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즙 주스 브랜드 ‘퓨어프레스’ 창업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말라보이기 위해 무작정 굶거나 입맛에 맞지도 않는 채소만 꾸역꾸역 먹으며 건강을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가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원재료를 활용한 디저트나, 다양하고 맛있는 대체 식품으로 식단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착즙 주스 전문 기업 ‘퓨어프레스(Purepress)’는 2015년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100% 착즙 주스’의 선두를 꿰찼다. 지난해에는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퓨어프레스의 백수정 대표(37)를 만나 온라인 건강식품 시장에서 생존하는 법에 관해 들었다.
◇대기업 문 박차고 나오게 만든 해외 생활 속 사업 아이디어
학창 시절 5년간 호주에서 지냈던 경험이 지금의 백 대표를 만들었다. “호주는 길거리에서 파는 주스도 오렌지를 직접 짜서 팔았어요. 물이나 탄산수 한 방울도 타지 않은 100% 과즙 음료를 ‘스퀴즈 주스(Squeeze juice)’라고 부르는데요..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한국에서 생과일주스는 꿈도 못 꾸던 시절입니다. 유학 시절 매일 마셨는데, 귀국 후 그 맛을 못 찾아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0년 단국대 영문과 졸업 후 항공사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출입국 파트를 관리하는 지상직이었어요. 3년 정도 근무하다가 IT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외국 지사와 소통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해외 기술영업팀과의 교류가 잦았어요. 당시 어깨 너머 배운 마케팅 업무가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됐죠.”
2015년, 6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관뒀다. 부모님의 새 출발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30년간 물류업에 종사하신 아버지께서 노후 대비 목적으로 시골에 아로니아 농장을 작게 마련하셨어요. 당시 우리나라에 아로니아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기관지에 좋다는 말에 직접 개량 묘목을 수입해 심어 두셨죠. 보통 묘목은 심은 뒤 2~3년 차부터 열매가 나는데요. 2014년 8월경부터 열매가 엄청 많이 열리더군요. 갑자기 제게 아로니아 열매를 처리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어요.”
2014년 11월 ‘아로니아 농산’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퓨어프레스의 모태 격이다. “초반에는 원물 상태로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었어요. 경쟁 농가가 별로 없었거든요. 다만 생소한 작물이다 보니 발품 파는 과정이 길었어요. 직매(생산물을 생산자에게 사는 행위)해주는 유통처가 없었죠. 제안서를 들고 농협을 방문해 농산 바이어를 직접 대면해가며 거래처를 늘렸습니다.”
아로니아 사업 시작 후 4계절을 보내보니 문제점이 보였다. 가을까지는 아로니아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겨울부터는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까지 모든 수확물을 원물로 판매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여지없이 버려야 해서 아까웠어요. 다음 해부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성목이 더 많아져 생산량도 늘어날 텐데, 이대로 원물만 판매하면 채산성이 떨어질 것 같았죠.”
돌파구를 고민할 때 호주 유학 시절에 마셨던 길거리 착즙 주스가 떠올랐다. 그 당시 아로니아를 그대로 착즙한 주스가 없었다. 특유의 떫은맛 때문이다. “아로니아 주스를 판매하는 업체는 있었지만, 대부분 인공감미료나 액상당이 첨가된 것이었어요. 떫은맛을 가리기 위해서 첨가물을 넣었겠지만 그러면 아로니아의 진짜 매력이 사라져요. 아로니아는 베리류 열매 중에서도 안토시아닌 함량이 가장 높아요. 세포의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죠. 영양소 파괴 없이 아로니아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원액을 마셔야 하는데, 착즙은커녕 과도한 액상당을 섭취해야 한다니. 이건 아니다 싶었죠.”
정공법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호주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 음료를 마실 때 성분면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대부분 액상당이 정말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한국에서도 건강한 음료가 관심을 얻기 바랐어요. 당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착즙을 해보고 싶었죠. 혀를 때리는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자연의 건강한 단맛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오프라인 사업에서 온라인으로 전환 후 벌어진 일
2015년부터 아로니아 열매를 착즙해 오프라인 생활협동조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위탁 생산(OEM)을 맡겼는데요. 운 좋게 경기 안산시의 작은 주스 공장을 저렴하게 인수할 기회가 생겼어요. 5000만원을 들여 바로 인수했죠. 공장까지 마련했으니 더는 물러날 데가 없다고 생각하고 판로 확장에 집중했습니다. 오프라인 판매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소매 판매도 집중해보기로 했죠.”
프리미엄 주스 브랜드의 정체성만큼은 유지하고 싶었다. 아로니아 농산이었던 사명을 퓨어프레스로 변경했다. “주스 제조원이 됐으니 아로니아가 아닌 다른 과채류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과채류도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을 선택했죠. 사명 변경 후 디자이너를 채용해 병, 로고, 패키지, 상자, 제품 상세 페이지 등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모든 곳을 신경 썼어요. 최종 소비자와 직접 거래해야 하니 브랜딩이 중요해진 거죠.
