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년만에 6배 수익, 그림 재테크 이렇게 했습니다"

더 비비드 2024. 7. 1. 14:36
무용수에서 미술 경매사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주송현 교수

청담동 사모님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미술시장에 젊은 피가 수혈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맞물려 미술작품 공동 구매, NFT(대체불가능토큰)등의 아트테크(예술과 재테크의 합성어)가 부상한 덕이다.

아트테크는 작품 감상보다는 ‘수익 실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수집과 구별된다. 다만 수익 실현에만 천착했다간 본전도 못 찾을 수도 있어 컬렉터의 관점도 필요하다. 미술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의 이사인 주송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를 만나 미술시장의 작동 원리에 관해서 들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디지털 예술경영 석박사 과정을 지도하는 주송현 교수. /더비비드

◇이응노 화백을 사랑한 무용수

주송현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디지털 예술경영 석박사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경매사이자 아트디렉터이면서, 아트플랫폼 산하의 예술 교육기관 AT문화예술아카데미의 원장을 역임 중이다.

곧 열리는 ‘청년미술축제 아트그라운드 2022′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 아트테크 노하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트그라운드 2022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봉갤러리빌딩에서 2부에 걸쳐 열리는 청년 작가 대상의 아트페어다. 현재 국내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청년작가 45명이 참여한다. 진영, 이내, 다니엘 신, 슈니따, 이민재, 박한지, 김송리, 권혜현, 이찬주, 한아름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도 할 수 있다.

청년미술축제 아트그라운드 2022 홍보물. /아트그라운드 2022 홈페이지

- 미술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무용을 오래 했습니다. 국립 국악고 졸업 후 이화여대 무용과에 진학했죠. 교수로 진로를 결정한 후 무용이론과 미학을 주제로 이화여대와 한양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쳤어요. 그런데 이 모든 여정에 항상 ‘미술’이 있었어요. 무용을 할 땐 리듬감과 율동감을 갖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를 짰고요. 대학원에서는 무용 이론을 연구하면서 예술철학과 미술사를 이론적 기반으로 뒀었죠. 그렇게 10년을 캠퍼스에서 보냈는데요. 2018년 창립을 준비 중이던 아트투게더에 합류 제안을 받아서 미술계에 뛰어들었습니다.”

- 분야를 무용에서 미술로 옮긴 배경이 다소 생소한데요.

“전공인 무용이 어렵다고 느껴진 이유는 ‘세일즈’가 안 되기 때문이에요. 무용은 휘발의 예술입니다. 동작을 녹화하는 순간 현장의 매력이 사라지죠. 상품의 관점에서 파는 것이 어렵습니다. 반면 미술은 세일즈 포인트가 명확한 예술 영역입니다. 2차원의 캔버스, 굿즈. 조각 등 판매 가능한 대상으로서 거래가 운용되기 때문에 잠재 소비자를 끌어오기 용이하죠. 항상 제 뿌리인 무용의 소구 방식을 강구하는 것을 과업으로 여겼는데요. 미술이 일종의 가이드가 돼 줄 거라 판단했어요. 미술 시장을 들여다보면 무용계에서 아직 구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죠.”

◇미술 시장에 막 진입한 초보 컬렉터를 위한 백서

주송현 교수는 미술 거래를 주제로 다양한 강연을 한다. /주송현 교수 제공

미술 거래의 최전방에 있다. 이사를 맡고 있는 아트투게더는 피카소,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등 거장의 작품을 공동구매하는 플랫폼이다. 특정 작품을 공동 구매 후 일정 기간 보관 전시하다가, 수익 구간이 오면 공동구매 참여자를 대상으로 매각 투표를 진행해 과반수 이상 동의 시 매각을 진행해 수익을 창출한다. 미술품 경매사로 활동하며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 적도 있다.

