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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사 대신 뜻밖의 길 선택한 서울대 의대생들

서울대 의대생들의 창업경진대회

서울의대와 디캠프가 협력한 디데이에서 '카이헬스'가 우승했다. /디캠프

최근 스타트업계에서 눈에 띄는 주요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전문직들의 창업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각자 분야에 관련된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 열기를 보여주는 행사가 열려,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18일 서울대 의대에서 ‘SNU Medical Dream of Nobel Prize and Start-up 2021(서울대 의과대학 학술대회)’ 디데이(창업경진대회)가 열렸다. '디데이’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하는데, 12월에는 특별하게 '연구하는 의사’를 찾는다는 미션으로 서울대 의대와 협력해서 열렸다.

출전팀의 발표와 더불어 심사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디캠프

행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학부 또는 대학원), 연구생, 졸업생을 1인 이상 포함한 창업 초기 단계 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가는 성장 가능성, 시장성, 차별성, 전문성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이창윤 디캠프 직접투자 팀장, 구중회 LB 인베스트먼트 전무,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붕년 교수, 김훈 교수가 심사를 맡았다.

◇인공지능과 의학의 만남

배아 관리 플랫폼 '컨셉션'에 대해 설명 중인 이 대표. /디캠프

현장의 분위기는 이날 쏟아진 눈만큼이나 열정적이었다. 카이헬스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상의 배아를 고르는 배아 관리 플랫폼 ‘컨셉션’을 발표했다. 난임 치료 전문의인 이혜준 대표가 인공수정 과정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구상한 아이디어다. 그는 “대부분 병원이 배아 관련 정보를 수기 장부에 기록하고, 수집된 데이터가 없어 의료진의 주관에 따라 배아 선별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컨셉션은 다량의 배아 이미지가 학습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배아를 선정한다. 배아 선별 과정에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의료진용 앱과 배아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환자용 앱 개발까지 완료한 상태다. 이 대표는 “앱을 상용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라며 “난임 뿐 아니라 임신을 계획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데이터 기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이헬스는 기술력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이날 우승을 거머쥐었다.

2등은 영유아 발달지연 조기 진단 플랫폼을 개발한 '루먼랩'이다. /디캠프

2등은 영유아 발달지연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굿비기닝’을 개발한 ‘루먼랩(대표 임재현)’이 차지했다. 임 대표는 영유아의 발달장애가 뒤늦게 진단돼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는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굿비기닝은 가정에서 아이를 촬영한 영상을 등록하면 인공지능으로 발달 정도를 측정해주는 앱이다. 발달장애가 의심될 시, 알맞은 치료방안을 제시하고 치료사도 연계해준다. 소근육과 대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발달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며, 내년 3월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교육기관과 지자체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3등은 시니어 헬스케어 서비스 '노리케어'다. /디캠프

3등 팀은 시니어 헬스케어 서비스 ‘노리케어(대표 지창대)’다. 노인운동지도 경력이 있는 지 대표는 현행 노인운동 프로그램의 문제로 ‘획일화된 구성’을 꼽았다. 노리케어는 사전 진단을 통해 개개인의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에 맞춘 운동을 제시한다. 운동지도자가 시스템에 진행상황을 입력하면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운동을 추천하기도 한다.

지 대표는 “향후 2년 동안은 노인복지회관들과 계약을 맺어, 22명의 운동지도자가 현장에서 노리케어를 활용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복지사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생활에 의학을 적용한 아이디어

본선에 진출한 '디톡스 헬스케어'. /디캠프

이날 금연 솔루션 앱을 개발 중인 ‘디톡스 헬스케어(대표 이창건)’와 환자 맞춤형 약품 추천 서비스를 제시한 ‘여자의사들(대표 진한나)’ 두 팀도 본선에 올라 발표를 했다.

디톡스 헬스케어는 서울대학교 의과학부생 4명이 모인 팀으로, 개인 맞춤형 인지행동치료로 금연을 돕는 앱 ‘셰퍼드’를 만들었다. 개인별로 다른 흡연 욕구에 맞춰, 식사 같은 특정 행위를 하면 앱에서 금연 중임을 상기하는 알림을 울린다. 일정 금액을 예치한 후 휴대용 일산화탄소 측정기로 금연을 인증해, 목표 달성 시 돈을 돌려주는 동기부여 챌린지도 할 수 있다. 셰퍼드는 내년 1월 출시될 예정이다.

본선에 진출한 '여자의사들'. /디캠프

여자의사들은 이름 그대로 세 명의 의사 친구들이 뭉친 팀이다. ‘내몸내약’이란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환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반영해 알고리즘에 따라 약재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진 대표는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약 처방 과정에 환자의 의견을 반영해 ‘환자 중심 진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비췄다.

참가자 및 심사위원 단체사진. /디캠프
의학과 창업의 만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행사가 마무리됐다. /디캠프

다섯 팀의 발표와 수상에 이어 격려사가 이어졌다.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는 “사업의 영역은 지식보다 지혜가 중요하다”며 “타인을 협력자로 만드는 힘을 기르라”고 조언했다. 2018년부터 본 행사를 이끌어온 이재영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부원장은 “많은 창업가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풍성함을 더할 수 있도록 서울대 의대가 일조하겠다”며 모든 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 날 선발팀에게는 총 500만원의 상금과 시드 투자 기회가 주어졌다.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 ‘디캠프’와 ‘프론트원’에도 입주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디캠프가 협력한 의학 테마 디데이는 내년에도 진행된다. 디캠프 주관 디데이는 매월 개최되며, 참가 희망자는 디캠프 홈페이지에서 지원하면 된다.

/장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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