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셜벤처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할 때 사태의 진정한 극복이 빨라질 것입니다. 그 고민을 먼저 한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를 창업한 청년들이죠. 소셜벤처는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기부에 기대지 않고 사업적으로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죠. 소셜 벤처를 창업해서 우리에게 좋은 가치를 전파하고 있는 대표 3인방을 인터뷰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상대 마스크 속 입모양 알아보는 비결
(좌)윤지현 대표와 (우)소리를 보는 통로(소보로) 서비스
‘소리를 보는 통로’(대표 윤지현)는 인공지능 기반의 문자통역 서비스다. 태블릿PC 등에 프로그램을 깔아서 실행하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강사가 하는 말이 화면에서 자막으로 자동 변환된다. 자막 복사와 공유 기능이 있어 자막을 활용한 복습도 가능하다.
주된 이용자는 청각장애인으로 PC용과 태블릿 용 두가지가 있다. 두 버전 모두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실시간 변환도 지원한다. 원어 강의나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태블릿 버전은 용도에 따라 라이트, 비즈니스, 에듀 세가지로 구성됐다.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말소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활용 가능하다. 병원 진료, 관공서 상담, 교회 예배 등 현장에서 소보로가 사용되고 있다. 300곳 이상 기관에 소보로가 공급돼 청각장애인의 교육과 사회참여 기회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체 누적 이용시간은 1만 9000시간에 달한다.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 참가한 윤지현 대표와 직원들
소보로의 출발은 윤지현 대표의 2016년 학교 수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의IT융합공학을 전공하고 대학교 3학년 때 창의IT설계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자기만의 IT 제품을 기획해서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어떤 제품을 만들까 고민에 빠졌을 때 청각장애인 작가의 일상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가 스쳤습니다. 대학 시절 대필 도우미 덕에 수업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가 인상깊었거든요. 소리를 문자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청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솔루션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를 진행했다. “인근 학교의 청각장애인 동아리 친구들, 포항 농아인 협회 등 청각장애인 200여명을 만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고 의견을 수립했습니다. ‘나도 이걸로 공부하고 싶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다’란 대답에 과제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를 결심했습니다.”
2017년 휴학하고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같은 해 11월 말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5월 정식 PC용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음성인식 기술은 냉장고, 휴대폰, AI스피커 등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짧은 명령어와 대답만 오간다는 한계점이 있죠. 소보로는 긴 강의 내용도 자막으로 구현합니다. 길게 말해도 편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게 핵심입니다.”
제품을 출시했지만 어떤 곳부터 공략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 기관들이 먼저 알아봤다. “사업 초반에 학교나 공공기관 중심으로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서비스를 1000만원어치 사가는 주문도 들어왔어요. 비투비 수요를 인지하고 나서부터 기관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우선 세팅했습니다.”
윤 대표와 직원들
사용이 절실한 곳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 중이다. “제품을 정식 출시할 때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에 참가 신청했습니다. 근로자나 사업주가 요청하면 기관에서 소보로가 탑재된 태블릿을 해당 회사에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근로자나 사업주가 비용부담 할 필요 없이 청각장애인의 근로환경이 개선되는 거죠. 이와 유사한 정보통신보조기기 보급사업을 통해서도 소보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수업과 업무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소보로는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 “교육청에서 수천 시간 단위로 서비스를 사서 학생들에게 시간 단위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낯선 학생들을 위해 원격으로 사용법을 안내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2학기도 온라인으로 개학해서 대학이나 교육청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이나 마스크로 가려진 입 때문에 교육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전국 모든 교육 환경에 자사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수립했다. “최근 소보로 탭 에듀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사용할 용도로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 전국 각지의 교육 기관에 배포할 계획입니다. 교육청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증강현실로 환경문제 심각성 교육
에코조이 앱을 통해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에코플레이(대표 이미영)는 ICT(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환경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놀이를 통해 환경오염 문제를 재밌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수질오염 등을 주제로 한 그림책과 실험키트 등이 대표적이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증강현실 콘텐츠를 통해 모바일로 환경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에코조이’ 어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어요. 직접 경험하기 힘든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아요. 학교와 환경 관련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제의가 오고 있습니다.”
이미영 대표는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학과를 나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아이 출산 때문에 육아휴직을 한 게 인생을 바꿔 놓았다. “1년 육아휴직을 마쳐갈 때 고민이 들었어요. 퇴근시간 까지 아이를 케어할 동네 어린이집이 없어서, 짧은 근무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연구원이 다른 복지는 괜찮은데 유연한 근무 시간은 보장해주지 못했어요. 결국 4년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파트타임 직업을 찾기로 했어요.”
에코플레이의 이미영 대표
집 근처 초등학교의 방과후교실 과학 강사에 지원했다. “방과후학교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만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유연한 근무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요. 3년동안 100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과학교재를 직접 만들어서 수업을 진행했어요.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직접 실험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구성했더니, 아이들이 놀이처럼 즐겁게 배우더라고요.”
