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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에도 709명을 해외 유학 보낸 30대가 위기 넘긴 아이디어

어학연수 플랫폼 창업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어브로딘 강호열 대표. /더비비드

전 세계 영어권 국가의 1800여개 어학연수기관 중 국내 유학원을 통해 소개되는 곳은 100여 곳에 불과하다.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바다 건너 정보를 수집해 입학 절차까지 혼자 진행하려면 겁부터 난다. 결국 연수기관 선택부터 결제까지 유학원에 의존해야 한다.

스타트업 어브로딘의 어학연수 중개 플랫폼 ‘뉴학’은 600개 연수기관의 정보를 제공한다. 온라인 채팅 위주로 상담이 이뤄져, 대면 상담 위주인 유학원보다 수수료도 저렴하다. 어브로딘 강호열(39) 대표를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에서 뉴학에 대해 설명 중인 강 대표. /본인 제공

◇유학원에서 일해 보고 느낀 문제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2007년부터 광고대행사의 마케터로 일했다. 2009년 다니던 회사의 고객사였던 유학원으로 이직해, 어학연수기관과 학생들을 이어주는 일을 했다. 5년 정도 근무하자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요.

“세상은 넓은데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연수기관이 너무 적었어요. 유학원마다 보통 자사와 계약이 잘 돼 있는 기관 3군데 정도만 보여주거든요.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이에요. 대부분의 자료가 영어로 돼 있고, 유학원과 오래전부터 협약을 맺은 기관들이라 최신 자료는 찾기 어렵죠.”

-추천 기관을 늘리고 자료만 업데이트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가장 큰 문제는 수익 구조였어요. 계약 건수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구조여서, 한 학생당 단 30분의 상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려 하게 됩니다. 상담사 인건비, 사무실 임대비용을 충당하느라 수수료는 수업원가의 50%에 이르죠. 수업료가 300만원일 경우, 학생은 유학원에 450만원을 내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너무 불리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가 원하는 연수기관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창업 초기 멤버들과 함께. /본인 제공

◇다양한 정보 갖춘 ‘어학연수 쇼핑몰’

유학원에 몸담은 지 6년 째이던 2016년, 사표를 내고 창업을 결심했다. 다양한 연수기관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학연수 쇼핑몰’을 떠올렸다. 교육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했던 지인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근무 경력이 있는 지인을 섭외하고 웹사이트 개발자도 채용했다.

2016년 8월 어브로딘 법인을 설립하고 뉴학 사이트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그 해 7월, 한 스타트업 육성 기업에서 2500만원을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어브로딘 강호열 대표

-어학연수기관은 어떻게 모았나요.

“사이트가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춘 후부터 연수기관 확보에 집중했어요. 유학원에서 근무했으니 어떤 나라에 무슨 기관이 있는지는 알았죠. 1700여군데 기관의 문을 두드렸어요. 이메일로 회사소개서를 보내고 취지를 설명했는데, 확보해놓은 고객이 없으니 선뜻 계약을 맺지 않더군요. 3개월 동안 설득한 결과 32곳만이 손을 잡아줬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유학원은 대부분 현금 결제를 받아요. 해외 결제는 위험성이 커서 PG(Payment Gateway)사에서 거래를 꺼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존 서비스와 차별점을 두고 싶었어요. PG사를 직접 찾아가서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더군요. 방향을 틀어 금융권의 투자를 받아서 신뢰부터 얻는 전략을 썼습니다. 2017년 7월 한 카드사가 진행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게 전환점이 됐어요. 이후 PG사 한 군데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죠.”

◇다양한 자료와 저렴한 수수료 내세워

더블린, 토론토, 시드니 등 어학연수 인기 국가가 어딘지도 확인할 수 있다. /뉴학 홈페이지 캡처

2년 간의 웹사이트 구축 끝에 2018년 말 베타테스트로 5명의 학생을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로 보냈다. 2019년 1월 뉴학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어떻게 이용하는 건가요.

“사이트 첫 화면에서 국가와 연수 기간, 비자 종류만 선택해 검색 버튼을 누르면 해당 조건에 맞는 연수기관들이 나와요. 가격, 수용 인원, 관내 한국인 비율부터 해당 지역 환경과 숙소 형식 등의 정보와 학생들의 후기까지 볼 수 있어요. 연수기관을 선택하면 기관에 보내야 할 서류 등을 안내해 줘요. 더 궁금한 사항은 온라인 채팅이나 전화상담으로 물어보면 돼요. 저희 플랫폼은 안내자 역할만 할 뿐 모든 결정은 소비자 스스로 할 수 있죠.”

한 어학연수기관 원장의 인터뷰 영상. /뉴학 홈페이지 캡처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나요.

"모든 정보가 국문이에요. 환불규정 같은 어려운 내용도 복잡한 영문 서류가 아닌 한글로 확인할 수 있어요. 규정을 몰라 잘못된 선택을 할 일을 미연에 방지한 거죠. 70개 기관의 현지 교육 담당자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어요. 저희를 통해 어학연수 간 학생에게 수고비를 주고 촬영을 부탁해 영상 소스를 확보했죠. 막상 유학 갔더니 소개 자료와 느낌이 다를 수 있잖아요. 교육과정, 기관의 환경 등에 대한 현지 담당자의 설명을 제공해 신빙성을 줄 수 있죠.”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 관건일 텐데요.

“같은 조건으로 비교했을 때, 수수료가 타사의 평균 20% 수준이에요. 타사가 수업료의 50%를 수수료로 받을 때, 우리는 고지서에 플랫폼 이용료라고 명시하고 수업료의 10%만 받습니다. 기존 유학원은 일대일 방문 상담 위주여서 인건비가 많이 발생하는데, 저희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니 직원 한 명이 동시에 여러 명의 학생을 맡을 수 있어요. 현재 8명이서 한 달에 100명 정도의 학생을 해외로 보내는 데 아무 무리가 없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싸게 원하는 곳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수 있어 좋다고 해요. 올해 가을에 한 연수기관에 신청이 몰려서 의아했던 적이 있어요. 알고보니 어떤 학생이 저희 플랫폼에 대한 후기를 인터넷에 정성스럽게 올렸더군요. 모르고 있던 일인데 진심으로 저희 서비스에 만족한 게 느껴져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합리적인 어학연수를 위해

곧 출시될 뉴학 모바일 앱 화면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더비비드

올해만 709명, 지금까지 뉴학을 거쳐 어학연수를 떠난 학생은 2000명을 넘는다. 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곳을 포함해 1200개 연수기관과 계약을 맺었다. 어학연수를 고민할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코로나로 유학길이 끊겼을 텐데 어떻게 대처했나요.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조급해하지 않았어요. 투자자 확보와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해당 기관에서 수업하는 학생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어요. 경험자의 말 만큼 신빙성 있는 건 없잖아요. 정보를 제공한 멘토 학생에게는 금전적 보상도 줄 예정이에요. 멘토용과 멘티용 두 버전을 만들었는데, 곧 출시할 계획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뭔가요.

“많은 학생이 뉴학을 통해 합리적으로 어학연수를 갔으면 합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반대로 한국으로 오는 학생도 공략할 예정이에요. 베트남,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한글을 배우러 우리나라에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학생들과 국내 어학당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그동안 투자처, 연수기관 등에 보낸 이메일만 몇천 건이에요. 투자 전략을 세워서 일사천리로 진행하면 좋겠지만, 초보 창업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서툴더라도 어학연수 시장에 새로운 플랫폼이 있다는 걸 많은 곳에 알린 게 지금 빛을 보는 것 같아요. 기존 서비스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우선 빠르게 움직이세요.”

/장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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