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지형 바꾼 GTX-A
“서울역까지 22분이면 갑니다. 출퇴근은 물론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 윤모씨는 매일 3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했다.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로 10분 달려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 가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44분을 가야 서울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파주와 서울역을 잇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이 개통하면서 윤씨의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집에서 운정중앙역까지 10분가량 걸어서 GTX를 타면 22분 후 서울역에 도착했다. 아파트 현관에서 사무실 책상 앞까지 50분이면 충분하다. 윤 씨는 “운정신도시 주민 사이에선 ‘GTX 개통은 혁명’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극찬했다.
인구 28만명인 운정신도시는 2011년 입주가 시작된 수도권 2기 신도시다.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조성됐지만 서울 시내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수요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입주민들은 교육·쇼핑·문화생활 같은 인프라에 부족함을 느꼈다. 아파트 값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미분양 단지도 많았다.
그런데 GTX가 운정신도시의 가장 큰 단점을 해결하면서 신도시 본연의 기능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GTX-A 노선이 서울역부터 삼성역을 거쳐 수서까지 이어져 완전히 개통하는 2028년이면 수도권 인구 분산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생활권 넓어진 파주 주민들
파주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잇는 GTX-A 구간은 총 32.3㎞로 킨텍스, 대곡, 연신내 등 다섯 역에 정차한다.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22분 만에 주파한다. 이 구간 요금은 4450원이다.
개통 직후부터 파주·고양 주민들이 활발히 이용해 빈 좌석을 찾기 어렵다. 개통 후 보름간 누적 이용객이 58만7094명이다. 먼저 개통한 GTX-A 남부 노선(수서역~동탄역)이 첫 16일 동안 15만447명이 이용한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많다.
운정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지역이었다. 도심 접근성이 부족한 탓이다. 그런데 GTX-A 개통 직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운정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문의도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0통 넘게 전화가 온다”며 “이 지역의 집값이 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 시장이 좋아지면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GTX로 서울 출퇴근이 수월해지면서, 운정신도시에 관심을 갖는 실수요자가 많아졌다. 운정의 전셋값이 서울 외곽 신축의 절반에 불과한데 통근 시간은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광역 교통망 완성돼야 집값 안정될 것
2028년 전 구간이 개통돼 삼성역으로 이어지면 운정신도시를 찾는 수요는 지금보다도 늘어날 전망이다. 운정중앙에서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다만 GTX-A 노선 하나만으론 서울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완전히 분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직도 대다수의 수도권 신도시가 서울과 먼 거리에서 교통망이 단절된 채 방치돼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GTX-B·C 같은 다른 광역 교통망까지 갖춰져 수도권 어디서든 서울 시내로 30분 안팎에 진입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수도권 주택 가격이 단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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