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라피스의 라이브 홈 요가 코칭 서비스 '웰리' 개발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2000년대 초반 ‘웰빙’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더니 코로나 이후엔 ‘웰니스’ 열풍이 불고 있다. 의미는 더 복잡해졌다. 웰빙(Well-being)에 행복(happiness)과 건강(fitness)을 합친 말이다.
요가 코칭 서비스 ‘웰리’를 만든 더라피스의 배재호(36) 대표는 스타트업계에서 오래 일했다. 하던 일이 잘 안돼 쉬던 시기, 건강과 관련된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2020년 12월에 출시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미 작년 매출을 넘겼다. 현재 5000명 이상의 회원이 웰리를 통해 요가를 배운다. 배 대표를 만나 요가 코칭 서비스를 개발한 과정을 들었다.
◇창업의 시작은 의외의 순간으로부터
웰리는 비대면 라이브 요가 코칭 웹 서비스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화상 수업에 참여해 요가를 배운다. 강사는 1800개의 자세 시연 영상으로 수업 커리큘럼을 짠다. 이후 원격 수업에서 강사는 수업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자세를 보면서 음성으로 자세를 지도한다.
양질의 수업을 위해 한 수업에 최대 14명의 수강생만 참가할 수 있다. 대신 수업 선택의 폭이 넓다. 매일 오전 5시 50분부터 자정까지 14명의 강사들이 매주 100개 이상의 수업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국민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사용자 경험(UX) 설계 공부를 했다. 2012년 휴학 후 에듀테크 스타트업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를 공동 창업했다. 2016년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 이직하면서 요가의 매력을 알게 됐다. "뇌파 측정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정신건강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이었어요. 요가와 명상 VR 콘텐츠를 제작을 맡게 됐죠. 직접 요가를 배워보고 업계 종사자를 만나면서 요가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2019년 여름, 다시 창업의 꿈을 품고 퇴사했다. 휴식 목적으로 떠난 다낭에서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마사지를 많이 받는데, 스파 서비스 추천 앱이 없더라고요. 현지에 계신 한인, 업계 종사자분들과 같이 평가지표에 맞춰 스파 서비스를 큐레이션하는 앱을 출시했어요. 당시에는 동남아시아 여행 붐이 일던 때라 반응이 뜨거웠죠.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12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게 됐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업 규모가 급격하게 축소됐다. “다낭으로 가는 비행편이 하루 40개씩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여행이 중단됐어요. 팀원들이 다 귀국하고 강제로 휴식기를 가졌죠.”
집에서 쉬면서 운동을 했다. “스트레스가 컸어요. 여행업이 언제 활성화될지도 모르고, 이제는 비대면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죠.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요가를 하는데, 아내가 요가 자세를 하나씩 짚어주면서 가르쳐주더라고요. 운동 효과와 습득 속도가 확실히 좋다고 느꼈어요.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시기라 오프라인 요가원은 꺼려지던 차였는데, 문득 ‘화상 수업으로 자세를 지도해준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대면 수업보다 더 집중 잘되는 비대면 수업은 없을까
2020년 10월 ‘전문가가 지도하는 온라인 요가 수업’ 기획에 들어갔다. 먼저 국내 요가 시장 현황을 살폈다. “요가원은 소비자들이 많이 오가는 직장이나, 아파트 밀집 지역 근처에 자리를 잡다 보니 공간에 따른 고정 비용이 큰 특성이 있어요. 그러면서 소비자 수요가 큰 주말과 평일 저녁 시간대에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구조에요.”
공간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망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피트니스 시장은 4조원 규모입니다. 그중 요가 인구는 약 400만명 수준이죠. 전 세계적으로 국민 소득이 늘수록 요가 산업도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캐나다는 인구의 35%, 호주는 20% 정도가 요가를 즐겨 생활 체육으로 인정받고 있죠.”
서비스 개발에 돌입했다. 목표는 ‘대면 수업보다 몰입이 잘되는 온라인 수업’이었다. “업계 종사자와 인터뷰하며 요가 수업의 특징을 분석했어요. 대면 수업에서 강사가 느낀 한계점은 ‘자세를 시연하느라 수강생의 자세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준비된 자세 영상을 틀고, 요가 강사는 수강생에게 집중하면 됩니다. 수강생을 지도하는 데 특화되는 거죠.”
1800개의 영상 모듈을 제작했다. “전문 요가 강사를 초빙해 스튜디오에서 각각의 자세를 녹화하기 시작했어요. 자세마다 탑뷰, 사이드뷰, 클로즈업 등 다양한 각도로 촬영했죠. 이후 수강생이 가장 이해하기 쉽게 편집했습니다.”
2020년 12월,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해 상품성을 검증했다. “수강생과 강사 모두 자세가 잘 보인다는 평을 했습니다. 다양한 구도로 촬영하고, 중요한 부분은 자세히 보여주도록 편집한 덕분이죠. 손가락을 벌리는 각도까지 보일 정도로요. 특히 강사들은 현장 수업과 달리 수강생이 겹쳐보이지 않아서 만족스럽다는 평이 많았어요.”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는 서비스가 아닌 ‘오프라인의 한계를 극복한 서비스’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 수업보다 자세에 대한 피드백이 더 꼼꼼해서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공간의 제약 없이 양질의 수업을 수강하니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소비자도 많아요. 접속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태국, 대만 등 8개국에서 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기능을 계속 보완하고 있다. “현장 수업보다 정확한 피드백을 하려면 신체 골격근의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강사에 대한 이론 수업과 음성 코칭 노하우를 전달하는 자체 교육 과정을 도입했습니다. 또 수강생에게는 수업 전 신체별 특이사항을 기록하는 설문을 추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강생이 발목이 약하다고 기록해두면 강사는 미리 참고해 무리한 동작은 제외하고 강좌 커리큘럼을 짤 수 있죠.”
◇여행지에서 웰리하세요
웰리 수강생은 회당 9000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시간대의 수업을 예약해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 수업 전 화상 수업 링크를 받아 접속하면 된다. 시연 동영상을 보며 자세를 따라 하다 보면 강사가 실시간으로 음성으로 피드백해준다. 요가 강사가 직접 동작을 시연하는 현장 수업보다 수업 중 피드백의 빈도가 5배 이상 높다.
약 2만명의 회원 중 5000명 이상이 요가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30대 여성이다.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 8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디데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부터 SK, 현대해상 등 유명 기업이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웰리 이용권을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영상 분석 기능이 추가된다. “수강생의 영상 속 동작을 추적하고 평가하는 AI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어요. 강사의 피드백을 더 해 매월 평가 리포트를 제공하는 기능이 추가됩니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 요가와 여행을 접목한 패키지 프로그램도 기획할 예정이죠.”
기존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웰리가 현장 수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화상 요가 수업이었다면,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현장 수업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품으로 출시해야 하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를 개발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현장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지 말고, 현장보다 더 만족스러운 소비자 경험이 가능하게끔 기획해보세요.”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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