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위한 경영 관리 앱 '사업노트'의 곽효재 대표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을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옛날 소문난 맛집은 영업 끝난 후가 더 바빴다. 이젠 ‘돈 세느라 밤 새운다’는 말은 사라졌다. 모바일 앱으로 매출을 관리하고 매장 상황을 실시간 살필 수 있다. 주식회사 사업노트의 곽효재(37) 대표는 자영업자용 경영관리 앱 ‘사업노트’를 개발했다. 곽 대표를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사업 초보 위한 서비스
사업노트는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 관리 애플리케이션이다. 세무 기장 서비스, 사업장 매출·지출 내역 정리, 근로계약서·급여 자동 산출 등 노무 업무 보조, 최신 정책 지원금 소식 알림 등 기능을 제공한다.
2021년 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2022년 2월 공식 출시했다. 앱 서비스 이용료는 무료다. 별다른 홍보 없이 1만6000명의 소상공인이 앱에 가입했다. 요식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 다양하다. 한 달 8000명의 이용자가 사업노트를 꾸준히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2023년 6월 기능을 추가한 앱 서비스 ‘사업랩’을 새롭게 출시한다. 앱이 알아서 업장 분석 리포트를 만들고, 이익률 증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작년 11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개최한 창업경진대회 ‘디데이X디캠프 올스타전’에 5개 초기 스타트업 발표사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곽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창업에 대한 꿈은 항상 있었는데 졸업 때까지 뚜렷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11년 동안이나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엘지디스플레이에 들어가 5년 정도 생산관리 업무를 하다, 투자 상품 판매 파트로 옮겨 영업직으로 6년 일했습니다. 나중에 사업을 하려면 여러 사람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서요.”
사업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씩 창업하는 모습을 봤다. “대기업에서 나와 카페나 음식점과 같은 요식업에 도전하는 선후배들을 봤어요. 부모님도 직장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꽃집을 운영하셨고요. 멀리서 사업 아이템을 찾을 게 아니더라고요. 갓 창업한 ‘사업 초보’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어요.”
◇주먹구구식 자영업 구조 바꾸자
평범한 사람들이 주로 도전하는 요식업·서비스업 분야를 주목했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인식 때문인지 아무나 들어와 주먹구구식 경영이 많았다. “종잣돈으로 인생 걸고 하는 도전인데, 어림짐작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지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게을러서가 아니라 ‘잘 몰라서’가 대부분이었어요. 기본적인 세금 신고법, 장부 정리법, 직원 관리법을 알려 주는 사람도, 공부할 방법도 마땅히 없었으니까요.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 관리 앱’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먼지 쌓여있던 코딩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필요한 기능을 모두 담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번화가를 모두 다녔어요. 직접 자영업자를 만나 사업하면서 불편한 점, 귀찮은 점, 어려운 점이 뭔지 물어봤죠.”
경영 관련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무, 노무 등 특화 서비스는 있어요. 그런데 업장은 이 업무들이 유기적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경우 거래처 미납금, 거래처별 수수료 등 기재할 사항이 많고 다 연결돼 있는데, 이를 고려한 친절한 앱 서비스는 없다는 거죠.”
낮에 자영업자를 만나고 저녁에는 사무실에 들어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앱에 기능을 하나씩 추가했다. “앱 개발 중반쯤부터는 소상공인분들께 앱에 있는 기능들을 설명하고 이런 기능들을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다녔어요. 그렇게 보완을 반복하다 보니 1년 넘는 시간이 걸렸죠. 왜 그동안 자영업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뎠는지 알겠더라고요. 수익 없이 3억원 넘는 자금을 쏟아가며 개발했어요.”
◇운영하던 앱 두고 과감히 피봇
2021년 1월, 시험용 앱을 출시했다. 소규모 사업에 맞는 회계·노무 관리 기능을 한 데 모은 서비스다. 출시 초기부터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다. 이용자의 40%가 20~40대 자영업자다.
올인원 서비스를 표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용자 후기와 앱 사용량 분석을 토대로 앱을 보완하기로 했다. “초기 앱에서는 노무 관련 기능이 제일 인기가 많았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과 직원 근태 관리 등의 업무를 대신하는 기능이죠. 결국 급여일, 직원 입사일, 세금 납부일 등 특정 날짜에만 앱 방문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한달에 3~4번 정도죠. 사업노트를 매일 방문하게끔 만드는 핵심 기능이 필요했어요.”
자영업자의 가려운 등을 제대로 긁는 기능을 추가했다. ‘데이터 분석 리포트’다. “월말에 경영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기능입니다. 예컨대 ‘월요일마다 매출이 20%씩 감소하니 휴무일을 월요일로 바꿔보라’는 등의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 거죠. 피드백은 업장별로 맞춤으로 제공됩니다. 단기 근로자가 많은 업장의 경우 월별 직원 목록과 급여 자동 산출 리포트를 제공하고, 요식업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 판매가 잘되는 품목을 따로 정리해주는 식이죠.”
◇‘경제활동인구 4분의 1, 자영업자도 비서가 필요하다
사업노트는 신규 앱 ‘사업랩’을 올해 6월 출시한다. 개발을 끝낸 오류 검증 단계다. “기존 앱 업데이트로는 기능 보완에 한계가 있어 아예 앱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입력할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동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정보 연동과 POS·키오스크 기기 호환성을 높였죠.”
제품 출시 전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혼자 고민할수록 객관화가 잘 안 됩니다. 나도 모르게 유리한 면만 보게 되죠. 개발 단계에서 사업 아이템의 메커니즘과 수익구조에 대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앱을 이용할 잠재 소비자, 투자자, 동종업계 종사자 등 많이 만날수록 좋아요. 개발하면서 놓친 부분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김영리 에디터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카락을 머리 대신 손바닥에 심은 이유" (0) | 2024.06.27 |
---|---|
만 15세 의대 합격한 천재가 서른 넘어 하고 있는 도전 (0) | 2024.06.27 |
"그 좋다는 의사 하다가 창업에 도전한 이유" (0) | 2024.06.27 |
90년대 3대 생산국의 영화, 중저가 맞춤형 한국 시계의 부활 (0) | 2024.06.27 |
서울대가 돈을 투자할 때 반드시 지키는 3가지 원칙 (0) | 2024.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