전공인 환경과 교육을 접목시켜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이가 어느정도 커서 유치원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다시 본격적으로 일을 해도 되는 상황이죠. 수업 경험과 환경 전공을 접목해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환경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콘텐츠부터 만들기로 했다.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콘텐츠에 주력했어요. 가장 몰입도가 높게 나온 프로그램이 미세먼지 증강현실 체험이었습니다. 1단계는 미세먼지 알아 보기입니다. 우리 몸 속에 미세먼지가 어떻게 들어와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증강현실(AR)을 통해 알아 볼 수 있어요. 2단계는 나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나무심기를 해보는 겁니다. 나무 카드 교구를 조립한 후 스마트폰 등의 에코조이 앱을 켜서 가져다 대면 나무들이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그린 나무가 자동차에서 뿜어 나오는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과정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거죠.”
에코조이 앱을 통해 실제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들어가는 과정을 볼수도 있다.
사업에 확신을 갖고 정식으로 법인을 냈다. “여러 곳에서 상을 받으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프로그램을 다듬어서 다양한 박람회에 참가해 홍보했어요. 직접 경험하기 힘든 환경오염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어 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육기관 관계자들에게 반응이 좋았죠. 환경부, 수자원공사, 부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등에서 공급 제안을 받았어요. 교육 콘텐츠 협업과 오프라인 체험존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해, 지난해 2억원 매출이 나왔습니다.”
미세먼지 진단 공유 플랫폼 ‘에코캐스트’도 개발했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장소 그리고 체류 시간을 통해 사용자에게 적절한 외출과 환기 시간을 알려주는 앱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카페, 키즈카페, 놀이시설 등에서 실시간으로 공기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지난해 12월 출시해 누적 이용자수 5000명을 넘어섰고, 평점 5.0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에 가능한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공기진단플랫폼을 통해 얻은 미세먼지 공기질 데이터를 AI와 연계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벌창업사관학교 1기에 들어가 인공지능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있어요. 미세먼지 공기질 데이터를 활용해 소형측정 장치와 청정장치를 대기업과 협업해 만들 계획입니다. 여성 창업자로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기도 돕고 싶어요. 에코플레이 임직원은 대부분 이공계 전문경력을 보유한 여성이자 엄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문성을 가지고도 경력이 단절된 분이나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셜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페트병으로 만든 가방이 이렇게 예뻐도 될까
송윤일 대표와 페트병으로 만든 이치백
아트임팩트(대표 송윤일)는 사회적 패션 기업이다. 아트임팩트라는 명칭은 크리에이티브를 뜻하는 ‘아트’와 사회적 영향력을 뜻하는 ‘임팩트’를 합친 것이다. 소셜벤처의 상품과 신진디자이너, 신진아티스트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창업 취지를 담았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 브랜드들과 협업하고 있다. 150여개의 소셜 브랜드 상품을 온오프라인 채널로 유통하고 제주공항, 스타필드 등에서 편집매장도 직접 운영한다.
지난해 자체 브랜드 '블루오브'도 론칭했다. 버려질 뻔한 자원을 패션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환경문제의 대안을 추구하는 블로오브는 감각적인 디자인도 갖춰 인기다. 페트병으로 만든 가방 이치백의 경우 출시 9개월만에 누적 2만개가 팔렸고, 인기에 힘입어 한남동 고메이 494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 중이다. 2020 서울어워드 우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 작은 기업이지만 성장세가 무섭다. ‘환경은 지키고, 스타일은 더하고’라는 모토가 시장에 통했는지 창업 4년 만에 매출이 14배 뛰었다. “자연스럽게 가치소비를 경험하고, 궁극적으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대신 재사용, 재활용 등에 익숙해지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홈쇼핑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
예쁜데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는 블루오브의 착한 아이템에 많은 소비자가 환호한 결과다. “SK스토아, 롯데 홈쇼핑 등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페트병 가방은 SK스토아에서의 첫 방송에서 6000만원치, 수량으로 따지면 2000개 완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일거양득입니다. 저희 제품을 사는 것 자체가 사회환원이거든요. 저희는 1% for the planet의 멤버로, 블루오브 매출의 1%를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NGO에 기부합니다. 작년에는 WWF(세계자연기금)에 수익을 전달했습니다.”
직접 천연소재도 만든다. 친환경 의류를 만들기 위해 친환경 잉크를 활용한 DTP(디지털프린트)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성장 R&D 사업자로 선정돼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바나나 줄기와 잎, 껍데기로 만든 원단 바나텍스를 만들었습니다. 천연소재인 바나나 원단은 생분해가 가능합니다. 화학비료와 물을 많이 써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면과 대비되죠. 이와 관련해 상표권 2건과 특허 1건 등록도 완료했습니다. 바나텍스처럼 생분해가 되면서 향균·소취·항바이러스 기능이 탁월한 햄프(삼베)소재도 내년에 개발 완료할 예정입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천연소재와 친환경 의류를 만든다.
누구나 아는 소셜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리사이클 뿐만 아니라 천연소재를 이용한 신제품을 출시해 블루오브의 사업을 확장하려 합니다. 가치소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요즘 소셜벤처가 많이 생기는 분위기라 이 분야 전문 유통 플랫폼인 아트임팩트가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의 제품을 선보이겠습니다. 친환경 소재 사용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환경에 좋지 않은 소재를 쓰는 기업에 바나텍스 같은 친환경 소재를 써보라고 먼저 제안하려 합니다. 앞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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