- 미술 관련 직업도 여러 갈래로 파생되는데요. 작품의 가치 산정과 거래에 관련된 일을 택한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큐레이터, 판매자 등 미술 시장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데요. 저는 세일즈 영역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기존의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차용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신진작가를 전업 작가로 입문 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갤러리를 ‘마더갤러리’라고 하는데요. 분위기가 다소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데다, 가격 형성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서 신뢰가 가지 않거든요. 그보다는 가격 형성 과정을 공개하는 공동구매 플랫폼이나 실시간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경매에 마음이 갔죠. 미술품의 가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미술 시장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미술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책정되나요.

“작가의 비전에 좌우됩니다. 연령대와 생존 여부, 체력도 관련 있죠. 젊은 작가는 미숙하지만 발전할 여력이 있고, 4050대 작가의 작품은 가격이 높은 만큼 퀄리티가 높아요. 수상 이력과 전시 경험도 중요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금호 영아티스트상, 송은 미술대상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은 작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됩니다. 미술관이나 평단으로부터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공인받았다는 의미니까요. 두 지표는 붓을 꺾을 작가인지, 꺾지 않을 작가인지 보여주는 이정표이기도 하죠. 유명인의 소장 유무도 가치의 한 축을 이룹니다. 영국의 배우 휴그랜트가 38억원에 낙찰받은 앤디워홀의 작품이 6년 뒤 경매에 출품해 246억원에 낙찰된 사례는 유명하죠.

이건용 작가의 The Method of Drawing 76-1-8-1 그림 앞에선 주송현 교수. /더비비드

- 보다 근본적인 물음인데요. ‘예술품’이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나요.

“반반이라고 봐요. 모네, 피카소, 르누아르 등 책이나 미술관에서 자주 접하는 인상주의나 근대미술 작가를 주식시장에 빗대 ‘블루칩’ 작가라고 합니다. 위험이 덜하고 수익성이 좋다는 뜻이죠. 다만 거장의 작품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현대미술은 벤처에 가까워요. 리스크가 큰 만큼 큰 성과를 만들 수도 있겠죠. 관건은 무수히 많은 작가 중에서 큰 수익을 보장하는 작가를 선별하는 것인데요. 이게 가장 어려워요. 물론 투자 목적으로만 작품을 모은 사람들이 아닌 진심으로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성공한 컬렉터가 탄생하긴 합니다.”

- ‘좋은 그림’의 선별 기준이 궁금합니다.

“내 눈에 보기 좋은 작품이 가장 좋은 작품입니다. 작품을 되파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소 10년은 품을 각오를 해야 하죠. 오래 소장해야 하는데 눈엣가시처럼 보이면 안 되겠죠. 예술사적 가치도 주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학계, 평단, 미술관, 갤러리처럼 미술 흐름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작가나 작품인지도 따져보세요. 재테크적 판단 기준도 있어요. 우선 작품의 경매 횟수를 확인하세요. 다다익선인데요, 해당 작품의 유동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에요. 경매에서 낙찰되지 못한 비율을 뜻하는 ‘경매 유찰률’도 유용한 지표입니다. 높을수록 시장에서 이 작품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유사 작품의 연평균 가치 상승률을 체크하세요. 유사 작품의 최근 3년간 연평균 가치 상승률이 15~20% 이상인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권합니다.”

- 안목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전시회나 아트페어를 자주 방문하세요. 작은 작품이더라도 돈을 지불하고 사보는 경험이 안목과 취향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블루칩 작가 작품 중에서도 접근의 여지가 있는 드로잉이나 에디션이 있는 판화를 모으며 소장 경험을 쌓는 방법도 있죠. 전문가 집단의 지식 자본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트페어에 나가보면 유독 사람이 몰려 있는 부스가 있을 거예요. 왜 이 작품이 이 가격에 거래되고, 이 작가가 주목받고 있는 건지 물어보세요. 돈이 흐르는 곳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트투게더 공동구매 참여자들에게 공구를 추진한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모습. /주송현 교수 제공

- 일반 투자자도 그림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노하우가 따로 있나요.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워요. 미술시장에 30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 화상도 수익에 관한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고 말해요. 작품을 구매하더라도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작품을 관리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제 막 이 시장에 진입한 초보 컬렉터라면 공동구매를 추천합니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미술품을 사는 희열, 소장의 느낌, 수익 실현의 보람을 모두 경험할 수 있거든요. 운영 업체에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 주고 최적의 수익 구간에서 매각을 추진하니 번거로울 일도 없죠. 작품을 사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공동구매를 통해 담력을 키우면서 아트페어를 다니며 안목을 키우다 보면 기회가 보일 거예요.”

