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학 공부 해본적 없는 체대 입시생, 10년 만에 '공학 박사'

더 비비드 2024. 7. 12. 09:23

중고교 시절 올인한 체육대학교 입시 실패
아버지 권유로 폴리텍대학 입학, 박사까지 취득
한국철도기술 연구원, 통일 관련 연구

누구나 한 번 쯤 실패를 겪을 수 있다. 이후 기회는 만들기 나름이다. 체육대학교 입시를 실패하고 부모님의 권유로 기술을 배워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취업에 성공한 임성현(32)씨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임성현씨

체육대학교 입시 준비했지만 실패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좋았다. “5살부터 수영을 배웠어요. 초등학생과 중학생 때는 검도와 태권도도 배웠죠. 남들과 비교해 금방 배웠어요. 운동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돼 좋았어요.”

고등학생이 되면서 체육전공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아침에 수영을 하고 방과후에는 태권도를 다니면서 체력 유지를 했고요. 고등학교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체대 입시학원을 다녔습니다. 매일 새벽 7시 체육관에 가서 3km 이상 뛰고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훈련 등 기초체력을 쌓으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명문대 체대 입시는 실기 성적과 수능성적을 5대5 비율로 평가해요. 수능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에 체대 입시학원 끝나면 바로 도서관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했어요. 모의고사는 평균 3등급정도 나왔어요. 체대 입시에선 낮은 점수가 아니었죠”

출처: 본인 제공

고등학생 시절의 임성현씨 (오른쪽에서 첫번째)

실전무대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한 건지. 수능 시험날 몸 컨디션이 무척 안 좋았어요. 수능성적이 기대했던 것 보다 나오지 않았죠. 반드시 실기 점수가 아주 높아야 했어요. 힘을 내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체육관에 가서 운동해 실기 시험을 봤지만, 지원한 대학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모님 권유로 폴리텍대 입학

재수는 하기 싫었다. 점수에 맞춰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여러가지 대학을 알아보면서 고민이 들었는데요. 기술자이신 아버지께서 한국폴리텍대학을 추천하시더라고요. 전자기술을 배워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어요. 마침 추가모집을 하고 있어서 2년제 학위과정으로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전자과에 지원해 입학하게 됐습니다.”

전자 분야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전자회로, 컴퓨터 이론 등 통신을 활용한 전문기술을 배우는 학과였다. 학창시절 내내 체육 입시만 준비했던 터라 모든 게 낯설었다. “체대 입시에는 수학이 포함돼 있지 않아요. 당연히 수학 공부를 한 적이 없죠. 그런데 전자과는 수학이 필수였어요. 기초 미분과 공학수학을 동기들과 스터디를 만들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회로제작 같은 실습수업 과제도 많았는데요. 내내 저녁 10시까지 복습하고 과제하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폴리텍 재학시절 발명대회에서 상을 받아 중국에 방문한 임성현씨

-수업은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요.

“프로그래밍 실습이요. 코딩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서 코딩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어요. 배운 걸 응용해 게임을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수업도 유익했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체험하면서 개발에 대한 재미를 느꼈어요. 졸업작품으로 회로이론과 프로그래밍 기술을 응용해 PMP를 직접 만든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기술 더 배우고파...기계공학 석.박사 취득

발명동아리에 들어가 다양한 대외활동도 했다. “교수님이 운영하는 발명동아리에 가입해 여러 발명대회에 참가했어요. 프로젝트 팀으로 참가해 학생들 대상으로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청장상을 받았죠. 수상자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줘서 중국 칭다오로 일주일 간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2년간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고 졸업했다. 처음 접한 기술이었지만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 편입했다. “저에겐 무척 새로운 분야라서,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걱정했어요. 기우였습니다. 폴리텍대에서 배웠던 전자 실습과 프로그래밍 기술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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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학술대회에 참가한 임성현씨, (우)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졸업식날 찍은 모습

학사 졸업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내친 김에 같은 대학 기계설계로봇공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를 모두 취득했다. “공학 계열은 남자 연구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전문지식을 갖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자동차와 철도 관련된 연구를 7년 동안 공부해 박사 취득까지 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목표

박사 과정 졸업 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재직하고 있다. “북방센터대륙철도연구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러시아 혹은 중국으로 가는 화물열차의 설비 연구를 담당하고 있죠. 남북통일을 향한 기초 단계 중 하나인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성과 관련된 작업입니다. 화물열차의 제동장치 호환기술, 열차의 연결기 화환 기술, 각 나라마다의 레일 궤도를 넓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위한 여정에 이바지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북방센터 대륙철도 연구팀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임성현씨

-앞으로의 계획은요.

“철도 같은 교통 수단은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열차 충돌과 관련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요. 열차 충돌 관련 지침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연구책임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폴리텍대학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폴리텍대학은 실습 수업이 많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있는 교수가 많이 필요해요. 후배들에게 최신 기술을 가르쳐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박민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