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머니 암 소식을 들은 보디빌더가 선택한 일

더 비비드 2024. 7. 2. 13:24
유아도 먹는 면역 건강기능식품 '면역플러스' 개발기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잘론네츄럴 주영 대표. /더비비드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30분 걷기 운동하는 것조차 귀찮다.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정한 계기가 있다. 잘론네츄럴의 주영(41) 대표도 그렇다. 어머니의 오랜 암 투병 생활이 그를 건강에 집착하게 했다. 보디빌더 출신인 주 대표는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얻은 건강 지식을 살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잘론네츄럴’을 창업했다.

2017년 3월 출시해 지금까지 2000만개 넘게 팔린 히트작 ‘면역플러스’를 개발했다.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을 하루 권장량만큼 쉽게 보충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진득한 시럽 형태라서 어린아이부터 노년까지 누구나 먹을 수 있다. 중국, 베트남, 캐나다 등으로 수출도 한다. 주 대표에서 주력 상품 ‘면역플러스’ 개발기를 들었다.

◇어머니 건강 챙기던 효자가 창업하면 벌어지는 일

해병대에 입대해서도 건강 관리에 집중했던 주 대표의 모습. /주영 대표 제공

신체 여러 기능 중에서도 주 대표가 집중한 건 ‘면역’이다. 면역은 각종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패다.

주 대표는 어린아이들이 영양제 먹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데서 착안해 물 등에 타서 먹을 수 있는 ‘면역플러스’를 개발했다. 하루 10㎖씩 먹으면 정상적인 면역 기능과 세포분열에 필요한 아연을 3㎎씩 보충할 수 있다. 감기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엘더베리 농축액과 수세미 농축액이 설탕 없이 진한 단맛을 낸다. 어린 아이만 먹는 건기식은 아니다. 12개월 이상이면 누구나 먹어도 된다.

고등학생 때 보디빌딩 선수 생활을 했다. 경력을 살려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했다. 이렇다 할 목표나 계획은 없었다. 2001년 스무 살 때 어머니가 난소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삶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머니를 낫게 하는 게 제 삶의 1순위가 됐어요. 건강 관련 책을 샅샅이 뒤졌어요. 몸에 좋다는 음식만 드렸습니다. 육류 지방질에 환경호르몬이 많이 쌓여있다고 해서 살코기만 발라서 드렸죠.” 그의 노력 덕분인지 매일 병원 신세를 져야 했건 어머니 병세가 많이 호전됐다.

25살 첫 창업 시절 2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조명 사업을 시작했다. /주영 대표 제공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2002년 해병대에 입대했다. 부대에서 유별나게 몸을 챙기는 걸로 소문이 났다. “입대할 때는 빨리 제대해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야 어머니 보살피는 일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건강 관리를 위해 매일 저녁 운동했습니다. 동기들에게 단체 PT 수업을 해주기도 했어요. 제대하고 나서는 헬스장과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운동과 항상 가까이 지냈죠.”

2005년 25세에 창업했다. 첫 창업 아이템은 건강과 무관했다. 2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300만원으로 온라인 조명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조명 도매 사업을 하던 아버지 영향이었다. 2015년 1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도전했다. “10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남은 건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 건강한 생활 습관을 공유하는 습관이었죠. 이걸 사업화해보기로 했어요.”

◇잘론네츄럴의 ‘면역플러스’ 개발 노트

1.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라(제품 발상: 2015년 1월)

잘론네츄럴 주영 대표. 사업 초기 유명 건강제품의 후기를 모두 찾아봤다. /더비비드

이미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많이 커진 상태였다. 웬만한 성인용 영양제들은 대표 제품이 있는 상황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틈새시장을 찾았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들의 유명 제품 소비자 후기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유⋅아동용 건강기능식품’ 분야에 틈새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소비자 후기나 문의에 ‘아이와 함께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이 많았던 거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유⋅아동도 먹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원료 선정에 나섰다.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면역력 강화 성분을 위주로 찾았습니다. 해외의 다양한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원료 성분에 대한 논문 자료를 수집했죠.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도 찾아봤습니다.”

사업초기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찾아 해외로 출장을 자주 나갔다. /주영 대표 제공

방대한 자료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국가별로 허용되는 의약 성분이 모두 달라요.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어도 되는 성분이 해외에서는 금지 성분이거나,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유통되는 제품이 국내에서는 처방 의약품인 경우도 있죠.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자료 조사 시기부터 이런 부분을 고려했습니다.”

