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디 엣지 가솔린 1.6 터보엔진(18인치 타이어)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차알못'을 위한 자동차 시승기 를 연재합니다. 그간의 시승기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내용을 보완하고, 실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차를 사야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어려운 용어는 지양합니다.
필자는 초보운전자다. 2022년 10월 면허를 땄다. 면허를 딴 지 한달 만에 내 차를 장만했다. 면허를 따기 몇달 전부터 각종 커뮤니티, 중고차 애플리케이션을 들락날락 거리며 애를 쓰고 나서야 몇 가지 차량을 찜할 수 있었다.
차에 관해선 문외한이었기에, 어떤 기준으로 차를 봐야 하는지 몰라 난감했다. 왜 이렇게 용어는 어려운지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어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마치 학문을 공부하듯 사양을 비교해야 했다. 차알못을 위한 차량 시승기 연재는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
초보운전자 입장에서 탈 만한 차인지, 어떤 것을 눈여겨 봐야하는지 다룰 예정이다. 생애 첫차를 마련하려는 사람, 중고차만 타다 새차를 처음 장만하려는 사람, 차에 관심은 없지만 차를 사야 하는 사람 등을 대상 독자로 한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4월 출시한 쏘나타 디 엣지 1.6터보 인스피레이션을 시승했다. 각종 옵션을 더한 최고 사양인데 4000만원에 육박한다. ‘이럴 거면 그랜저 가겠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20~30대를 위한 차로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하는 5가지 이유를 정리했다.
1. 세단에서 느껴지는 스포츠카의 인상
실물로 본 쏘나타의 첫인상은 ‘스포츠카 같다’였다. 아반떼N과 같은 스포츠 세단인가 싶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실물이 더 날렵하게 느껴졌다. 외장색이 ‘에어로 실버 매트’인데, 무광에 주차장 불빛이 반사되면서 더욱 그런 인상이 들었다. 사실 이전까지 쏘나타는 형님격인 그랜저보다 사양이 낮은 세단 정도의 위치였다. 딱 가성비 패밀리카 그 정도였다. 하지만 8세대 디엣지로 넘어오면서 ‘2030을 위한 차’로 확실히 포지션을 바꿨다는 게 실감났다.
최근 나온 현대차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쏘나타 디 엣지에도 들어갔다. 전면에서 보면 수평으로 길게 연결된 DRL(주간주행등)이 보인다. 그랜저나 코나에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들어갔지만, 쏘나타 디 엣지는 램프와 후드 사이 경계선을 없애서 인상이 더 깔끔하다.
첫인상을 결정 짓는 중요 요소인 라디에이터 그릴, 공기 흡입구 배치 역시 역동성을 강조한다. 자동차 눈에 해당하는 헤드램프는 'Full LED 프로젝션 타입'으로 빛이 좀더 쭉 뻗어져 나온다는 느낌을 준다. 측면에 들어간 펜더 방향지시등도 쏘나타 디 엣지만의 디자인 포인트다.
타기 전 스마트키로 잠금을 해제하면 운전자를 반기는 ‘웰컴 라이트’가 전면부와 후면부에 꿀렁거리며 들어온다. 차를 타다보면 익숙해지면서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지만, 처음 차를 본 사람에게는 ‘우와’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요소다.
요즘 손잡이를 아예 숨겨서, 사람이 다가가면 손잡이가 튀어나오게 디자인한 차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손잡이가 금방 부러질 것 같기 때문이다. 쏘나타 디엣지는 손잡이가 돌출돼 위아래 구분 없이 손을 집어넣어 손쉽게 문을 개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핸들’이다. 터치 타입이어서 특정한 조작 없이 손만 갖다 대도 문이 열린다.
후면부에서도 역동성이 이어진다. 전면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처럼, 수평으로 연결된 LED 램프가 후면부를 가로지르고 있다. 범퍼 쪽에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후미 장식이 보인다.
타이어를 보면 더욱 스포츠카스럽다. 18인치 알로이 휠&피렐리 타이어가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알로이(Alloy)는 영어로 '합금'을 뜻한다. 단단함과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18인치 알로이 휠이 아닌 차와 비교하면, 인상이 얼마나 다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2. 음악 틀 때마다 감탄사 나오는 보스 스피커
장거리 운전을 즐기면서 차 안에서 주로 음악이나 라디오, 팟캐스트를 듣는 운전자라면 ‘스피커’를 무시할 수 없다. 쏘나타 디 엣지는 추가금을 내고 옵션으로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를 추가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 한 후, 음악을 틀자마자 '둥둥'거리는 베이스가 차 안을 때리면서 공간을 꽉 채우는 웅장함이 느껴졌다. 바로 ‘소리 좋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이 감탄사는 차를 타서 음악을 틀 때마다 계속됐다.
3. 현대차에서 처음 만나는 커브드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 등을 확인하고 조작하는 화면이 계기판부터 끊김없이 쭉 이어져 있다. 양옆으로 긴 화면이지만 되도록 한 눈에 담기도록 약간 굴곡져 있다. 현대 브랜드에선 처음으로 적용됐다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이야기다. 12.3인치 큰 화면 덕분에 실내가 커보이는 효과도 있다. 모든 것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데, 인식이 잘 돼서 편했다.