- 작품 구매 시 유의 사항이 있다면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진위 여부입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좋은 가격에 나왔다고 한들 작품의 진위 여부를 증빙할 방법이 없으면 그 거래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경매를 통한 작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수수료도 고려해야 합니다. 초보 컬렉터들은 낙찰 금액을 총 지불액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낙찰가에 18% 이상의 수수료가 더해집니다.”

- 초보 컬렉터를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미술품은 부동산과 비슷합니다.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고 오래 지켜봐야 하죠. 좋은 중개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판매에 치중하지 않고 작가와 작품을 깊게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소개하는 갤러리와 연이 닿아야 하죠. 미술 시장에도 작전 세력이 있어요. 갑자기 특정 작가가 뜬다 싶을 때 분위기에 호도되지 말고 한 걸음 물러나세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깊게 작가 공부를 할 필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 세대의 미술 시장 진입이 혁신인 이유

(왼쪽부터) 줄리안 오피 작가의 Sara Dancing 1, 김태호 작가의 내재율. /더비비드

미술 시장의 발전을 위해 선택한 방법론은 ‘교육’이다. 주기적으로 아트투게더의 공동구매 참여자를 대상으로 작품 해석 강연을 진행한다. AT문화예술아카데미를 설립한 이유도 이들을 안목 있는 컬렉터로 키우기 위해서다.

11월에는 ‘청년미술축제 아트그라운드 2022′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 아트테크 노하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트그라운드 2022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봉갤러리빌딩에서 2부에 걸쳐 열리는 청년 작가 대상의 아트페어다. 현재 국내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청년작가 45명이 참여한다. 진영, 이내, 다니엘 신, 슈니따, 이민재, 박한지, 김송리, 권혜현, 이찬주, 한아름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도 할 수 있다.

- 이번 행사의 관전 포인트 설명 부탁드립니다.

“‘후원’의 관점으로 접근해 보세요.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다는 마음으로요. 세계적인 아트 딜러는 대학을 갓 졸업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고 자신이 육성할 아티스트를 선정합니다. 그렇게 데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가 성장할 발판이 마련됐죠. 젊은 작가로부터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작가가 붓을 꺾지 않도록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페어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안에 저평가 우량주가 있을지도 몰라요.”

이우환 작가의 무제(2000) 앞에선 주송현 교수. /더비비드

- 이런 행사가 작가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대부분의 미술 축제가 관객 중심으로 꾸려진데 반해 이번 축제는 예술가 중심으로 준비됐습니다. 작가들에게도 배움의 장이 열린 셈이죠. 경매사로 활동할 때 일부러 신진작가의 작품으로 경매를 진행했어요. 자신의 작품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디렉터가 작품을 설명하는 방법론을 현장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미술 시장에 나갈 준비 중인 작가들은 꾸준히 배우고, 경험해야 합니다.”

- 미술시장에 청년들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미술품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우선 청년 세대의 미술시장 유입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활기를 띠기 시작했거든요. 청년층의 정보 습득력이 미술 시장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어요. 해외에서만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청년층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기도 하고요. 그들의 관심이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죠. 소비자 뿐만 아니라 청년 작가의 등장도 눈여겨봐야 해요. 과거에는 작가가 갤러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 작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개인 갤러리로 활용하며 판도가 바뀌고 있어요. 곧 앤디워홀처럼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실력 있는 작가가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