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 창업 성공 전략은?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한국에서 하와이까지의 비행시간은 8시간이다. 캐나다 밴쿠버까지는 9시간 30분, 파리까지는 14시간이 걸린다.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간다. 닭장에 갇힌 닭이 이런 기분일까. 양팔과 다리를 가지런히 오므리고 앉은 채 기내식을 받아 다 보면 체기가 절로 올라온다.
수면 가전제품을 만드는 스텔라티스 김세정(49) 대표가 수십, 수백 번 겪은 일이다. 김 대표는 20년간 수출 전문 제조사의 해외영업부에서 일하며 한 달에 한 번씩 해외 출장을 떠났다. 긴 비행시간 탓에 생긴 허리 통증으로 미팅 시간을 미룬 적도 있다. 김 대표를 만나 고질적인 직업병이었던 허리 통증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선 여정을 들었다.,
◇허리·종아리의 뭉친 근육 풀어주는 마사지기
티움 EMS 온열 허리 마사지기는 온찜질과 마사지, EMS 기능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무선 마사지기다. EMS는 저주파 전기 자극 기술을 기반으로 근육을 직접 자극해 혈류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온도와 EMS 강도, 마사지 모드를 조절할 수 있다. 연장 벨트가 있어 허리둘레 24인치에서 38인치까지 착용이 가능하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근무하거나 다리가 자주 붓는 이들은 티움 종아리 마사지기를 이용해 뭉친 종아리를 풀어줄 수 있다. 2.4L의 에어펌프가 부풀어 오르면서 종아리를 주물러주는 방식이다. 마사지 강도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지퍼와 찍찍이(벨크로)를 이용해 빠르게 탈·부착할 수 있다. 온열 찜질 기능이 있어 다리를 편안하게 마사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쉰을 넘기기 전, 독립을 꿈꾸다
1999년 숙명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제조업 해외 영업 분야에서 20년간 근무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익스트림 스포츠 의류 제조사 현진스포텍이다.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맡았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상품을 함께 개발하고 생산·수출하는 일을 했습니다.”
주된 업무는 신규 바이어를 찾는 일이었다. “당장 꽃이 피지 않더라도 꾸준히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작업이 필요해요. 전 세계의 스포츠 의류, 산업용품 제조사의 리스트를 뽑고 담당자에게 계속 메일을 보냈습니다. 시장 조사 결과를 리포트 형식으로 만들거나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알리는 방식이었죠. 바이어가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할 때 우리 회사를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기회가 생겼을 때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잘 만들어내면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지죠.”
한 달에 한 번은 꼭 비행기를 탔다. 그만큼 출장이 잦았다. “시차 적응이 늘 힘들었어요. 1년에 몇 번이나 지구 반대편을 오가다 보면 해가 어디에서 뜨는지 모를 지경이었죠. 좁은 비행기 안에 장시간 앉아 있다 보니 허리나 등의 통증도 상당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그린베이로 출장을 갔을 때 도착 직후 미팅이 예정돼 있었는데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파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미룬 적도 있어요.”
언젠가부터 홀로서기를 꿈꿨다. “50세가 되기 전에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서 성공하려면 배워야 하는 일이 있을 테고, 그러자니 쉰이 마지노선처럼 느껴졌죠. 마침 2021년에 접어들면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스포츠 의류 시장이 호황을 맞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주문이 밀려드는 걸 보니 사직서를 쓰는 데 부담이 없었죠.”
◇티움 마사지기 개발 노트
1. 모를 땐 고집을 내려놓고 배워라
2022년 2월 세례명에서 이름을 따 ‘스텔라티스’를 설립했다. “처음엔 ‘모자’에 꽂혔습니다. 출장, 여행길에서 유용하게 썼던 미국 브랜드 ‘썬앤샌드’의 모자를 우리나라에 팔아보기로 했죠.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컨테이너 한 대의 양을 수입했습니다. 막상 국내 시장에 판매하려니 막막하더군요. 1년에 수억원어치를 거래해 봤지만 정작 국내 시장 경험은 없었던 게 문제였어요. 또 휴양지에서 주로 쓰는 모자라서 계절성 상품이라는 점도 한계였습니다.”
