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헬멧·자전거 등 유아용품 판매·유통으로 성장
'한지민' 모발케어 영양제로 성장 2라운드
수익으로 캄보디아에 학교 설립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스타트업의 장점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이 내리막에 접어들 때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파르마’의 박지홍 대표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박지홍 대표
유아용품 매장으로 사업 시작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을 따라 호주에 이민을 갔다.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한국에 돌아와 군 복무를 했다. 호주 영주권자라 시민권을 취득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기회가 있었지만, 자진 입대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군대는 다녀와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저 역시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시카고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다 미국 건설회사에 취업했다. 미국에서 정착해서 살 거라 생각했는데, 영주권 사기를 당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게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한국에 들어와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2011년 장인의 권유로 경기도 일산에서 대규모 유아용품 매장을 운영하며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1650㎡(약 500평) 크기 매장은 유모차, 카시트, 젖병, 장난감 등 전시된 유아용품만 7600가지가 넘었다. 잘됐다. 주차장 관리 직원만 6명을 고용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박 대표의 젊은 시절 모습
비결은 해외 유명 유모차 브랜드 제품을 색깔 별로 구비한 것이었다. “백화점은 모델별로 유모차를 하나의 색상 밖에 전시하지 않아요. 그런데 대부분 유모차가 색깔이 6종류가 넘어요. 손님 입장에선 색깔별로 실물을 볼 수 없으니 불편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각지의 유모차 브랜드에 연락해 색깔 별로 모든 유모차를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게 소문이 나면서 일산 뿐 아니라 수도권 각지에서 손님이 몰렸습니다.”
자전거 헬멧으로 안정
그런데 큰 돈이 벌리지 않았다. “직원들이 유모차를 성실하게 설명해주고, 아이를 태워주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설명을 들은 손님의 상당수가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더라고요.”
매장 매출은 정체인데, 유통 트렌드는 계속 변해 갔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오프라인에선 ‘베이비 페어’ 같은 유아용품 박람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박 대표의 매장은 찾는 발길마저 계속 줄었다.
네덜란드 바이어와 함께 한 박 대표
활로를 유아용품 도매에서 찾기로 했다. “한 국내 업체의 유아용 전동자동차 유통을 맡게 됐어요. 유아용품 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4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127곳 매장 입점에 성공했습니다. 그 기간 13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기울었던 사세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2015년엔 네덜란드에서 유아용 자전거 헬멧을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큰 주목을 받으며 매출을 견인했다. 한 지상파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헬멧 쓴 모습이 나오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후 영국의 프리미엄 자전거도 들여와 안착에 성공했다.
유아용 전동차, 헬멧, 자전거의 3가지 제품으로 전성기를 맞는 것처럼 보였다. “세 제품 다 튼튼했고, 잔고장도 없었죠. 근데 그 점이 회사 입장에선 마냥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제품이 오래 가니까 그걸 다른 사람한테 물려주거나 중고나라에 파는 거죠. 지속적인 판매가 어려운 겁니다. 게다가 유사 제품이 더 싼 값에 시장에 나오면서 버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박 대표
모발케어 건강기능식품으로 2라운드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눈길을 돌렸다. “꾸준히 팔릴 수 있는 상품은 결국 식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 사업성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2018년 11월 미국의 다국적 생활용품 전문 기업 ‘Church and Dwight’에서 두피 모발 영양제 ’비비스칼’을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북극해 연안의 이뉴이트족이 섭취하던 다양한 단백질로 만들어서, 탈모 예방과 발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비비스칼’은 44개국에서 1400만개 이상 팔린 유명 헤어케어 전문 건강기능식품이다.
이뉴이트족과 비비스칼 제품 이미지
동아시아 지역에도 서서히 제품이 알려지자 식품을 들여오기 위해 한 국내 대형 제약회사와 경쟁했다. “절박함과 구체적인 계획으로 승부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으니, 한국 시장에 대한 기본 조사를 철저히 해갔어요. 국내에 론칭할 때 톱 여배우를 어떤 컨셉트로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겠다는 식으로 아주 디테일한 계획안을 보여줬죠.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 판권을 따내려고 저희만큼 철저하게 준비한 업체가 없었더라고요. 결국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 등의 판권도 따냈습니다.”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하며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영화배우 한지민씨를 모델로 내세워 '한지민 영양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모발이 약해지는 환절기를 맞아 매출이 더 크게 늘고 있다. “이뉴이트족이 다른 인종보다 피부와 모발이 건강하고 풍성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꾸준히 상어 연골이나 굴 같은 어류를 섭취하는 게 비결이라고 합니다. 그 분말을 주요 성분으로 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렸더니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익으로 캄보디아 학교 설립
박 대표는 캄보디아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지금까지 잘해 온 비결은요.
“사실 사업의 시작이 장인 어른의 권유 때문이었어요. 그때부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유아용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또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네요. 변화무쌍한 인생이었지만, 주변에서 저를 도와주신 분이 많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사업 규모나 매출을 얼마까지 더 키우겠단 목표는 없습니다. 다만 사업해서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목표는 있습니다. 5년 전 캄보디아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었어요. 계속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승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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