100만~200만원어치를 사들였어요. 동시에 구매대행 판매 품목을 빠르게 줄였습니다.”

너무 급했다. 사입했던 제품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고, 구매대행 비중이 줄자 매출이 급감했다. “사입 품목을 정할 때 신중하지 못했던 게 패인이었어요. 사입은 구매대행과 달리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다양한 물건을 등록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수요를 예측해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죠.”

제품군을 좁혀보기로 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인테리어 소품에 주목했다. “비누 받침대 등 인테리어 소품을 쇼핑몰에 등록했더니 기대했던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3년 전 등록했던 그 제품은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다만 사입에도 한계가 있었다. “어떤 물건을 팔 때는 잘 팔리는 키워드를 찾아 제품명을 정하는 등 사전 작업이 필요한데요. 애써 이런 마케팅을 다 해놨더니 다른 판매자가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올리더군요. 첨엔 출혈경쟁인 줄 알면서도 가격을 내렸어요.”

3. 건강식품을 만든다면 새 기능성 원료를 찾아라

활력포션 프로테오글리칸 정을 생산하는 제조공장 모습. /이성범 대표 제공

빠르게 변하는 유행 키워드, 거듭된 출혈경쟁 등은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상표가 너무 간절해졌습니다. 내 브랜드, 나만의 제품을 판매하고 싶었습니다.”

카테고리를 정해야 했다. 당장 1, 2년만 유행하는 게 아니라 10년, 20년 장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품목이어야만 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게 ‘건강식품’이었습니다. 고령화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요. 건강식품 쪽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건강식품 시장을 들여다보니 다 같은 제품이 아니었다. “대단한 영양성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롭게 발견된 원료라든가,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마케팅 공식에 따라 뜨는 건강식품이 있어요. 힌트는 홈쇼핑 편성표에 있습니다. 홈쇼핑의 주 시청층이 건강식품의 타깃층인 중년 세대로 동일하기 때문이죠. 요즘 뜨는, 앞으로 뜰 건강식품을 확인할 수 있어요.”

4.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전략

활력포션 프로테오글리칸 정의 제형. 프로테오글리칸은 콘드로이친, 히알루론산, 글루코사민 등으로 구성된 원료다. /더비비드

겨울철마다 콕콕 쑤시는 무릎을 만지작거리다 무릎을 탁 쳤다. “나이가 들수록 관절 부위가 약해져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30대인 저도 벌써 아픈데 어르신들은 오죽할까요. 조사해보니 실제로 뼈와 뼈 사이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의 두께가 나이가 들수록 얇아진다고 하더군요. 연골의 구성성분을 찾아 건강식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개별 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은 ‘프로테오글리칸’에 주목했다. “프로테오글리칸은 콘드로이친, 히알루론산, 글루코사민 등으로 구성된 원료입니다. 콜라겐처럼 우리 몸의 연골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죠. 프로테오글리칸은 연어 4만7619마리에서 단 1㎏만 얻을 수 있습니다. 소 연골의 콘드로이친은 한 마리에서 2%만 추출할 수 있죠. 연어와 소에서 얻은 성분을 주원료로 삼고 구절초, 보스웰리아, 초록잎홍합, 아세틸글루코사민 등 부원료를 추가했어요.”

2023년 여름 마침내 건강식품 ‘콘드로이친 프로테오글리칸 정’을 출시했다. “다른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약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원료로 만들었어요. 대기업처럼 수억원을 들여 임상시험을 하거나 연예인 광고를 쓸 수도 없어요. 다만 동일한 성분으로 저렴하게 만들어 대중들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뒀습니다.”

◇적은 수량이라도 완판은 완판

이성범 아이틴즈 대표는 대기업 제품과 같은 성분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고 자부한다. /더비비드

프로테오글리칸의 첫 발주량은 300개였다. 겨울을 지나며 완판했다. “너무 적은 수량이라 ‘완판’이란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네요. 며칠 전 500개 추가 주문을 넣어뒀습니다. 오는 2월까지 또 ‘완판’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작년 아이틴즈의 매출 9억원 중 프로테오글리칸으로 낸 매출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건강식품에 발을 들인 이상 계속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아이틴’으로 출발했던 창업을 ‘아이틴즈’란 이름으로 이어가고 있다. “아이틴에 복수형인 ‘s’를 붙였어요.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죠. 2024년엔 3개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 주목하고 있는 원료는 양춘사 추출물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전에 다이어트 관련 제품을 만들어보려고요.”

/이영지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