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2. 18:34ㆍ인터뷰
명절 준비로 분주한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 방문기

"아유, 원래 5시면 퇴근하는데 이번주는 내내 저녁 8시까지 연장근무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포장해야 할 박스만 1400개가 넘어요."
경기도 안성에 있는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전국의 농산물이 한 데 모였다 갈라지는 ‘환승역’역할을 한다. 설 연휴를 2주 앞둔 14일 이곳을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작업장은 선물세트 포장 작업반. 이곳에만 12명이 투입돼 반듯하게 접힌 상자에 탐스러운 과일을 옮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발주분을 소화하려면 1인당 116박스를 만들어야 했다. 과일이 상처입지 않고록 하나 하나 감싼 후 예쁘게 박스 포장을 하고 치장까지 하려면 보통 손이 가는 일이 아니다.

김수자씨 원래 업무는 학교 급식용 농산물 포장 담당이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작업에 투입됐다. 그는 “배정된 세트가 한 종류면 좋겠는데 12종에 이른다”며 “사과, 한라봉, 배 등 과일을 세트 별로 다르게 담으려면 정신이 없다”고 했다. 잠시 얘기를 나누는 사이 선물 포장을 총괄하는 김진숙 소장이 “자 다음, 2호 세트 시작!”을 외친다.
포장 라인 한 켠에선 박스 접기가 한창이었다. 명절을 3주 앞둔 시점부터 사무직 등 거의 전 직원이 박스 접기에 투입됐다. 안성 센터 전체를 책임지는 최장현 센터장도 짬이 날 때마다 박스를 접는다. 선물세트 포장 작업반에 전달되는 박스들이다.
바로 옆 사무실의 출력기는 쉴새없이 송장을 쏟아내고 있었다. 안성센터가 명절 동안 출하할 선물세트는 1만7000개에 이른다. 김진숙 소장은 “명절이 되면 발주가 급증해 매일 오전 8시부터 포장 작업을 시작한다” 며 “평소보다 3배는 바쁜데,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생각하면서 고단함을 잊는다”고 했다..
◇명절 과일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강원도, 충청을 관할한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로 건축 면적은 약 5만9000㎡(1만8000평)에 달한다.
전국 각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선별 및 포장해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지에 곧바로 배송한다. 농산물 유통단계를 확 줄여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수취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한다.
안성 센터는 물리적인 크기만 압도적인 게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620여종의 농산물을 유통하고 있으며, 연간 취급액이 1조8000억원에 이른다. 하루 평균 20만개의 제품을 출고하며, 명절에는 그 수량이 45만개로 급증한다.

신선도가 중요한 농산물 출하는 속도가 생명이다. 풍기 사과, 나주 배, 상주 샤인머스캣, 대관령 배추, 제주 무 등 전국 유명 산지에서 수확해 들어온 농산물은 매일 저녁 8시부터 자정 사이 센터로 입고된다. 입고된 농산물은 곧장 분류장으로 이동한다. 이후 검품 직원이 새벽 3시까지 육안으로 품질을 확인하고 당도 측정 등을 한다. 산지에서 1차로 선별을 마쳐 들어오지만, 품질 유지를 위해 최종 선별을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선별이 끝난 농산물은 새벽 5시부터 포장 작업을 거쳐 관할 마트 등으로 배송된다. 전날 밤 들어온 농산물이 다음날 바로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다.

명절 기간엔 선물 세트 포장 작업이 추가된다. 전국의 유명 농산물을 세트 별로 포장해 밤에 출고한다. 농산물 수급 상황에 맞춰 세트 구성에 변주를 둔다. 올해 이상 고온으로 배 수급에 차질을 빚자, 원래 배 6개, 사과 6개로 구성된 ‘혼합 2호 세트’ 구성을 올해는 배 4개, 사과 8개로 바꿔 단가를 맞췄다. 다른 세트도 올해 가격이 안정적인 밀감류나 포도류 구성을 늘리는 식으로 가격을 맞췄다. 최장현 센터장은 “명절 성수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가격과 물동량이 동시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5대 권역 물류 인프라 완성

작년 5월 전남 장성의 ‘장성복합물류센터’가 문을 열면서 농협은 숙원이었던 전국 5대 권역별 물류 인프라 구축을 완성했다. 농협은 물류 효율화를 위해 지난 2010년 평택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안성농식품물류센터(수도권), 밀양물류센터(영남권), 횡성물류센터(강원권), 제주물류센터(제주권)를 순차적으로 열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장성복합물류센터(호남권)가 문을 열면서 전국 단위의 물류망을 완성했다.

농협은 농산물 유통단계를 줄이면서, 전국 2000여 곳 하나로마트에 안정적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추진해 왔다. 5대 물류 인프라는 그 노력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으며, 소외 지역이었던 도서 산간까지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게 됐다. 농협중앙회 물류혁신팀 관계자는 “농협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물류는 근간이 되는 역할을 한다” 며 “5대 물류 인프라를 통해 비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대형 물류 센터는 명절처럼 주문량이 폭증하는 시기에 특히 빛을 발한다. 디지털상품분배시스템(DAS), 콜드체인 배송시스템 등 첨단 자동화 설비로 무장한 덕이다.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농산물 입고, 분류, 처리, 출고까지 온도를 15도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매일 수십 건씩 무작위로 농산물을 골라 잔류농약 검사도 실시해 품질을 유지한다.
농협은 5대권역 물류 인프라를 통해 유통 비용을 줄여, 그 수혜를 농가 수익 증대와 소비자 후생 증가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직접 배송 거점 마련도 계획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의 물류 인프라를 합리적인 가격 책정으로 연결시켜 소비자에게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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