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노후 걱정 없다는 50대 통장 살펴보니

더 비비드 2025. 1. 23. 15:19

“실거주 집 한 채 빼고 퇴직 때까지 10억 모으는 게 목표입니다. 물려받을 곳 없는 맞벌이인데 충분할까요?”

스스로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은 어떻게 대비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40~50대가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의 주요 화두는 노후 준비다. 노후 대비를 잘 한 이에게는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고, 검증된 방식을 참고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스스로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은 어떻게 대비했을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3년)를 토대로 ‘노후 준비가 탄탄한 50대 가정의 통장’을 만들었다. 통계청이 아직 일하는 50대 가구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후 준비 설문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황혼기의 여유는 넉넉한 곳간에서

부동산은 마음의 평안을 주지만, 진정한 소비 여유는 현금이 매달 들어와야 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은 마음의 평안을 주지만, 진정한 소비 여유는 현금이 매달 들어와야 가능하다. 자산이 많아도 묶여 있으면 소용없다. 은퇴 준비의 핵심은 현금 흐름이다. 꾸준히 생기는 현금 흐름은 생활비가 될 뿐만 아니라 의료비나 예상 외의 지출에도 대비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50대 현역 가구주 가정의 노후 준비 자신감을 최고, 우수, 보통, 미흡, 최저 등 5등급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현금 흐름의 중요성이 명확하게 보인다.

총자산 13억4000만원을 보유한 비수도권 50대 가정의 노후 준비 자신감은 가장 높은 최고 등급이었다. 수도권에서 2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보다도 노후 준비 자신감이 더 높았다.

그 이유는 금융 자산에 있다. 비수도권의 노후 준비 1등급 그룹은 금융 자산이 3억4000만원 정도로 수도권 2등 그룹보다 전체 금액은 살짝 적었다. 하지만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로, 수도권의 노후 준비 2등 그룹(20%)보다 높았다. 고정 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에서 충분한 현금 흐름을 확보해 미래 불안감이 적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더 쉽게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노후 준비 자신감이 최고인 수도권 50대 가정의 총자산은 약 32억원이었다. 이 중 부동산은 26억원이고, 금융자산이 5억원이 넘었다. 부부가 희망하는 은퇴 생활비는 월 591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얼핏 부동산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거주 외 수익형 부동산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후 준비 자신감이 최저 등급인 50대 가정은 보유 중인 금융 자산이 4000만~6000만원에 불과했다.

◇ 체면보다는 냉정한 결단이 필요

전문가들은 은퇴 시점이 임박하기 전에 현금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을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은퇴 시점이 임박하기 전에 현금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현금 없이 부동산만 끼는 ‘눌러 앉고 살기’의 효용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금융 전문가 신동훈씨는 “은퇴 후 들어올 현금이 전혀 없는데 부동산만 끼고 있다면 절반은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는 5억원 정도 아파트에 살면서 나머지 5억원을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국민연금까지 합해 매달 200만원 이상 현금이 들어오게 구조를 설계하라는 것이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은 가능한 월세 나오는 부동산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개인 연금이나 매달 현금이 나오는 금융상품(연 5~7% 배당이 나오는 상장지수펀드) 등에 넣어서 현금이 마르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집 한 채가 전부인 상황에서 집의 규모를 축소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은 심리적 저항감이 크다. 하지만 편안한 노후를 위해 타인의 시선이라는 심리적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반은퇴>를 쓴 신동국 작가는 “30평 아파트에서 18평으로 이사했다거나,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며 “결국 비용 절감과 지출 관리를 위한 선택이니 현실을 수용하고, 자신의 삶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