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화훼농업 반전시킨 박정근 미스터허브 대표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짜장면집 아들은 짜장면을 먹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려서부터 질리도록 냄새를 맡아 언젠가부터 손을 대지 않게 된다.
미스터허브 박정근 대표(36)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화훼농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풀냄새와 흙냄새에 익숙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반나절 동안 잡초를 뽑을 때마다 3만원씩 용돈을 받았고,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으면 집에서 키우는 이름 모를 식물을 화분에 담아 선물로 가져가곤 했다.
가업을 이어받은 지 올해로 9년차다. 도매만 고집하던 부모님을 설득해 2019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에 부모님이 키우던 대형 관엽식물을 처분하고 허브·카라꽃·카네이션 등 20여 종의 작물을 키운다. 도매와 온라인의 매출은 99:1에서 50:50으로 비등비등해졌다. 2021년엔 온라인 판매만으로 4억원을 벌었다. 박 대표에게 풀냄새를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를 들었다.
◇화훼농가에서 태어나 화훼 전공한 ‘꽃수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는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박 대표의 부모님도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두 분 다 평범한 회사원이셨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귀농을 결심하곤 경기 고양시의 한 농원에서 관엽식물을 재배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농사를 지으신 것 같아요. 당시 초등학생이라 정확한 상황은 잘 몰랐지만 뭔가 삐걱대고 있다는 사실은 느낄 수 있었어요.”
종종 잡초 뽑는 일을 도와드리며 언젠가 부모님처럼 화훼농원을 꾸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말 있잖아요. ‘나이가 무기’라고. 젊은 사람이 농업을 한다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볼 때 미리 농사를 공부할 시간이 있었더라면 덜 고생하셨을 거란 생각을 자주 했는데요. 이런 일련의 고민 끝에 제 진로를 결정했죠.”
2012년 한국농수산대 화훼학과를 졸업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해 농장을 더 키워보고 싶었지만 부모님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10여 년간 관성처럼 해오시던 것들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마문제는 화훼농업 수익이 전혀 나질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비수기에는 월매출이 500만원이었는데, 난방비로만 월 500만원이 들고 그외 운영 비용을 합치면 나가는 돈만 600만원이었어요. 매달 100만원씩 적자를 보는 구조였죠.”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에 재고정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판매를 못해 쌓아둔 화분이 많았어요. 버리는 것에도 돈이 드니까 그나마 손해를 줄일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한 트럭에 싣고 도매시장에 헐값에 파는 것이죠. 오랜 시간 공들여 키워야 하는 대형 식물을 처분하고 허브와 카네이션 같은 계절성 작물을 다양하게 들여왔습니다.”
농장 운영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이어갈 순 없었다.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고민 끝에 떠올린 아이디어는 ‘온라인 판매’였다. “주변 사람 모두가 뜯어말렸어요. 부모님은 농장에서 할 일이 태산인데 왜 일을 벌이냐고 하셨죠. 온라인으로 스마트폰 케이스를 판매하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누가 식물을 온라인에서 사겠냐’며 코웃음 치더군요.”
주변의 만류에도 온라인 시장에 대한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화분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생활용품부터 식자재까지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시대니까요. 큰 투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덜하죠. 청년 농부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해보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었습니다.”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면 되지
2019년 쿠팡에서 작물을 팔기 시작했다. 업체명은 미스터허브. “쿠팡은 평소 즐겨 이용하던 쇼핑몰이니만큼 온라인 쇼핑 툴을 익히기가 수월했습니다. 워낙 이용자가 많아 그 많은 사람 들 중에 식물을 사고 싶은 사람이 0.1%만 있더라도 수익은 충분히 날 것이라고 생각했죠.”
배송과 포장이 온라인 판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식물 특성상 반품이 들어오면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먼저 식물의 크기에 맞는 박스를 준비하고, 적신 휴지와 랩으로 흙이 떨어지지 않게 화분을 감싼다. 그 위로 습자지를 두른 후 박스에 넣고 빈 공간을 신문지와 에어캡로 꽉 채운다. 배송 과정에서 박스를 던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 꽃집이나 화원에서 파는 식물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식물보다 더 싱싱할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대개 농장·경매장·도매점·소매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요. 그렇게 옮겨 다닐 때마다 식물의 피로도는 높아집니다. 오히려 농장에서 직배송하는 식물이 더 건강할 확률이 높아요. 지하철 4번 갈아타는 것보다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타는 게 훨씬 수월한 것처럼요.”
온라인 채널을 위해 직원을 2명이나 고용했는데, 매출은 쉽사리 늘지 않았다. “화훼업은 여름·겨울이 비수기예요. 직원들 월급 겨우 주고 나니 제 손에 남은 돈은 0원이었습니다. 도매로 종종 들어오던 주문도 줄어드니 할 일이 없더라고요.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2020년 12월 카메라를 켰습니다.”
◇안녕하세요, 청년농부 미스터허브입니다
2021년 8월 유튜브 채널 ‘청년농부 미스터허브’를 개설했다. “온라인 판매를 하다 보면 공통으로 들어오는 질문들이 있어요. 분갈이하는 법이나 키우기 쉬운 작물, 공기정화식물 추천 같은 내용들이 콘텐츠로서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물이 자라는 농장과 제가 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하면 더 진정성 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죠.”
유튜브 채널 개설은 결과적으로 득이 되는 판단이었다. “2022년 6월. 다시 찾아온 여름 비수기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쿠팡에 마이샵이란 기능이 있더군요. 쿠팡 안에 나만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었죠. 미스터허브 마이샵 링크를 유튜브 영상 설명란에 삽입하거나 개인 SNS에 올려뒀더니 그 링크를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습니다.”
온라인 판매처에 있는 다양한 홍보 기능 효과도 톡톡히 봤다. 쿠팡의 무료 노출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주요 구좌에 판매자가 직접 상품 노출을 신청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프로모션을 신청하면 노출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주요 화면에 상품을 띄울 수 있다. “비수기에 성수기보다 잘 팔린 건 처음이었어요. 마이샵·무료 노출 프로모션 기능을 쓰면서 쿠팡 월매출이 두 달 만에 207% 성장했습니다.”
◇온라인 판매, 부지런해야 살아남는다
온라인 판매를 기점으로 매출 그래프는 꾸준히 상승 곡선을 탔다. 2019년 1억원, 2020년 2억원에 이어 2021년 4억5000만원까지 돌파했다. 절대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다. “온라인 판매라고 해서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어선 안됩니다. 온종일 농장 1000평을 관리하며 흙을 만지다가 짬이 날 때마다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요.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릴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편집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다른 판매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 꼭 있어야 한다. “가령 다른 판매자들은 식물을 직접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화분 크기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요. 식물을 소품의 역할로만 한정해 크기가 작은 편인데요. 쿠팡에는 카페·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용자가 많아 중품 허브 수요가 높더군요. 좀 더 큰 화분에서 큰 허브로 키우는 건 농부 셀러라서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렇게 ‘애플민트 중품’이 미스터허브의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내년엔 치유농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치유농업은 체험농업의 상위 개념으로 자연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2021년 주말마다 농협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다. “지난 11월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은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무료로 치유농업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도 관련 분야에 주목하고 있으니 유난히 힘들 때 ‘치유농장에서 힐링하자’고 말하는 날이 머지 않았어요. 유튜브와 온라인 판매를 함께하는 강점을 살려 치유농장 키트를 판매하고 공간의 구애없이 식물을 통한 힐링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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