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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사 3등 졸업자가 5년 만에 대위 전역하고 선택한 뜻밖의 일

머슬핏 전문 의류 온라인몰 창업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순서대로 보스트핏 안정우 대표 보스트핏 의류 상세 사진. /더비비드, 보스트핏 홈페이지 캡처

열심히 몸을 단련한 헬스맨들은 옷 입을 때 괴롭다. 기성복이 맞지 않아 부분 별로 늘리고 줄이는 수선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머슬핏 전문 의류 온라인몰 ‘보스트핏’은 근육질 체형에 맞는 의류를 직접 제작해 판매한다.

니치마켓에 집중한 전략은 통했다. 지난 2월 쿠팡 마켓 플레이스에 입점한 후 11월까지 매출이 50배 이상 늘었다. 매출이 매월 130% 넘게 상승 중이다. ‘보스트핏’의 안정우(30) 대표를 만나 오픈마켓 의류 쇼핑몰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안정적인 해군 장교를 뒤로 한 선택

보스트핏 안정우 대표 군복무 시절. /본인 제공


2010년 해군사관학교 전기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2014년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해군 대위 장교로 5년간 복무했다. 학부 시절부터 군사학을 무리 없이 익혔고 실제 군 생활도 적성에 잘 맞았다. 역설적이게도 젊은 나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자 어릴 적 꿈꿨던 사업가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더 늦어지기 전에 2019년 3월 전역하기로 결심했다.

-전역 후 계획은 무엇이었나요.

“2019년 4월 피트니스 대회 출전부터 했습니다. 전역 전부터 준비한 일이었죠. 군 복무를 하며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대회 참가에 욕심이 생겼거든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했죠. 그랬더니 맞는 옷이 없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옷 사이즈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보스트핏 안정우 대표 피트니스 대회 참가한 모습. /본인 제공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불편했나요.

“체형에 맞는 옷이 없었어요. 살을 찌운 시기에 옷을 사면 처음엔 작다가 쉽게 늘어났어요. 살을 빼고 근육을 키웠을 땐 마른 부분만 부각되더라고요. 적당한 사이즈와 핏으로 저의 체형을 알맞게 보여주는 옷이 없었던 거죠. 몸을 타이트하게 드 내주는 옷은 전용 운동복 뿐이었어요. 일상복도 체형을 드러내 줄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역삼각형 몸매 드러내 줄 ’핏’이 생명

옷 제작 중인 보스트핏. /본인 제공

주위를 둘러보니 운동인들은 하나같이 ‘체형을 잘 살려주는 옷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헬스 마니아층을 겨냥한 의류 쇼핑몰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2019년 여름부터 사업 채비를 해나갔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설득해 자본금 4000만 원으로 함께 시작했다. 쇼핑몰의 차별점을 살리기 위해선 자체 제작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10월부터 의류 제작에 들어갔다. 의류 제작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제작 공장만 여러 번 바꾸고, 패턴을 수십 번 교체했다. 샘플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수정을 거듭했다. 이듬해 2월부터 직접 제작한 의류와 사입 제품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스트핏 머슬핏 셔츠. /보스트핏 홈페이지 캡처

-처음으로 출시한 상품이 뭔가요.

“머슬핏 셔츠요. 운동하는 남자들이 신체를 뽐낼 수 있는데 중점 둔 제품입니다. 보통 운동하면 허리는 잘록하고 어깨와 팔은 두꺼워지거든요. 배 부분은 타이트하고, 팔 부분은 근육이 드러나게 어느 정도 붙으면서 불편하지 않게 제작했어요. 스판 함유량으로 핏을 조절했죠. 보통 스판을 최대 4%까지 넣을 수 있는데 3% 정도 넣었어요.”

-기성 의류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남성 의류의 정형화된 사이즈에서 약간씩 길이 조정을 했어요. 저를 포함해 주변에 헬스로 몸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의 체형을 샘플 삼아서 사이즈를 맞춰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허리는 슬림하고, 팔은 여유있되 헐렁하지는 않게’라는 답을 찾았어요.”

보스트핏 반팔 티셔츠와 니트. /보스트핏 홈페이지 캡처

-후속 제품은요.

“머슬핏 셔츠 이후 운동할 때 입는 짐웨어도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여름  반팔 티셔츠나 겨울 니트류를 제작했죠.체형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화려한 패턴은 피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차용했어요. 대신 핏을 강조했죠.

허벅지 두께 때문에 바지 사이즈를 고민하는 분들을 보고 바지도 제작했어요.허벅지가 편하게 하는 데 초점을 뒀죠.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머슬핏으로 슬림하게 다리에 붙으면서도 스판으로 불편함을 없앤 제품이고요. 다른 하나는 오버핏으로 약간 여유 있는 제품이에요."

◇월 매출 1억, 쿠팡 셀러로 매출 급상승

보스트핏 짐웨어 반팔과 나시. /보스트핏 홈페이지 캡처

헬스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순항하다, 뜻밖의 복병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헬스장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전략을 변경해 짐웨어 제작 비율을 줄이고 일상복 비중을 높였다. 지금은 짐웨어와 일상복을 2:8 정도 비율로 생산 중이다.