변속 기어가 칼럼식으로 바뀌면서 운전대 옆에 자리 잡아, 센터페시아와 수납공간이 널찍해졌다. 덕분에 시원하게 트인 느낌이 들었다. 공조 시스템 조작부도 터치식이어서 걸리적 거리는 것 없이 깔끔했다. 단 터치식이다보니 손 때가 잘 탄다는 단점은 있었다.
4. 고로롱~ 새근새근 자는 듯한 엔진 소리
가속페달을 밟을 때 고로롱~ 하는 엔진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숙면을 취할 때 나는 숨소리 같았다. 8단 자동변속 기어여서 그런지 속도를 올리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가속이 부드러웠다. ‘나 지금 속도 올리는 중’이라고 티 내는 소음 없이 스으응~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에 이중접합 차음유리 덕분인지 시속 130㎞까지 올려도 시끄러운 소음은 없었다. 음악과 내비게이션 음성이 완연히 들렸고, 동승자와 대화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를 넘어가니 약간의 튕김은 있었다. 하지만 걸리적 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운전하며 시속 130㎞를 넘어 밟을 일이 많지 않다. 100㎞ 수준에서 무난하게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소리로나, 흔들림으로나 고요한 차라고 느낄 법하다.
쏘니타 디 엣지를 끌고 경기 양주로 향했다. 마장호수 가는 길에 급경사로 된 S자 커브길이 연이어 있어서 오르막 구간에서 어떤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속되는 S자 언덕을 오르 내릴 때 역시 조금이라도 머뭇대거나 힘겨워 하는 기색 없이 부드럽게 앞으로 밀고 나갔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 적용된 운전대도 조향하는 대로 잘 따라와줬다.
5. 깡통에도 다 들어 있는 기본 옵션
쏘나타 디 엣지는 기본 트림부터 거의 모든 옵션사양을 다 넣을 수 있게끔 구성돼 있다. 이전 모델만 하더라도 원하는 옵션이 있어도 개별로 추가가 안돼 어쩔 수 없이 상위 트림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디 엣지에서는 기본 트림에서도 필요한 사양만 넣게끔 합리적으로 구성했다.
옵션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뜻하는 ‘깡통’이라고 하기엔 기능을 잘 갖추고 있다. 기본 트림인 ‘프리미엄’에도 LED 후면 콤비램프와 방향지시등이 들어 있다. LED 램프가 시인성이 높다. 운전석 열선 기능을 포함해, 수동이 아니라 전동으로 좌석을 움직일 수 있는 전동 시트 기능이 기본 트림에 있다. 운전대가 울리면서 경고해주는 ‘진동경고 스티어링 휠’도 프리미엄 트림에 있다.
가장 높은 트림인 익스퍼레이션에도 기본 품목이 다양하다. 2열 열선시트, 후석 승객알림, 2열 6:4 분할 폴딩,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옵션을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차종이라면 추가금을 내야 했을 편의 기능이다.
◇그밖에
안전 보조 센서는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점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턱이 없는 인도를 가로 질러 올라갈 때, 보행자와 차 간 거리가 꽤 멀었는데도 차가 멈춰버려 깜짝 놀랐다. 인도를 장애물로 인식하고 브레이크를 작동시킨 것일까? 어쨌든 둔감한 것보단 민감한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차량 전방과 후방, 측방 등 상황을 영상으로 조합해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이용해 주차를 해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널찍한 디스플레이가 끊김 없이 부드럽게 굴곡져 있어서 확인하기 좋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에 무조건 의지하면 안되지만, 주차가 이렇게 쉬웠나 싶을 만큼 유용한 기능이었다.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계기판에 측방 상황을 알려주는 화면 역시 의외로 주차할 때 쓰임새가 컸다. 방향지시등 카메라의 경우, 막상 코너를 돌 때보다는 평행주차를 할 때 측면 상황을 알 수 있어서 유용했다.
운전석 자세와 위치를 기억하는 기능도 만족감을 올려주는 옵션이었다. 보통 운전자가 달라질 때마다 운전석을 조정해야 한다. 운전자세 메모리 기능이 있으면 그때마다 조정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 한 번 등록을 해두고 이후에는 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내가 설정해둔 운전석 위치로 알아서 바뀐다.
연비의 경우 현대차가 정부에 신고한 대로는 가솔린 1.6 터보엔진(18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 13㎞/ℓ 로 나온다. 실제 12~13㎞를 왔다갔다 했다. Nomal 모드로 시내 주행에서는 10이하로 떨어졌다가, 직진으로 쭉 이어진 길에서 속도를 좀 내니 11~12㎞ 사이에서 머물렀다. 고속도로에서는 15~16㎞ 정도 나왔다.
◇마치며, 제원과 기본 스펙
아우 아반떼, 형님 그랜저, 경쟁자 K5에 한동안 밀려 입지가 시원찮았던 쏘나타. 시들해진 세단의 인기 때문에 단종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20~30대를 위한 스포츠 세단 느낌이 강해진 지금, 단종 얘기는 뒤로 미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쏘나타 디엣지가 없다면 이런 디자인과 성능에, 이런 가격의 세단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스포티함을 원한다면 SUV 쪽으로 노선을 틀어야 하는데 그러면 세단의 장점을 잃게 된다. 비싼 스포츠 세단으로 가자니 여러모로 부담이다. 스포츠카 같은 요란함은 원하지 않고, 어느 정도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스포츠카 같은 디자인과 날렵한 감성을 원할 때 쏘나다 디 엣지가 딱이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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