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광고식별자 및 리워드앱 개발사
원셀프월드 창업기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헸다. 사용자 응답 기반 정보와 블록체인 기술로 광고주는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사용자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없이 앱테크를 할 수 있다. 2024년 4월 출시 후 1년도 되지 않아 가입자 수 70만명을 넘었다. 마이비의 운영사 원셀프월드의 조창현(48) 대표를 만나 금 캐는 앱테크 개발기를 들었다.
◇우아한 삶 대신 선택한 창업

조창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부 95학번이다. 성공한 사회인이었지만 닦인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동기들이 대기업 입사와 고시 준비를 할 때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충무로가 도제식으로 운영되던 시절, 영화 시장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구색을 갖추는 것을 목격하고 한 영화 제작사의 마케터로 일했다. 이름 들으면 알법한 히트작도 배출했다.
다음 행선지는 컨설팅펌이다. 유명 경영 컨설팅펌 AT커니(A.T. Kearney)에 입사해 파트너까지 역임했다.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마케팅을 하는 상장기업 FSN의 부대표로 영입돼 모바일 광고 플랫폼 카울리(Cauly) 사업 대표로 일했다. 카울리는 모바일 광고 시장 부문에서 전세계 유일하게 구글보다 시장점유울이 높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 기세를 이어 FSN 아시아의 대표가 됐다. 4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회사를 해외 상주 직원 600명, 순매출 6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웠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개인 사무실과 비서. 이룬 것을 유지만해도 우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삽부터 뜨는 창업을 택했다. “FSN 아시아는 제가 만든 회사였지만 모기업과 자본과 기술을 활용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온전한 내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구상한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늘 산업의 최전방을 주시합니다. 그곳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거든요. 블록체인 기술이 코인 투기 이미지와 맞물려 평가절하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블록체인의 장점을 기술적으로 활용한 버티컬 서비스도 부재했고요. 블록체인 기술을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활용하면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모바일 광고 시장에 불어 닥친 위기

그가 주목한 건 광고식별자를 둘러싼 모바일 광고 시장의 변화다. 지금까지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가 제공하는 광고식별자에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서 모바일의 주인을 추정했다. 휴대폰에 깔린 앱과 이용자의 행동양상을 토대로 광고를 집행하는 식이다.
하지만 광고식별자를 둘러싼 방침이 바뀌면서, 타겟 마케팅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사용자가 앱에 추정금지 요청을 하면서 광고주 입장에서 광고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데이터는 사용자가 만들고, 돈은 대형 플랫폼이 버는 구조가 고착화됐죠. 사용자 행동 기반의 데이터 소유권을 대형 플랫폼 기업이 갖고 있으니까요.”
광고 시장의 위기로 부상한 핑거프린트 방식도 완전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 “OS가 식별자를 제공하지 않아도 제한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디바이스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나, 기기의 모델명, 앱 사용 정보 등인데요. 핑거프린트는 일련의 정보를 조합해 추정하는 방식인데,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안타까웠어요. 이렇게 한 세대가 끝나는 건가 싶었죠.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라 느꼈습니다.”
◇배지로 드러내는 나의 자아

2023년 5월 원셀프월드를 창업하고, 마이비 개발에 들어갔다. 신개념 식별자를 도입하는데 방점을 뒀다. 웹 3.0의 기술적 인프라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체 광고식별자 시스템‘W3ID’(web 3.0 Identity을 조합한 단어)를 고안했다. 이 기술로 특허도 등록했다.
복잡한 것 같지만 어렵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예방접종 증명서로 기능했던 앱 쿠브(coov)를 떠올리면 된다. 마이비 앱을 다운받아서 가입하면 사용자 전용 지갑을 생성해준다. 설문과 퀴즈를 통해 수집한 이용자의 취향 정보는 소울바운드토큰(SBT)으로 기록된다. 디지털 지갑 주소와 토큰화된 취향정보의 조합이 광고식별자로 기능한다. SBT는 복제와 거래가 불가능해 신뢰할 수 있는데다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할 수 없다. 명백히 ‘양지의 수단’이란 의미다.
관건은 블록체인 기술을 티내지 않는 것이다. “저희가 목표로 한 것은 광고주와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새로운 광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록체인, 디지털 지갑 같은 웹3.0 기반의 기술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죠. 기존의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아서 활성화가 되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때 대중에게 익숙한 웹2.0의 문법을 차용했습니다. 직관적이고, 쉽게 설계했죠.”

