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스타트업 ‘위미트’ 안현석 대표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육류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 파괴, 자원 고갈 등의 문제로 대체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대체육, 비건(Vegan) 등을 내세운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채식 음식점이 성황리에 영업중이고, 대체육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여러 회사가 등장했다.
이제 누가 더 맛있게 대체육을 만드느냐 싸움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위미트’는 버섯을 주재료로 대체육을 만든다.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대신하는 데 중점을 뒀다. 프라이드 치킨과 꿔바로우, 깐풍기, 마살라 등을 판다. 실제 치킨과 맛은 같은데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없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2년 1월 열린 ‘디데이x디캠프 올스타전’에서 한국성장금융상을 받았다. 위미트 안현석(36)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위미트의 경쟁력을 들었다.
◇채식주의자도 ‘치킨’은 먹고 싶어
안 대표는 2013년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후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아서디리틀’의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3년 가까이 첫직장에서 일하다 고등학교 1년 선배가 차린 IT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이후 디자인 회사에서 1년간 일하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사업가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창업을 꿈꾸긴 했는데, 막상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니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산업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막연하던 창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어요.”
미국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 입학해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다 석사 과정을 한 학기 남기고 학교를 그만 뒀다. “제품을 설계하고 만드는 것에 무게를 두는 학교였어요. 탁자, 로봇 등 이것저것 많이 만들었어요. 2년을 해보니까 어떤 제품이든 만들어볼 수는 있겠단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다만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없었고, 당장 창업을 하기로 했죠. 실은 직장생활로 벌어둔 돈도 거진 떨어졌거든요.”
안 대표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2018년 채식을 시작했다. 이게 ‘대체육 창업’으로 연결됐다. 2020년 귀국하자 한국에도 여러 대체육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풀무원·오뚜기 등 식품기업이 대체육 상품을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틈이 보였다.
“해외에선 어느 식당에 가도 채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 채식이 딱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에 오니까 채식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메뉴가 다양하지 않은데다 어디에서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찾기 어렵죠. 대체육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도 크고요.”
‘닭고기’ 대체육을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도 대체육을 좀더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특정 종교나 문화권에서는 먹지 않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달리 닭고기는 가장 보편적인 육류예요. 우리 한국인에겐 소울푸드라고 불릴 만큼 치킨이 인기 있기도 하고요.”
◇콩 대신 버섯으로 만든 치킨
2020년 8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창업허브의 공유주방에 사무실을 차리고 대체육 개발을 시작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청년식품창업 랩(lab)에서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받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벤처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대체육’하면 콩고기를 떠올린다. 시중 대체육 대부분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고기 식감을 구현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면 세계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서 두부와 유부 등 콩류가 차지하는 규모는 55.6%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해외에서 만든 콩 단백질을 수입해 재가공한다. 하지만 건조한 음식물을 가공하는 방법으론 고기 같은 쫀쫀한 식감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 정도를 구현하는 데 그친다.
‘첨부터 이런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계획을 고집하기보단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며 기술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처음 두부로 시작했다. “두부를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 고기 같은 식감이 생긴다는 얘기가 있어요. 거기서 시작했죠. 콩에 열과 압력을 가하면 내부에 공간이 생기면서 질감이 폭신폭신해집니다. 말린 두부 드셔본 분은 알 거예요. 하지만 고기 식감과는 다르니까 이걸 갈아서 햄버거 패티나 함박 스테이크용으로 쓰죠.”
아쉬웠다. 결대로 찢어지는 구운 닭고기 식감을 구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대체재를 찾았다. ‘콩’이 아닌 ‘새송이버섯’을 활용하기로 했다. “버섯치고 향이 강하지 않고요. 닭고기처럼 하얀색인데다 결대로 찢어집니다. 무엇보다 구하기 쉽고 저렴해요. 대체육에 사용되는 원료는 콩에서 기름을 짜낸 탈지대두를 분말화한 건데요. 저희는 버섯을 키울 때 나오는 상품성 없는 부분을 활용했습니다. 말려서 압출성형하지 않고, 버섯 덩어리를 이용해서 대체육을 생산하는 공정을 자체 개발해서 ‘고수분대체육 기술’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치킨에 이어 꿔바로우, 깐풍기, 마살라 등도 개발했다.
◇대체육 시장의 새 표준을 꿈꾸며
2020년 12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식회를 열고, 2021년 5월 크라우드 펀딩에서 제품을 처음 내놨다. 식당, 맥줏집 등 약 70여곳에서 위미트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치킨에 이어 꿔바로우, 깐풍기, 마살라 등도 개발했다. 주요 고객은 환경과 동물, 건강에 관심이 많은 20~30대다. 다양한 소비자가 위미트 제품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올해 안에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 닭고기의 콜레스테롤이 위험할 수 있는데, 저희 제품은 그런 분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어요. 버섯이 주재료라 식이섬유가 높아서 포만감은 있는데 소화는 잘되죠. 위미트 200g짜리 1팩에 단백질이 1일 권장 섭취량의 78% 들어 있고요. 식이섬유는 100%에요. 포화 지방은 진짜 치킨 대비 50% 낮습니다. 지금은 대체육 가격이 일반 고기 대비 2배 정도 비싸지만, 공정 과정을 효율화 해서 단가를 낮추면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워질 겁니다.”
완벽한 준비란 없다고 조언했다. “창업 전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드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어요. 우선순위는 마음가짐이에요. 경험하고 실패하고 부딪히는 과정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찬희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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