뉴스, 책, 영상 등 온갖 매체를 뒤졌다. 선생님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때 ‘해외 소싱 마스터’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저자인 케이앤컴퍼니 이종구 대표의 컨설팅 수업도 찾아 들었어요.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일을 기초부터 다시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 잘 아는 것, 필요한 것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게 바로 ‘수면’과 ‘건강’이었죠. 고요한 수면과 온전한 쉼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나니 앞으로 할 일이 눈에 훤히 보였어요.”
수면 가전 브랜드 티움(TIUMM)의 첫 제품으로 스마트 베개를 개발했다. “흔들거리는 요람에 누우면 잠이 잘 오는 원리를 이용했어요. 프레임이 좌우로 움직이며 전정기관(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평형기관)을 자극해 주는 매트리스가 있지만 3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부담스럽죠. 전정기관은 귀에 있습니다. 머리를 받치는 베개를 흔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어요.”
2. 제조사와의 협업은 빨리 가는 지름길
차기작은 ‘마사지기’로 방향을 정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2024년 홍콩 가전 박람회를 찾았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제조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요. 이곳에서 마음에 꼭 드는 EMS 허리 마사지기를 찾았습니다. EMS 마사지기 중엔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드는 제품이 많은데요. 현장에서 직접 써보니 비교적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오랫동안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었죠. 몇 가지만 개선하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 만한 제품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EMS 허리 마사지기를 만든 중국 공장을 직접 방문해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든다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의견이 잘 맞는 제조사와 힘을 모으면, 개발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완성도도 높아집니다. 허리 마사지기를 만들 때는 EMS 마사지에 리듬감을 더해달라거나 온열 기능 사용 시 저온 화상의 위험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추가하자고 제안했어요. 3번의 샘플을 받은 끝에 본격 생산에 돌입할 수 있었죠.”
3. 제품 출시 후에도 개발은 계속된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체험단을 모집해 피드백을 받았다. “스마트 베개는 높이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있어 조정을 하고 세탁이 용이하도록 별도의 커버를 씌웠습니다. 허리 마사지기는 착용감을 개선했어요. 종아리 마사지기는 최근 러닝·축구 동호회인을 대상으로 체험단을 모집하는 중이죠. 제품 출시 후에도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면 완성도를 계속 높일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이기 때문에 KC 인증은 필수다. “KC 인증은 제품이 인체에 무해한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검증하는 안전 인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판매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죠. 미국에서는 같은 개념으로 FCC 인증이 있습니다. 종아리 마사지기의 경우 KC 인증 외에 FCC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북미·서양권은 아직 마사지기 시장이 블루오션이에요. 수출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4. 비용을 줄이는 나만의 전략을 세워라
스텔라티스는 설립 이후 지금껏 ‘1인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어요. 각 분야에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의 손을 최대한 빌렸습니다. 웹사이트를 만들 땐 기본적인 레이아웃이나 색감만 정한 상태에서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맡겼어요. 패키지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했죠. 언제까지고 1인 기업을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조만간 브랜딩이나 수출·유통 분야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려고 합니다.”
최근 가전제품에서 생활 건강 제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가전제품은 재구매율이 낮은 편입니다. 한 번 사면 적어도 수년간 쓸 수 있죠.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인 클렌징 제품 개발에 발을 들였습니다. ‘닥터노네날’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 체취를 잡아주는 비누를 개발했어요.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넣어 남녀노소가 쓸 수 있죠.”
◇직장인과 CEO의 마음가짐
여전히 비행기를 탈 일이 많다. 1년에 5번 정도는 해외로 출장을 떠난다. “직장인일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에 변화는 없어요. 사장이 아니어도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각오로 바이어를 만났었죠. 그때처럼 미팅을 앞두고 자료를 한가득 수집하고, 바이어를 만날 때 할 만한 스몰 토크 주제까지 준비합니다. 몸에 밴 습관이에요.”
2025년 매출 목표는 30억원으로 잡았다. “그중 절반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최근 일본 업체에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일본에서 EMS 제품을 오랫동안 판매한 경력이 있는 곳이라 기대가 큽니다. 계약·판매 실적이 하나씩 쌓이면 다른 나라로의 수출길을 여는 게 더 수월해질 거예요.”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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