브랜딩은 가격에 합리성을 더해주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착즙 주스는 수율(원료에 대한 완성품의 비율)이 높지 않아 원가가 높아요. 석류 주스를 예로 들면 주스 한 병에 15개의 석류가 들어가죠. 다른 주스보다 소비자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요. ‘프리미엄 건강음료’ 이미지를 꼭 사수해야 했습니다.”
관건은 넘쳐나는 온라인 유통채널 중 거점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주목한 곳이 오픈마켓이다. “회사 디자이너가 무분별하게 입점하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조언하더라고요. 심사숙고해 한 곳을 골라 쿠팡에 입점했습니다. 이용자가 가장 많으면서 건강식품이나 고품질의 신선식품도 잘 팔리는 곳이었거든요.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았던 거죠.”
예상은 적중했다.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다. “제품을 올리자마자 10만원, 20만원씩 꾸준히 매출이 나더니 4개월 차에 월 매출 1000만원을 찍더라고요. 광고 없이 일군 성과였어요. 동료 사업자에게 물어보니 광고하지 않으면 노출되는 것 자체가 힘든 이 많더군요. 반면 쿠팡에선 후기가 쌓이면서 별점이 좋은 제품은 상위에 노출됐어요.
특히 식품 분야에선 오픈마켓이 ‘검색 엔진’ 역할도 한다고 생각해요. 자사몰은 외부 포털을 통해 소비자가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픈마켓은 소비자가 검색창에서 제품을 찾죠. 키워드만 잘 설정하면 상위 노출될 수 있는 비결이었어요.”
오픈마켓에서의 성공은 비즈니스 확장으로 이어졌다. “석류 도매업자의 눈에 띄었나 봐요. 쿠팡의 판매자 정보를 보고 석류 납품업자가 가공을 요청해 왔어요. 당시 경쟁제품이 생겨나면서 매출이 잠시 주춤했을 때였어요. 석류 주스로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고 결심했죠. 상품 상세 페이지에도 공을 들였고, 판매관리시스템을 활용해 키워드 분석에 집중했어요. 그 결과 출시 후 3개월만에 석류 주스 단일 제품만으로 월 매출 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소위 ‘대박 매출’을 올린 덕에 15억원 규모의 장비를 갖춘 생산 라인도 구축했다. 2020년 6월 경기 화성시로 공장을 이전했다.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서 공장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전 공장에는 착즙 기기만 있었다면, 새로운 곳에는 ‘콜드 프레스’라고 불리는 냉압착 기기와 비가열 살균(HPP) 장비까지 구축했어요. 두 공법을 활용하면 유통기한을 1년 이상으로 늘리면서 영양분을 99.9% 유지할 수 있죠.”
오픈마켓의 인프라 덕분에 사업 규모가 커져도 재고 관리가 어렵지 않았다. “퓨어프레스는 마켓플레이스 입점 초부터 매출이 발생해 로켓배송과 제트배송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 제품만 입고하면 포장, 배송, 소비자 응대 등 나머지 과정을 오픈마켓이 해결하죠. 특히 로켓배송의 경우 빅데이터를 통한 재고 예측 기능이 있어요. 물류센터에 얼마나 입고하면 좋을지 가늠해주죠. 미리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덕분에 주스 제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CS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오프라인 사업 유지와 제품 개발에 함께할 직원을 채용했어요. 연구와 시장 조사에 매진한 탓에 요즘 유행하는 타트체리도 다른 업체보다 한발 먼저 출시할 수 있었고요. 이게 또 매출을 유지하는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오픈마켓은 단순 유통 채널 이상의 의미에요. 배송, 재고관리 등을 대신해준 덕에 매출의 선순환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온라인 건강식품 사업, 가장 중요한 것은요
현재 퓨어프레스는 석류, 타트체리, ABC 주스(사과, 비트, 당근을 혼합한 주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짐)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로 확대가 기폭제가 돼 연 매출 3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체 수익의 60%가 오픈마켓에서 발생한다.
“퓨어프레스는 오픈마켓에서의 매출 성장이 기업 성장에 직결된 사례예요. 온라인 사업 시작 시점에 빠르게 한 곳에 집중한 게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죠. 요즘에는 협력 제안이나 B2B 연락이 많이 와 유명 카페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고요.”
사업 규모가 커져도 원칙은 있다. ‘건강식품’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몸에 좋은 건 입에 쓰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경쟁사가 많아 몸에도 좋고 맛도 있어야 해요. 그래서 최근 ‘블렌딩 주스’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건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몸에 좋은 배합을 찾고 있죠. 9브릭스(액체의 당도 측정 단위) 이하의 주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저 토마토 정도의 당도죠. 많이 달지 않아 몸에 부담이 적으면서, 양분을 최대화한 주스를 개발 중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칠 것을 강조했다. “아이템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주스를 예로 들면 서양에서 먼저 유행하는 경향이 있어요. ABC 주스도 해외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죠. 해외 논문이나 건강 관련 잡지를 매일 읽고 검색하면서 새로운 건강식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판로를 도와주는 플랫폼은 이미 발달해있으니, 아이템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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