설문과 퀴즈로 확보한 사용자의 응답은 취향 정보가 된다. 이를 이용자에게 SBT 배지(badge)를 부여한다. 배지는 이용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마케팅 데이터로 활용된다. “배지의 카테고리는 정말 다양해요. 성별, 취미, 선호 브랜드, 응원하는 스포츠팀처럼 단위가 큰 것부터 마니악한 분야까지 아우르는데요. 배지는 이용자가 이 세계에 몰입할 유인책이 돼 줍니다. 특정 배지가 있는 사용자만 광고주 채널에 참여할 수 있고, 이벤트 역시 특정 배지 소유자만 참여할 수 있게 설정이 가능하거든요. 광고주는 사용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1000만개의 배지를 발행했습니다.”
마이비 이용자는 짧은 시간 동안 재미와 실질적인 보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상식 풀기나 외국어 퀴즈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자기전에 마이비 이벤트 10개 참여하기’를 자기계발 미션처럼 여기는 유저가 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죠. 소소하게 공부하면서 보상까지 챙길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보상 수준도 높은 편입니다. 많이 가져가시는 분은 한 달 기준으로 10만~20만원은 받아가요. 가장 인기 있는 항목은 커피 쿠폰과 네이버페이 상품권인데요. 요즘 금값이 오르면서 금으로 교환하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
◇완전히 새로운 광고 생태계, 누적 가입자 70만명 달성

이용자 관점에선 쉽고 간결한 운영 방식이지만, 구축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웹2.0과 웹3.0 기술은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둘의 기술적 조화를 도모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고초를 딛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 시도는 값진 성과로 돌아왔다. 마이비는 출시 3개월 만에 구글플레이 ‘라이프스타일’ 항목에서 3위를 기록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는 70만명에 달한다.
신기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벤처 생태계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와이즈버즈, 크릿벤처스 등 여러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중소벤처기업의부 팁스(TIPS)에 선정됐다. 2024년 12월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프로그램 ‘디캠프 배치’ 1기로 참여하게 됐다.
원셀프월드는 단순 리워드 앱 개발사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새로운 광고식별자 시스템을 고안한 인프라 개발사다. “내부적으로 저희 사업을 ‘지갑에 개인의 정체성을 담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사명을 원셀프월드로 지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죠. 지갑에 담긴 자아는 바꿀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유저의 속성을 보여줘요. 지갑에 누적된 데이터는 웹3.0이 보편화 됐을 때 빛을 발할 겁니다. 정보의 소유권은 유저에게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데이터 주권까지 확보하게 됩니다.”
마이비는 원셀프월드 청사진의 첫단계다. “여러 단계로 비전을 구상했습니다. 첫번째는 W3ID로 주요 매체인 마이비를 성공시키는 겁니다. 이 단계에선 해외 진출 등으로 플랫폼을 키워서 마이비의 상업적 가치를 광고주에게 증명해야 하죠. 두번째 단계는 마이비의 주요 이벤트와 기능을 외부 매체에 연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애드 네트워크라고 하는데요. 다른 모바일 앱으로도 이용자를 모을 수 있어요. 마지막 단계는 애드 네트워크로 확보한 지갑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겁니다. 시간 문제겠지만 웹3.0 시대는 도래할 겁니다. 그때 가장 많은 지갑을 보유한 마이비 같은 앱이 웹3.0시대의 수퍼앱이 될 겁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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