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동 과수원집에 20대 부산 아가씨가 시집온 후 생긴 일

더 비비드 2025. 3. 17. 08:35
경북 안동 애플향농원 임영우·이수빈 부부

경북 안동 애플향농원 임영우·이수빈 부부. /애플향농원

궁합에서는 ‘유사성’과 ‘상호 보완성’을 모두 중요하게 본다. 똑같은 성질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궁합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서로의 약점까지 보완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100점짜리 궁합으로 본다. 

음식의 궁합에서 그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사과와 땅콩버터는 따로 먹어도 몸에 좋지만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사과는 식이섬유와 비타민C가 풍부하지만 단백질이 부족하다. 여기에 땅콩버터를 곁들이면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까지 섭취할 수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사과 과수원 ‘애플향농원’을 운영하는 임영우(32) 씨와 이수빈(28) 씨는 궁합도 안 본다는 4살 차이다. 남편인 임 씨는 사과 재배에 집중하고 아내인 이 씨는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사과와 땅콩버터 같은 두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3대째 이어온 안동 사과 과수원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길안면에 걸쳐있는 애플향농원 과수원 전경. /애플향농원

애플향농원은 경북 안동시 임하면과 길안면에 걸쳐있는 사과 과수원이다. 안동 사과는 과육이 단단하고 무게가 무거우며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양과 기후 조건이 적당해 당도가 높다. 애플향농원에서는 14브릭스(Brix) 이상의 고당도 사과를 수확 당일 선별한다.

갓 수확한 사과.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점이 밀도 있게 박힌 사과가 맛있는 사과다. /애플향농원

임영우 대표는 3대째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주 품종은 부사다. 부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꼭지와 하단에 은은한 황록색의 줄무늬가 있고 과육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작은 흠집이나 색상이 선명하지 않은 사과는 ‘가정용 사과’로 분류한다. 신선도나 당도, 맛에는 문제가 없지만 선물용 과일의 절반 가격으로 낮췄다.

◇청년 농부의 사과 재배 도전기

대학 졸업 후 바로 사과 농부가 됐다는 임 씨(왼쪽)와 이 씨가 온라인몰에서 핸드메이드 캔들을 소개하는 모습. /애플향농원

2만평(약 6만6115㎡) 규모의 애플향농원 과수원. 이곳에서 연간 약 200t(톤)의 사과가 나온다. 임 씨는 2017년 부산 동명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가업을 이어받아 사과 농사에 뛰어들었다. 이 씨가 그 옆을 지키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 씨는 2019년 한성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핸드메이드 캔들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했다. 사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 남편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났어요. 농부라고 하면 흙 묻은 운동화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죠. 미리 말하지 않았으면 농부인 줄 몰랐을 거예요. 멀끔한 차림새와 훤칠한 인상이었습니다. 장거리 연애였지만 남편이 당일치기로 안동과 부산을 매일 오갔어요. 길어야 3~4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왕복 5시간을 운전하는 모습이 고맙고 미안했죠. 연애한 지 3개월 쯤 됐을 때 남편을 보러 안동에 간 적이 있습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농부더군요. 그때 또 한 번 반했어요.”

갓 수확한 사과. 과수원 집 아들이었던 임 씨는 과일 중 으뜸으로 사과를 꼽는다. /애플향농원

- 사과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 이유는요.

(임) “짜장면 집 아들은 짜장면 안 먹는다는 말이 있죠. 전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사과를 참 좋아했어요. 하루에 하나씩 먹는 게 너무 당연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당연한 듯 아버지를 찾아가 농사를 짓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도 좋아하셨어요. 할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일을 이어받아 한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과수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임) “이맘때쯤엔 비료를 주고 가지를 쳐야 합니다. 병 걸린 가지를 빠르게 확인해야 다른 가지로 번지지 않죠. 날이 따뜻해지면 나무에 꽃이 피죠. 그 자리에 열매가 맺혀요. 5~6월엔 적과(열매를 솎는 일)를 합니다. 여름엔 햇빛을 많이 받아 가지가 많이 자라서 가지치기를 한 번 더 해줘야 해요.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엔 사과에 붙은 잎사귀를 떼고 바닥에 반사필름을 깝니다. 사과 표면에 붉은색을 골고루 입히기 위함이죠. 그리고 나면 마침내 수확합니다.”

