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사 출신, 유통업에서 연이은 실패
독학으로 재봉 배워 방석 개발
쿨젤과 메모리폼 시원 방석 'SBA 우수 상품 선정'
유명 스타트업 CEO들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출신의 기술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창업을 꿈꾸다가도, 유명 CEO들의 약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창업이 꼭 좋은 학벌과 아이디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평균보다 떨어지는 스펙으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창업기를 소개하는 ‘나도 한다, 창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여러분들의 창업에 진짜 도움이 되는 피부에 와닿는 실전 교훈을 얻어 보십시오.
여름철에 오래 의자에 앉아있으면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엉덩이 피부에 땀띠, 종기 등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메모리폼과 수용성 쿨젤로 된 쿨방석을 개발해 한 달 5000만원 수입을 올리고 있는 김효진(60) J프로 대표를 만났다.
◇푹신하고 시원해 사계절 쓸 수 있는 방석
보통의 쿨방석은 매쉬, 대나무 등 소재로 돼 있다.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푹신한 느낌은 부족하다. 반면 메모리폼 방석은 푹신하지만 여름에 덥다. J프로의 ‘몽샤 쿨방석’은 고밀도 메모리폼과 수용성 쿨젤을 썼다. 푹신함과 시원함 둘 다 느낄 수 있다. “4cm 두께의 고밀도 메모리폼은 두꺼워서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쿨젤은 쿠션으로 전달되는 체온을 흡수하고 냉기를 발산하는 기능을 해서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여름은 쿨젤 쪽으로 앉고, 다른 계절은 뒤집어서 메모리폼 쪽으로 앉는 식으로 사계절 쓸 수 있습니다.”
김효진 J프로 대표
메모리폼과 쿨젤을 조합한 방식으로 서울산업진흥원(SBA) 우수상품으로 선정됐다.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김 대표는 “3월 처음 출시해 한달 1200개 이상을 판매해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7월부터 판매가 더 늘 전망”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그만두고 건어물 유통
김효진 대표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출신이다. 1987년 처음 사무실을 열었다. “재개발이 붐을 이루고 5대 신도시가 생길 때 개업했어요. 하루에만 10건 이상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400~500만원 번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부침이 컸다. 업계 부조리까지 목격하면서 회의감이 밀려왔다. “재개발이 확정되면 원주민은 입주권을 얻게 되는데요. 입주권을 사들여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중개인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익을 키우기 위해 각종 사문서 위조가 횡행했죠. 직업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결국 그만뒀습니다.”
중개소를 접고 건어물을 백화점에 유통하는 일을 시작했다. “건어물 유통사업을 하는 지인을 잠깐 도운 게 시작이었어요. 바쁜 백화점 행사 시즌에 건어물을 납품하면서 진열, 유통 수수료, 인건비 등 자금관리를 맡았는데요. 10일 정도 일을 하니 300만원 대 이익금이 나오더라고요. 수익이 쏠쏠하다고 느껴 유통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몽샤 쿨방석의 앞면은 하이드로 쿨젤과 뒤면은 메모리폼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업으로 하니 다른 게임이었다. 직접 현지조사를 하면서 발로 뛰며 유통을 배웠다. “유통구조를 전혀 모르고 시작한터라 건어물 산지조사부터 했습니다. 기장 미역, 완도 미역 등 지역 특산물을 양식하는 과정, 염장하는 과정을 직접 다니면서 공부했고 현지가를 분석해 도매 구입을 했어요. 내친 김에 공장도 세워서 대량으로 들여온 것을 포장해 저렴한 가격으로 백화점과 시장에 유통했어요. 하루 500~600만원까지 벌면서 사업이 번창했습니다.”
◇봉제 과정 독학해 방석 개발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곧 대형마트가 득세하면서 매출이 하락더니 인건비와 공장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제 또 뭘 해야 하나’ 고민할 때 접한 게 3D에어매쉬다. “봉제 공장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3D에어매쉬를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신축성이 상당히 좋아서 방석을 만들면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제품을 분석하고, 미싱 박음질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방석을 분해해서 제품 구성을 확인하고, 박음질 방법을 분석했습니다. 처음엔 미싱에 실을 꿰는 방법도 제대로 몰라 헤맸습니다. 공업용 미싱을 구매해 인터넷 검색으로 실 꿰는 법부터 배웠죠. 미싱 작동하는 법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지인을 찾아가 배웠습니다.”
방석을 만들고 있는 김효진 대표
기초 과정이 익숙해지자 남은 건 차별화된 제품 개발이었다. “2개의 에어매쉬를 겹쳐서 만든 제품이 없더라고요. 에어매쉬는 신축성이 있어서 두 개를 겹쳐서 만들면 쏠림현상이 생겨 마감이 이쁘게 안됐기 때문이죠. 열을 이용해 마감처리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군요. 섭씨 600도까지 올라가는 공업용 열풍기를 구매해 실험을 했더니 깔끔한 마감처리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에어매쉬 2개를 쓴 방석을 출시했습니다.”
◇ ‘막연히 되겠지’ 하면 백전 백패
3D에어매쉬 방석 판매 시작 후 ‘오래 앉으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후기가 올랐다. 오래 사용해도 폭신하게 만들 수 없을까. 고민 끝에 떠올린 아이디어가 메모리폼이다. 하지만 여름에 덥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 적용한 게 쿨젤이에요. 베개에 사용된 적은 있지만 방석에 쓴 적은 없더군요. 메모리폼과 쿨젤을 조합해 차별화된 방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메모리폼과 쿨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겉면 원단을 찾는 게 문제였다. “메모리폼은 두꺼운 커버를 쓰는데, 그러면 쿨젤의 기능이 떨어져요. 봉제공장을 찾아 다니며 여러가지 원단을 비교한 끝에 드라이텍스 원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물망처럼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있어 통풍성과 건조력이 우수해 시원한 착용감이 들죠. 원단 촉감 자체도 굉장히 부드러워 오래 앉아도 피부가 따갑지 않아요. 쿨젤의 시원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요.”
제봉을 하고 있는 김 대표(왼쪽)와 드라이텍스 커버를 쓴 방석
실제 상품을 출시하자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한 달만에 1000개 이상 팔리며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7월부터 백화점 유통을 시작할 계획이다. 온라인몰에 추가 입점하고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면 기대한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과 관련된 상품을 연구해서 상품 라인업을 늘려갈 예정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1% 기대치를 갖고 시작하는 창업은 백전백패입니다. 무작정 시작하지 말고, 사전에 제대로 된 조사분석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원재료 가격, 경쟁 제품에 대한 분석 등을 해야 하죠. ‘막연히 되겠지’ 마음을 먹어선 절대 안됩니다. 준비를 철저히 한 후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깨지더라도 얻는 게 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꼭 세우십시오. 그래야 성공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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