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올 뉴 싼타페 타봤습니다
자동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차알못'을 위한 자동차 시승기를 연재합니다. 그간의 시승기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내용을 보완하고, 실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차를 사야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어려운 용어는 지양합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8월 출시한 '디 올 뉴 싼타페(가솔린 2.5 터보)'를 타고 3월 1~2일 강원 속초에 다녀왔다. 중형SUV는 짐이 많은 나들이나 장거리 운전에서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맞은 연휴에 서울에서 속초까지 닿는데 장장 6시간30분이 걸렸다. 신형 싼타페가 정체 구간에서는 어떤지, 고속도로에서는 얼마나 힘을 내는지, 사람이 복작거리는 관광지에선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 모두 체험했다.
신형 싼타페는 파격적인 디자인 때문에 출시 이후 계속해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실상 가족 나들이에서 단연 돋보인 SUV는 신형 싼타페였다. 서울과 속초를 오가는 내내, 속초 곳곳에서 신형 싼타페가 돌아다녔다. 아이들과 여행 온 부부는 여럿 있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손자들까지 함께 한 대가족도 보였다.
1. 같은 싼타페도 부러워 하는 오묘한 색
시승한 차량의 외장색은 ‘오카드 그린펄’이다. 처음 봤을 땐 캐스퍼 국방색(톰보이 카키)과 비슷한듯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달랐다. 오카드 그린펄은 진한 올리브나 풀색에 가까웠다. 검정이나 흰색, 회색 위주 차 사이에선 단연 돋보이는 색이었다. 첨에 봤을 땐 너무 눈에 띄나 싶었는데 주차했을 때 찾기 쉬웠고, 개성 있어 오히려 좋았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오카드 그린펄이 인기일 수 있겠다. 시승하다 잠시 주차장에 세워뒀는데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어! 이것도 싼타페네!’라며 다가왔다. 차를 쓱 둘러보더니 ‘같은 싼타페인데 이게 더 멋있는 것 같아!’라며 소리쳐 말했다. 알고보니 2칸 떨어진 주차칸에 흰색 신형 싼타페가 세워져 있었다. 남자아이는 그 차에 타면서도 오카드 그린펄 시승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 자꾸 보니 정드는 각진 디자인
전반적으로 ‘H’자를 형상화 한 네모낳고 각진 디자인이 특징이다. 앞부분 얼굴부터 각이 잡혀있다. 좌우 전조등이 각각 H자 모양이다. 양쪽 전조등을 한 눈에 담아 보면 또다시 큰 H자가 나타난다. 방향지시등은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끝이 뾰족하게 마무리돼있다. 범퍼 디자인 역시 H를 좌우로 길게 늘린 형태다. 곡선은 거의 없이 직선과 각을 살린 네모난 형태다.
최상위 모델인 ‘캘리그라피’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랜저와 유사한 벌집 모양이라서 약간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하위 트림은 그릴 역시 네모난 모양이다. 이런 각을 강조한 디자인은 야성미나 거친 느낌보다는 강철 로봇과 같은 단단한 인상이 강했다.
옆면부 역시 각이 살아있다. 타이어를 감싸는 부분은 외장재와 다른 검정색으로 구분해서 각을 잡았다. 그리고 그 위에 한 번 더 움푹 패인 선을 넣어 강조했다. 사이드 미러와 손잡이 역시 각 없이 연결되기보다는 면면이 살아있는 모양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여러겹 겹쳐 있는 듯한 21인치 알로이휠도 싼타페에 강인함을 더한다. 싼타페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있는데, 가솔린에서만 21인치 알로이휠을 추가할 수 있다.
후면부는 '최악'이라는 혹평을 듣는 대표 부분이다. 후미등과 방향지시등이 다른 차보다 아래에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SANTAFE 로고와 램프 위치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전문가들이 디자인한 것이니 의도가 있으리라. 후미등에도 역시 ‘H’자 모양으로 불이 들어온다.
3. 차에 종일 있어도 될 만큼 잘 갖춘 구색
외장에서는 큼직막했던 H가 실내로 들어오면서 아기자기하게 바뀌었다. 송풍구, 글로브박스 손잡이는 물론 시트 중앙 문양도 H가 반복됐다. 디자인에서 특정 패턴이 반복되면 호평을 얻기 어려운데, 이 정도 고집스러움은 부담스럽진 않았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내놓은 신형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중앙부는 세단보다 확실히 크기가 컸다.
가족이 함께 타는 SUV 답게 이곳저곳 수납공간이 많다. 공조기 조작부 아래 틈새 공간이 있고, 글로브박스 위쪽에 책이나 노트북을 보관하기 좋은 공간이 또 하나 있다. 그 위에 UV-C 살균기가 있는데, 캘리그라피 트림에만 있는 옵션이다. 스마트폰 대여섯개는 거뜬히 들어가는 공간이다. 살균하려는 물건을 넣고 공조기 조작부에 있는 UV-C 살균 버튼을 누르면 된다. 얼마나 쓰겠나 싶지만, 위생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는 급할 때 이만한 기능도 없을 듯 하다.
