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모기 날갯짓 소리로 암모기 쫓는 휴대용 전자기기
‘모기와 전쟁’ 벌이는 빌 게이츠 보고 영감
사기로 수억원 빚더미 올랐다가 재기 성공
유명 스타트업 CEO들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출신의 기술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창업을 꿈꾸다가도, 유명 CEO들의 약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창업이 꼭 좋은 학벌과 아이디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평균보다 떨어지는 스펙으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창업기를 소개하는 ‘나도 한다, 창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여러분들의 창업에 진짜 도움이 되는 피부에 와닿는 실전 교훈을 얻어 보십시오.
크게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티벨류랩 김춘명(41) 대표는 중국 사업으로 잘 나가다 사기를 당해 개인 회생까지 내몰렸다. 그러다 절치부심해 3년만에 소리로 모기를 쫓아내는 전자 기기로 재기에 성공했다. 김 대표를 직접 만나 재기 창업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중국에서 수십억 사기
티밸류랩은 소리를 통해 모기를 쫓아내는 휴대용 전자 모기퇴치기 ‘가디’(Guardy)를 만든다. 손목 밴드나 목걸이 형태로 돼 있다. “손이나 목에 차면 모기가 싫어하는 소리를 내서 몸 가까이 접근하지 않게 하는 기기입니다.” 개발 1년 만에 온라인몰등에서 7만 5000개 판매를 넘어섰고, 중국 등에 수출도 한다.
김춘명 티밸류랩 대표
김 대표는 가디를 만들기까지 먼 길을 돌았다. 대학 시절 온라인 오픈 마켓을 개설하며 처음 사업을 한 게 시작이다. “용돈 벌려고 작은 아버지가 하시던 옷 장사를 도운 게 계기였어요. 동대문에서 떼어 온 옷을 인터넷에 올려 팔아봤죠. 처음 3~4개월은 반응이 시원찮다가, 곧 자리 잡더니 한달 300만원 정도 수익이 나더라고요.”
2010년 본격적인 유통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확대했다. “중국에서 될만한 물건을 찾아 다니며 도소매를 했습니다. 국내로 들여와 도매상에게 대량으로 넘기고, 인터넷몰을 통해 소매 판매도 했죠. 캠핑 용품, 자전거용품, 양말 등 500가지 넘는 제품을 다뤘습니다.”
승승장구하다 2014년 큰 위기를 맞았다. 중국 업자로부터 수십억원 상당의 물건을 받기로 계약하고 대금을 지불했는데, 사기였던 것이다.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정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재산을 모두 압류당하고 집까지 팔았는데 결국 수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습니다.”
목걸이형 모기퇴치기 '가디'
◇알바하며 재기 노력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상황. 포기하지 않았다. “바닥까지 추락한 거죠. 그래도 빚 갚기 위해 낮에는 온라인 판매업체에서 일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결국 갚지 못했고 개인회생까지 받아야 했지만, 어쨌든 끝까지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버텨 다시 티벨류랩을 창업했다. 역시 유통업이었다. “제일 잘 알고 잘하는 분야니까요. 어렵게 대출받은 돈 30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는데 거절했다. “순수한 의도였을 수 있는데요. 중국에서 한 번 크게 사기를 당하고 보니, 사람 조심해야 하고 남에게 기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이가 다섯인데 제 자식들 먹고사는 데만 지장 없을 정도로만 벌자.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김춘명 대표
◇빌게이츠 연설에서 아이디어
조금씩 회복되면서 유통을 넘어 제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모기와 전쟁에 나섰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빌 게이츠가 전 세계 말라리아 창궐 지역 주민을 위해 거액을 내놓으며 퇴치 선언을 하더라고요. 모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저런 선언까지 나오나. 관심이 생겼죠. 살충제나 몸에 직접 뿌리기 찝찝한 모기 기피제 외에 다른 방식으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상품성이 있으면서 사회적 의미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방으로 전문가 찾아 다니며 자문을 얻었다. 모기 습성을 알게 됐다.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모기는 산란기에 있는 암놈입니다. 암놈은 산란기 때는 교미를 하지 않아 숫모기를 피하는데요. 숫모기의 날갯짓 소리를 듣고 도망간다더군요.”
손목 밴드형 모기 퇴치기 '가디'
숫모기 날갯짓 소리를 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있었다. 그런데 앱에서 나는 소리가 스마트폰의 스피커를 거치는 동안 실제 숫모기의 날갯짓 소리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모기를 쫓는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철판 진동시켜 나오는 소리로 모기 퇴치
아날로그로 하기로 했다. 바로 소리 내는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얇은 철판을 진동시켜서 숫모기의 날갯짓과 같은 주파수를 내는 기기 개발에 성공했다. 모기 많은 아파트 지하실을 돌며 성능을 테스트하니 확실히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소리를 내는 아날로그 방식이 주효했습니다. 소리에 왜곡이 없어서 산란기 암모기 퇴치 효과가 올라가는 거죠. 현재 모기 퇴치 효과는 70% 정도, 즉 몸에 달려드는 모기 10마리 중 7마리를 쫓아내는데요. 모기퇴치 제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름을 ‘가디’(Guardy)라 짓고 작년 3월 첫출시했다. 1년 간 국내 온라인몰 등에서 7만5000개 판매를 넘어섰고, 중국·태국 등 아시아와 멀리 콩고 등 아프리카에 수출도 했다. 중국에서 사기를 당했다가, 중국 수출로 재기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가디가 잘 되면서 지금은 자체 개발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목표는요.
“제가 만든 모기 퇴치기가 제3세계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기업 측면에선 빨리 연 매출 200억원 넘게 성장해 직원 많이 뽑고 싶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김승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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