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웹사이트의 SEO 서비스 개발한 인블로그 임상원 대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검색해도 가격 정보를 은밀하게 가려놓은 경우가 많다.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직접 문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전략은 큰 기회비용이 따른다. 반감이 생겨 아예 외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 웹사이트의 SEO(검색엔진최적화) 서비스를 개발한 인블로그 임상원(29) 대표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철저히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만들 때부터 색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임 대표를 만나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기업 블로그 운영 전략을 들었다.
◇파일럿 꿈나무가 아지트를 찾아간 이유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14학번이다. “어릴 때 꿈이 파일럿이었어요. 막상 대학에서 공부해 보니 적성에 맞지 않더군요.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통 전공 강의만 쏙쏙 찾아들었습니다. ‘머신러닝’이나 ‘특허와 기술창업’, ‘제품 제조’ 같은 수업이 있었죠. 그때부터 개발과 창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2020년부터는 웹개발학회 ‘멋쟁이 사자처럼(이하 ‘멋사’)’에 가입해 활동했다. “멋사는 개발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예요. 저 같은 비전공자도 팀을 꾸려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할 수 있었죠. 웹개발은 처음이라 아주 더뎠지만 6~7개월에 걸쳐 설문조사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이듬해 3월 병원 정보 공유 플랫폼 ‘모두닥’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내부 검색 엔진을 최적화하는 미션을 받았어요. 가령 ‘남구 안과’를 검색하면 대구·광주·울산·부산 등 지역의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가 바로 뜰 수 있게 검색 엔진을 뜯어고치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접속자 수는 5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2배나 성장했죠.”
퇴근 후엔 ‘아지트’로 출근했다. “멋사에서부터 함께 손발을 맞췄던 동료들과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요. ‘아지트’란 이름의 영상 통화 서비스를 기획해 개발했죠. 2021년 12월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고 유저 500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사업을 이어갈 만큼의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실패했죠. 피봇(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것)을 결심하고 팀원들과 뿔뿔이 흩어졌어요. 각자 좀 더 경험을 쌓자는 판단이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외주 개발자로 일했다. “언젠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3주 만에 개발을 마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외주 개발자로서 다양한 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변호사 사무실 홈페이지를 제작하거나 익명 커뮤니티의 트래픽 활용 방안을 제안했고, 코딩 교육 스타트업에서 인터넷 강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독 기업용 블로그의 SEO 컨설팅 의뢰가 많았다. “SEO는 특정 콘텐츠가 구글 등 검색엔진에서 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데요. 마케터와 PM(프로젝트매니저), 개발자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일종의 회색지대에 있는 업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었죠. 누구나 힘들어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만든다면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적표가 있어야 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2023년 1월, 누구나 쉽게 SEO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하고 팀을 꾸렸다. 아지트에 함께 모였던 동료들이 다시 힘을 모았다. “먼저 우리부터 SEO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팀원들과 SEO에 대한 키워드를 인터넷에 검색해 문서 5개씩을 정독했습니다. 각자 요약·정리한 내용을 공유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죠. 2주 만에 200개 넘는 글을 읽었어요. 동시에 SEO 컨설팅 기업 관계자, SEO를 잘하는 회사의 마케터, SEO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의 담당자 등 업계 종사자 10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서였죠.”
실무자가 진정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용 블로그라고 하면 대개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행하는 줄글 형식의 콘텐츠를 말합니다. 잠재 고객을 위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글들이죠. 공들여 작성한 글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선 콘텐츠의 성적표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어떤 검색엔진에서, 어떤 키워드로 사람들이 유입됐는지 파악하면 다음 콘텐츠 작성이 수월하죠. 그 분석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주 만에 기업용 블로그의 SEO 서비스 ‘인블로그’를 개발했다. 구글의 웹 분석 도구인 ‘서치 콘솔’에서 산발적으로 나열된 정보를 가져와 가공했다. 게시글마다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해 필요한 정보만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도입 과정도 간단해요. 복잡한 코드 작업이나 플러그인의 설치 없이, 기업 블로그의 도메인을 정하고 연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2주간 모든 기능을 무료로 써보고 구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구독료는 월 39달러예요.”
고객사, 잠재 고객사의 담당자를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웨비나(Webinar)를 열고 있다. “담당자들 중에도 SEO가 낯선 이들이 많아요. 자주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직접 웹이나를 진행합니다. 자주 검색되는 키워드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게시글 내에 링크를 어떻게 삽입해야 할지 같은 정보를 공유하죠. 실패 사례도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가령 콘텐츠 개수를 늘리려고 챗GPT로 글을 썼다가 페널티를 받아 3개월간 어떤 글을 써도 검색되지 않은 적이 있어요. 검색엔진은 이런 스팸성 글을 귀신같이 찾아냅니다.”
기존에 SEO 분석 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기업용 블로그를 위한 툴은 없었어요. 고스트(Ghost)는 뉴스레터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도메인 연결이나 애널리틱스(웹 분석)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워드프레스는 너무 오래된 서비스라 사용성이 떨어지고, 웹플로우는 콘텐츠 관리를 부수적인 기능으로 관리하고 있죠. 인블로그를 사용하면 실무자가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광고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러브콜
클라썸, 해피톡 등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부터 법무법인, IT컨설팅 기업, 이커머스 기업 등에서 인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인블로그는 스타트업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제13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정창경)에서 성장트랙 우수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정창경을 통해 얻은 게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값진 건 ‘사람’입니다. 창업 선배들을 만나 생생한 경험을 들으며 배웠고,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동료 CEO들을 만나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미국, 호주 등 해외의 6개 기업에서도 유료로 구독을 신청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인블로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영문 콘텐츠를 쌓아나가고 있어요. 인블로그의 형제 서비스인 ‘인페이지스(inpages)’도 론칭했습니다. 경쟁 콘텐츠의 URL을 입력하면 키워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죠. 이런 서비스를 앞으로도 하나씩 내놓을 예정입니다. 기업용 블로그만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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