무선 충전 패드가 두 개다. 조수석 동승자도 눈치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충전 중 발열이 심해서 오래 사용하지는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T맵 내비게이션과 음악 스트리밍 앱을 켜면서 동시에 충전을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베이스가 강한 음악을 들을 때 저력을 보여주는 보스 스피커도 훌륭했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운전자라면 추가금을 내고 보스 스피커를 장착하는 게 낫다. 들인 비용 대비 만족감이 확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싼타페에는 12개 고성능 스피커, 차 안을 오디오로 풍성하게 채우는 서라운드 스테이지, 저역대 음파를 강조하는 베이스싱크 기술이 장착돼있다. 이 덕분인지 베이스가 강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차 안이 둥둥 울리면서 웅장함이 체감됐다.
4. 차박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공간
2열에도 좌우로 컵홀더가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C타입 단자 케이블과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충전 포트도 하나씩 있다. 장시간 이동할 때 뒷자리 동승자도 배터리 걱정 없이 맘껏 충전할 수 있다. 2열에서도 콘솔박스를 열 수 있도록 양방향이다. 별거 아니지만, 2열에 앉은 사람이 운전자나 조수석 동승자에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물건을 꺼낼 수 있어 편리해보였다.
3열은 사실상 접어둔 상태에서 쓰는 것이 적합해보였다. 3열 의자를 세우고 앉아보니 무릎이 2열 등받이에 맞닿아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잠깐 이동하는 것은 몰라도, 장거리 이동을 할 때 3열에 앉아서 가는 것은 무리다.
3열 의자를 접으니 중형SUV로서 널찍한 매력이 드러났다. 크고 잡다한 캠핑·골프용품을 넣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 앉았을 때도 ‘의외로 괜찮다’는 생각과 함께 안정감이 느껴졌다.
트렁크를 열고 2열까지 접으니 성인 2명이 누워도 여유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동급 최고 수준인 725L 규모라고 가능한 일이다.
차박(차에서 하는 캠핑)에 적합하도록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좌우 컵홀더가 있고, 뒷자리 에어컨을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220V 전기 콘센트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커다란 공간에 맞게 트렁크 문 크기도 상당했다. 짐을 끌고 트렁크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트렁크 문이 열릴 때는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듯하다.
5. 묵직한데 날렵한 주행
왕복 10시간 넘게 시내와 고속도로, 국도 등을 달렸다. 주행해보니 세단보다 특별히 무겁다는 인상은 없었다. 오히려 SUV라서 차체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우려와는 달리 안정감이 확실했다. 안정적인 주행 능력과 넉넉한 공간이 '못 생겼다' 지적 받는 외모를 만회하다 못해, 잘 생겨 보이게 만들었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은 부드럽게 밟혔고 밀림 없이 바로 반응했다. 속도를 올린다는 인식을 할 새 없이 속도가 부드럽게 밀고 올라갔다. 제동 역시 너무 민감하거나 둔감하지 않았다. 2열에 사람을 태우고 3열에 무거운 물건을 실으면 얘기가 달라질 순 있다.
6. 의외로 좋았던 다리받침대와 마사지 기능
'가격만 올리고 제 역할은 못 하는 옵션'일 것이라 생각했던 다리 받침대와 마사지 기능은 장거리 운전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다리 받침대가 있었는데, 첨에는 '굳이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운전하는 데 2시간 넘어가자 큰 도움이 됐다. 통상 운전 시간이 2시간 넘어가면 다리가 저리거나 근육이 당기는데 살짝 다리를 받쳐주니 확실히 무게가 분산돼 피로가 덜했다.
마사지 기능도 유용했다. 마사지 의자와 같은 기능은 기대할 수 없으나, 뻣뻣해지는 골반과 허리를 미약하게나마 마사지해 장시간 피로를 덜 수 있었다.
7. 초보 걱정 덜어주는 안전 장치
신형 싼타페는 기본 트림에도 웬만한 지능형 안전 기술을 모두 넣어서 인상적이었다.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충돌사고가 났을 때 차가 스스로 제동해서 2차 사고 방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후측방 충돌방지,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다양한 안전 기술이 추가금 없이 기본이었다.
초보라서 S자가 반복되는 구간에서 코너링이 미흡한데, 조금이라도 차선을 벗어났다 싶으면 주행보조장치가 작동해서 바로 잡아줬다.
최고 사양인 캘리그라피에 추가된 안전 기능은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작동’이다. 주차한 상태에서 후진할 때 좌우측에서 접근하는 장애물을 인식해서 위급상황이면 자동으로 제어까지 하는 기능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주차했을 때 유용했다. 휴게소에 잠시 머물렀다가 후진으로 차를 뺄 때 차가 알아서 급제동을 했는데, 알고보니 뒤에서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휴게소나 마트 주차장처럼 어른과 아이 너나 할 것 없이 차 사이를 다니는 곳에선 필수 기능이라 느꼈다. 기능이 작동할 때 드르륵 하면서 강하게 긁히는 소리가 듣기에 좋진 않았다.
연비는 9~10km/ℓ를 왔다갔다 했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6시간 넘게 걸릴만큼 통행량이 많아 상당히 막혔다. 페달을 밟으며 가감속을 수시로 해서 영항을 받은 듯 하다.
신형 싼타페는 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 캘리그파리 순으로 사양이 높아진다. 사양을 구분하는 명칭이 직관적이지 못해서, 상세 가격표를 보지 않는 이상 기본인지 고급인지 알 도리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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