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리걸테크 창업기
부모가 없는 아이들, 자녀가 없는 노인, 가정을 이뤘다가 파탄이 난 미혼모, 기댈 데 없는 1인 가구 등.
사회가 고도화되고,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사회를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정’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온전 주식회사’(이하 온전)는 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탄생한 기업입니다. 혼자인 이들을 다방면으로 돕기 위해 ‘대체가정’을 솔루션화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21년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온전은 현재 내 뜻 전달 플랫폼 ‘온전함’과 비대면 전자 계약 서비스 ‘온트랙’ 두 개의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온전 3인방 차형진 대표, 배성환 이사, 김호진 CTO를 1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Q.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리걸테크 기업 온전입니다. 2023년 5월, 치매 시에도 내 뜻대로 돌봄과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온전함' 서비스를 론칭해 운영 중입니다. 작년 5월에는 누구나 쉽게 말만으로도 안전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비대면 전자 계약 서비스 '온트랙'을 출시했습니다.

Q. 세 분의 합류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차형진 대표) 창업 전 변호사로 근무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저의 창업을 의아해하지만, 사실 저는 법이 재미있어서 공부했어요. 그 시간을 자격증으로 남기고 싶어서 변호사가 된 측면이 큽니다. 항상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비전이 있었어요. 겉으로는 갑자기 방향을 튼 걸로 보이겠지만 제 뜻은 한결같았습니다.

(배성환 이사) 온전에 합류하기 전에는 개발자였습니다. 스타트업, 보안 관련 솔루션 등 IT 산업에 종사했죠. 차형진 대표와는 공통 지인을 통해 연을 맺었는데요. 굉장히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꾸준히 교류하다가, 합류 제안을 받아서 함께하기로 했어요. 평소 믿었던 분이라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어요.
(김호진 CTO) 저 역시 개발자였습니다. 첫 직장 재직 당시 기계적인 업무 처리 방식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구조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냥 부속물이구나’, ‘톱니바퀴 중 하나에 불과했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퇴사하고 쉬고 있을 때 온전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곳이라면 몸을 갈아서라도 일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합류했습니다.


Q. 2024년 내뜻 전달 플랫폼 ‘온전함’을 출시했는데요.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A. 비대면 전자 계약 서비스 온트랙을 출시했습니다. 사실 온전함만으로는 큰 수익을 거둘 수 없었어요. 사회공헌적 측면이 큰 서비스였거든요.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다가 화상 계약 솔루션을 론칭 했습니다.
Q. 온트랙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계약 당사자들을 화상 회의에 참석 시켜 당사자끼리 계약 내용을 합의해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비대면 계약 플랫폼입니다. 계약 과정을 녹화해 잘못된 내용을 통지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고, 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첨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전문 변호사들이 계약서를 검토해 주는 기능이 있어서 불완전 계약이나 허위고지, 당사자 도용 등 계약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Q. 온트랙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A. 모든 종류의 계약을 아우르도록 개발했습니다. 처음엔 글이 읽기 어려운 고령자, 구두 계약으로 계약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등 계약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만들었죠.
그런데 뜻밖의 수요를 발견했어요. 부동산 계약 시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온트랙으로 임차인분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전 과정을 녹화하니까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가 거짓말할 수 없어요.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이 없는지 계약서 내용도 검토해 드리죠. 부동산 직거래 시에도 계약서 작성을 도와드립니다.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던 한 유저 분이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겠다’며 온트랙의 문을 두드렸어요. 저희가 만든 서비스로 누군가의 법적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해서 뿌듯했습니다.

Q. 요즘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부동산 직거래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다 보니 부동산 직거래 전 절차상의 어려움을 느끼거나 계약 자체의 안전성에 불안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의 불안감을 달랠 방안을 온트랙에 녹여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려 합니다. 정부지원사업을 통해서 계약 검토를 빠르고 정확하게 돕는 법률 인공지능(AI)도 개발했습니다.
꼭 직거래가 아니더라도 전세 계약을 앞둔 임차인 분들은 계약 전에 저희에게 계약서를 검토 받으셨으면 합니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고 꼭 알아야 하는 내용만 전달 드리니 안전한 계약을 위해 주저 말고 저희를 찾아주세요.


Q. 2024년 온전함 출시 후 한차례 인터뷰를 했는데요. 지금은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A. (김호진 CTO) 서비스 기획을 둘러싼 팀원들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저희의 좋은 의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주고자 하는 가치와 시장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매칭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지금은 보다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기획하는 안목과 깊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차형진 대표) 1년 사이에 서비스 출시라는 성과를 일군 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화상 계약 솔루션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느껴집니다. 온트랙의 기획 의도도 좋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풍부한 내용을 담은 서비스를 출시해 굉장히 뿌듯합니다.

Q. LG소셜캠퍼스에서 보낸 1년을 돌아보면요.
A. (차형진 대표) 물리적으로는 사무공간을 지원 받은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저희처럼 작은 스타트업은 구성원들끼리 의견을 교환할 일이 많은데요. 편안하게 생각을 나눌 공간이 있어서 단기간에 여러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 것 같아요.
다방면으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유익합니다. 경영자가 되면 인사, 재무 등 다양한 범위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요. 챙겨야 할 게 정말 많습니다. 제 경우 법인 운영 관련 멘토링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계좌개설, 비용처리, 사업계획서 작성 등 단계별 실무 전반을 배웠죠. 멘토분들이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어요.
Q. LG소셜캠퍼스 같은 소셜벤처 육성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A. 물론입니다. 온전함과 온트랙 론칭 전까지 수익이 없었어요. 대출이나 정부지원사업으로 버텨야 했는데요. LG소셜캠퍼스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아서 든든했어요. 서비스 개발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죠.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매 순간이 힘들었습니다. 특별히 힘들었던 순간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요. 포기하고 싶은 날도 많았는데요.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보며 간신히 버텼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LG소셜캠퍼스가 저희의 수명 연장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런 선의의 기관이 없었으면 저희는 진작 사라졌을 것이라고요. 동료들과 지원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지금까지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A. 앞서 말한 법률 AI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공인인증시험기관의 테스트도 통과했죠. 법률AI란 일상 언어 속에서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단처를 추출해, 법률 용어로 치환하는 인공지능입니다. 부동산 관련 정보 속에서 위험 요소 등을 점검할 수 있는데요. 법률AI를 활용하면 보다 많은 분들의 계약서를 빠르게 검토할 수 있어 시장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거라 기대합니다.
한국과학정보기술원의 패밀리 기업으로 선정돼 공동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법률 AI에 필요한 데이터의 분석, 정제, 라벨링, 딥러닝 과정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가 특별한 기술역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아닌데요. 온전함과 온트랙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받아 이런 좋은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온전이 그리고 싶은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A. 저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보호자’입니다. 처음엔 직접 보호자가 되려 했지만 온전함을 통해 나의 뜻이 보호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돕는 파랑새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현재는 온트랙을 통해 계약이 필요한 순간 계약 당사자들의 보호자가 돼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불온전한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직접적으로 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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