2. 건강기능식품 허가 기준보다 더 깐깐하게(제품 개발: 2015년 5월~2017년 3월)

생산 공장은 직접 방문해보고, GMP인증(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과 HACCP인증(식품안전관리인증)을 모두 받은 곳으로 선정했다. /잘론네츄럴

심사숙고 끝에 원료를 선정했다. “엘더베리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나 유럽에서 민간 감기 치료제로 쓰이는 열매였어요. 유럽의 천연 감기약으로 불리는 ‘뱅쇼’에도 들어가죠. 또 한의학에서는 기관지에 좋은 식품으로 ‘수세미’를 꼽더군요.”

레시피 개발에 돌입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받으려면 특정 원료가 들어가야 합니다. 면역 제품의 경우에는 ‘아연’이 들어가야 하죠.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10㎖의 적은 양으로도 유효 성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어린이도 먹는 제품인 만큼 건강기능식품 허가 이상의 기준으로 개발했어요. 향료나 보존료, 착색료를 일절 넣지 않았습니다. 수세미와 엘더베리 성분의 면역력 강화 효과로 특허출원도 했습니다.”

품목제조신고를 통해 제품 판매 준비를 마쳤다. “건강기능식품을 생산⋅유통하려면 품목제조신고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제품명, 원료 또는 성분의 함량, 제품 규격, 제조 공정, 섭취 방법, 포장 방법, 유통기한 등을 신고해야 하죠. 품목제조신고가 수리되기 전에는 제품을 제조해서는 안 되고요. 제품 제조 공장은 GMP인증(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과 HACCP인증(식품안전관리인증)을 모두 받은 공장으로 선정했습니다.”

3. 소비자 의견 듣고 싶다면 직접 전화해라(판매 돌입: 2017년 3월~)

제품 출시 초기 직접 소비자를 만나 제품 설명을 하기도 했다. /잘론네츄럴

2017년 3월 온라인에 제품을 내놨다. 소비자 반응을 듣기 위해 제품이 하나씩 팔릴 때마다 직접 전화를 했다. 일종의 ‘해피콜’이었다. “맛은 어떤지, 아이들이 잘 먹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 세세하게 여쭤봤죠. 1년 넘게 전화로 구매자 인터뷰를 했는데, 의도치 않게 홍보도 됐어요. 사장이 직접 전화해서 후기를 물어보는 곳으로 소문이 났거든요. 소비자분들이 진정성을 봐주신 거죠.”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도 개선했다. “대용량 병 형태와 10㎖ 스틱형 타입 두 가지 제품을 판매했는데요. 대용량 병을 주문한 소비자들이 10㎖씩 제품을 따를 때 자꾸 흐른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플라스틱 ‘푸어러(pourer. 액체를 따르기 쉽게 만든 뚜껑)’를 추가했습니다. 와인 푸어러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죠.”

4. 제품 개선을 게을리하지 마라(제품 개선: 2017년 3월~)

같은 제품의 업그레이드만 10번 했다. /잘론네츄럴

첫 출시 이후 10번의 제품 업그레이드를 했다. “아무리 유명한 베스트셀러 제품이라도 시대가 흐르면서 레시피가 조금씩 변해요. 제품을 개발한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성분 등을 개선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맛을 위해 꿀을 넣어보고, 체온 유지 효과를 위해 생강도 넣어봤죠. 꿀은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가 많아 부원료에서 제외했고, 당류는 올리고당과 사과, 포도 농축액으로 대체했어요.”

2021년 1월 코로나19 유행을 반영해 ‘면역락플러스’를 새롭게 개발했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부원료인 ‘루버스씨드추출물’과 ‘비타민나무열매추출분말’을 넣었습니다. 호흡기 건강에 도움 되는 모과농축액과 맥문동추출액도 넣어 시대적 특성을 반영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해

유제품과 함께 먹을 수 있어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잘론네츄럴

면역플러스를 시작으로 현재 약 50여종의 제품을 개발해 팔고 있다. 그래도 아직 직원 수 45명의 작은 회사다. 내로라하는 중견, 대기업에 비해 금전적,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작은 회사 나름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으로 유전자 분석 키트로 건강기능식품을 처방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제품을 개발한다는 주 대표. /더비비드


“성공 제품을 내놨다고 안주하고 있으면 바로 뒤처지더군요. 사업은 소비자를 향한 더듬이를 바짝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소비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죠. 판매 리뷰를 살펴보는 건 당연하고요. 대표이지만 직원들이 취합한 소비자 피드백만 보고받을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영 잘론네츄럴 대표 주요 경력

-2005년 조명 브랜드 주식회사 ‘주영’ 창업
-2015년 1월 건강기능식품 기업 ‘잘론네츄럴’ 창업
-2017년 면역플러스 제품 출시 이후 2000만개 판매
-2021년 120억원 매출 달성
-2022년 유전자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출시 예정

제품 개발 기간: 2년
제품 개발 비용: 2억6000만원
직원 수: 45명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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