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사학과 입학 후 진로 고민
행정고시 실패 후 출판사 편집자 선택
출판 디자인 배우기 위해 폴리텍대 진학
청년실업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끝까지 공무원에 도전하는 청년이 많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으로 4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폴리텍대에서 적성을 찾아 출판사 편집자로 취업한 송영광(30)씨를 만났다. 취업하기까지 오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글이 좋았던 학창 시절
어릴 때부터 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부모님 영향으로 글을 좋아하기도 했고 책도 많이 읽어서 어려서 글과 친했어요. 막연히 글과 관련된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부모님은 또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일단은 공부가 우선이란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현재 송영광씨(왼쪽)와 서울대 졸업 당시 찍은 송영광씨
성적이 매우 우수했다. “대부분 내신 과목이 1등급이었어요. 평균 1.2등급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점수에 맞춰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인문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전공은 2학년 올라가면서 결정했는데요. 1학년 때 들은 교양과목 중 가장 재밌었던 국사를 선택했습니다.”
직업적으론 기자에 관심이 갔다. 어려서부터 생각했던 ‘글과 관련된 일’이다. “국사는 학문적인 관심이었고요. 직업적으론 역시 글과 관련된 일에 흥미가 계속 느껴졌습니다. 언론정보학과 수업을 찾아들으면서 잡지 동아리 기자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였죠.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 하고 기사도 많이 썼어요.”
◇4년 도전한 행정고시 실패
그런데 흥미가 계속 이어지진 못했다. “2년 정도 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열악한 환경이 힘들게 느껴졌고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커졌습니다.”
그렇게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행정고시를 보기로 했다. “공무원이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명예로운 일이죠. 4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 “23살부터 27살까지 4년 간 수험 생활을 했어요. 아침 8시부터 수업을 듣고 점심먹은 후 자정까지 공부했죠. 틀어박혀 책만 보면서 사람을 오랫동안 못 만나다 보니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송영광 씨
하지만 기대했던 합격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딱 3번 보고 떨어지면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세번째 떨어지니 오래 공부한 게 아쉬워서 한 번 더 봤습니다. 그런데도 붙지 못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고시 포기 후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생활비를 벌 목적이었습니다. 고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출판사에 들어가 7급과 9급 공무원 행정법 교재 수험서 만드는 일을 했죠.”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게 천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서 생각했던 글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요.”
아예 좀더 큰 출판사에 정식 취업을 했다. 경제학 교재 만드는 일을 맡아 1년 6개월을 일했다. 고시 공부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아는 내용이면 책을 만드는 게 더 수월합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남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교재를 만드는 일이라 굉장히 뿌듯하더라구요. 내가 손 본 원고가 교재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송영광씨와 출판편집디자인과 학생들과 찍은 모습
◇폴리텍대 들어가 편집 디자인 공부
아르바이트 기간을 합쳐서 출판사에서 일한지 2년을 넘어가자, 편집 디자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한국폴리텍대학 서울 강서캠퍼스를 알게됐다.
“원고를 작성해서 디자이너에게 넘기면 디자이너가 편집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만드는 일을 해요. 편집자가 디자인을 알면 그 협업이 원활해지죠. 인디자인(책을 만들 때 쓰는 프로그램), 포토샵, 일러스트 등 디자인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29살에 폴리텍대 출판편집디자인과 10개월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어떤 걸 배웠나요.
“가장 중요한 인디자인 수업을 집중적으로 들었습니다. 편집 레이아웃 기법 등을 세세하게 배울 수 있었죠. 출판 프로세스에 대한 총괄 수업, 현직 편집자들의 특강도 유익했어요. 책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프로젝트 실습수업도 있었습니다. 단행본, 잡지, 신문, 포스터, 광고물 등을 제작했죠. 180여 페이지의 원고 작성, 표지디자인, 내지디자인, 교정교열, 제작, 출판기념회 홍보물 제작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경험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송영광씨가 디자인한 북소리 표지 디자인(왼쪽)과 표지 디자인 실기능력 최우수상을 받는 모습
자격증을 취득하고 상도 받았다. “전자출판 기능사 자격증과 컴퓨터그래픽운용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디자인한 책 표지로 표지디자인실기 실무능력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폴리텍대 입학 전 강사 제의가 있어서 강사를 해볼까 생각도 있었는데요. 출판 디자인 수업을 마치고 나니 출판사 편집자를 계속 해야 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출판사 4곳 중 3곳 합격
졸업 후 출판사 4곳에 지원해 3곳에 합격했다. “4곳 중 3곳이 정말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요. 그 3곳에 모두 붙었습니다. 어딜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이 들었죠.”
고민 끝에 출판사 ‘사회평론’의 교양과학 부서에 입사해 편집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고 있다. “한 때 반짝하고 팔리는 여러 권의 책보다 꾸준히 팔리는 한 권의 스테디셀러를 만들자는 회사의 철학이 좋았어요. 편집자는 현 시대정신에 중요한 가치와 지식을 글에 담아 전달하는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제 노력이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송영광씨
-앞으로 목표는요.
“편집자는 한 분야만 하지 않아요. 경제, 과학, 철학 등 여러 부서를 돌면서 책을 만들죠. 최대한 많은 분야를 맡아 보면서 발전하고 싶어요. 10년이나 20년 뒤에는 종합출판사를 창업하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계속 좋을 책을 내면서,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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