판매 채널도 확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온라인 상거래에 소비가 몰린 것에 착안해 쿠팡 마켓 플레이스 등의 오픈마켓에 입점했다. 지난 3월부터 쿠팡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등록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쿠팡에 입점해 판매 중인 보스트핏. /쿠팡 홈페이지 캡처

-오픈마켓 의류 판매는 왜 선택했나요.

“오픈마켓은 ‘만물상’으로 불릴 정도로 없는 제품이 없는 곳이에요.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저희 제품을 찾는 잠재 고객이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채널을 확장하던 시기에 어떤 채널이 좋을지 여러 오픈 마켓에 시도를 해봤는데, 쿠팡이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쿠팡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어떤 판매 전략을 펼쳤나요.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단일 상품을 검색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개별 상품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전략을 짰습니다. 지정할 수 있는 검색어가 총 20개인데, 이걸 전략적으로 이용했어요. ‘머슬핏’ ‘운동하는 남자’, ‘어깨 넓어 보이는 반팔’ 등 저희 제품 타깃층이 검색할 만한 키워드를 최대한 구상했죠.

그러자 머슬핏 같은 콘셉트가 확실한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유입되더라고요. 이들을 겨냥해 타이트한 옷 위주로 상품군을 늘려나갔어요. 각 상품 별로 돋보이는 착용샷을 전면에 내세웠죠. 쇼핑몰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카테고리나 의류 등 구색을 맞추는데 신경써야 하는 자사몰 운영 방식과는 사뭇 다르죠.”

보스트핏 안정우 대표. /더비비드

-집중하는 상품이 있다면요.

“짐웨어, 일상복 등 저희 제품의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어요. 총 상품군은 120개 정도 됩니다. 여름엔 반팔 티, 겨울엔 니트류가 가장 잘나가요. 전체 매출의 70~80% 차지할 정도예요. 헬스 나시같은 짐웨어는 계절을 타지 않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운영에 주안점을 두는 게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제품성’입니다. 핏은 물론이고 ‘소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소재가 면이라고 다 똑같은 면이 아니에요. 원단에 어떤 염료가 들어갔는지, 어떤 가공 처리를 거쳤는지에 따라 품질이 달라져요. 저희는 원단 전문 제작 업체를 통해 원단을 주문 제작하고 있어요. 제대로 제작됐는지 테스트 과정도 여러번 거칩니다.”

◇냉정한 자기 객관화가 중요

보스트핏 안정우 대표. /더비비드

헬스맨들 사이에서 입소문 타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사용자 후기 사진의 배경이 대부분 헬스장 등 운동 공간이다. 안 대표는 꾸준한 매출 상승 비결의 일등공신으로 틈새 마켓을 잘 공략한 것과 품질을 꼽았다. 판매 플랫폼과 광고도 중요하지만 구매 결정은 결국 제품에 달렸다는 것이다.

합이 잘 맞는 판매 플랫폼은 수요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 2월 100만원 대였던 월 매출은 쿠팡에 입점한 지 한 달만에 4배로 올랐다. 지난 11월에는 쿠팡에서만 월 매출 5000만원을 넘겼다. 전체 매출액의 60%가 쿠팡에서 발생한다.

쿠팡에 입점해 판매 중인 보스트핏. /쿠팡 홈페이지 캡처

-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가 뭘까요.

“일단 절대적인 소비자 수가 많아요.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 제품에 만족한 소비자가 좋은 후기를 남기면 재구매나 신규 소비자 유입으로 이어지니까요. 광고 시스템도 투자 대비 효과가 좋아요. 제가 예산과 목표 수익률을 정하면 판매율을 높일 수 있도록 쿠팡 내 시스템이 알아서 광고 방식을 처리해 줘요.

판매 방식도 달라요. 예를 들어 타 플랫폼에선 티셔츠의 메인 컬러가 검은색이면 그 색만 대표 썸네일로 지정돼요. 소비자는 해당 품목을 눌러보기 전까진 검은색만 볼 수 있죠. 그 색상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는 거죠. 쿠팡에서는 제품의 모든 색상을 메인 이미지로 설정할 수 있어요. 검은색, 와인색, 갈색 등 모든 색상을 썸네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예요. 저는 검은색을 대표색으로 고려하고 제품을 출시했는데, 의외로 갈색이 가장 잘 나간 적이 있어요. 썸네일이 검은색 하나로만 지정됐다면 갈색이 그렇게 많이 선택 받을 수 있었을까요.”

보스트핏 안정우 대표 /본인 제공

-앞으로 계획은요.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지만 이미 봄, 여름 의류를 준비하고 있어요. 한 걸음 앞서가야 하는 패션업계 종사자의 숙명이죠. 요즘은 내년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열중입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상품들로 제작하긴 하지만, 시즌마다 디자인과 패턴은 달라지거든요.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판매 실적을 내고 싶네요.”

-예비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길 바랍니다. 마케팅이나 판매 전략에만 의존하면, 제품성에 실망한 소비자가 금방 등 돌릴 거예요. 내가 판매하는 제품의 강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내 사업에 대한 자신감의 원천이 되어줄 겁니다.”

/윤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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