임 씨가 사과 나무를 돌보는 모습. /애플향농원

- 사과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꼽자면요.

(임) “‘정성’이요. 진부한 것 같아도 숨은 뜻이 있습니다. 과수원에 자주 가서 나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해요. 가령 나무 수세가 약하면 질소가 섞인 비료를 주고, 꽃이 잘 떨어지면 인산 비료를 뿌려야 합니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에요. 시기를 놓치면 나무의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기 때문이죠. 병해충을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살펴보는 것 외엔 방도가 없습니다."

◇사과를 두고 펼치는 줄다리기

온라인 라이브 커머스에서 사과 선별 과정을 직접 소개하기도 한다. /애플향농원 라이브커머스 캡처

2024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는 이 씨가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매일 주문량을 확인하고 송장을 뽑는 등 서무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도 시도했다. 사과 선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일도 이 씨의 몫이다.

- 사과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나요.

(이) “크기에 따라 소과·중과·중대과·대과 등 4가지 단계로 나눕니다. 2.5㎏을 기준으로 할 때 소과는 11~12과, 중과는 9~10과, 중대과는 7~8과 대과는 5~6과가 들어가죠. 아무런 흠집 없이 깔끔한 사과는 선물용으로 나가고, 일부 흠집이나 색이 덜 선명한 사과는 ‘가정용 사과’라는 이름으로 나갑니다. 맛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이 씨가 저온창고에서 사과를 살피고 있다. /애플향농원

- 지난겨울에 수확한 사과를 지금 먹어도 맛있나요.

(임) “사과도 후숙 과일입니다. 수확 후 1℃에서 영하 2~3℃ 사이의 저온 창고에 저장하면 당도가 더 올라가죠. 이 사실을 아는 분들은 일단 주문하셨다가 한두달 뒤에 다시 방문하시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4개월 후숙한 사과가 가장 맛있더군요. 물론 취향에 따라 햇사과를 더 선호하는 분들도 있고요.”

- 함께 일하며 의견 차이가 있었던 적이 있나요.

(이) “남편과 가끔 가격 줄다리기를 합니다. 그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과를 사 먹던 소비자였으니, 소비자 입장에 서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하는데요. 남편 입장에선 애지중지 키운 사과니까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하죠. 항상 남편은 못이기는 척 제 뜻에 따라줍니다. 결과도 더 좋아요. 가격을 낮췄을 때 전체 판매량이나 매출도 늘고 좋은 리뷰도 많이 달립니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두 가지

수확을 앞둔 사과 나무(왼쪽)와 수확 후 트럭에 가득 담은 사과들. /애플향농원

임 씨는 과수원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시에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또 경북 안동시의 도움을 받아 2025년 6월부터 1년간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한다.

- 맛있는 사과를 고르는 노하우를 소개해 주세요.

(임) “사과 껍질에 힌트가 있습니다. 표면이 까칠까칠한 사과가 좋아요. 사과를 자세히 보면 점이 박혀 있는데요. 점이 밀도 있게 많이 박힌 사과가 당도가 높을 확률이 높죠. 간혹 사과 단면을 잘랐을 때 꿀이 안 보인다며 아쉬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꿀사과의 그 ‘꿀’은 사실 진짜 꿀이 아니에요. 당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도 않죠.”

두 사람이 사과밭에서 웨딩촬영한 모습. /애플향농원

-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이) “온라인 유통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사진이 참 많이 필요한데요. 남편이 사진 촬영에 비협조적일 때가 많아요. 일하느라 바빠서 그렇다는데, 어쩌면 부끄러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딱 그거 하나 빼면 모두 만족해요. 사과 농부 남편 덕분에 제 적성을 살리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임) “언제나 아내 말이 다 맞아요. 저만 잘하면 됩니다. 아내는 사과와 참 많이 닮았어요.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는 점에서요. 저는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입니다. 과수원 일을 하다 보면 정작 아내에겐 소홀할 때가 많아요. 말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다 헤아려주는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