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만원으로 시작, 연 매출 100억원 대박 쇼핑몰의 비결은 만능 면도기

더 비비드 2025. 1. 20. 11:06
쇼핑몰 창업 성공 노하우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본 콘텐츠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온라인몰 판매 가격에는 몰 운영 등을 위한 판매 수수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여행용품 전문 쇼핑몰 ‘요이치’ 손영일 대표. /더비비드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이 부족하면 주변에 손을 벌리거나 대출을 받기도 한다. 단돈 12만원으로 사업에 뛰어든 이가 있다. 요이치 손영일(42) 대표다.

​요이치는 스마트폰 케이스, 액정필름, 충전 케이블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 카테고리 전문 쇼핑몰이다. 혼자 시작해서 10년 만에 연 매출이 100억원을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무선 전기 면도기 오맨스를 출시해 여행용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기도 했다. 쇼핑몰 창업 희망자를 위해 손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무선 전기 면도기

요이치 오맨스 무선 전기 면도기. /더비비드

요이치 오맨스 무선 전기 면도기는 이중 날의 헤드 5개가 붙어있는 형태다. 얼굴 윤곽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며 밀착된 상태에서 면도할 수 있다. 티타늄 도금된 강철로 만든 이중 날이 있어 면도 속도가 빠르다. 용도에 따라 헤드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 턱수염 면도 외에도 코털 정리, 얼굴 마사지까지 가능하다. 

IPX6 방수 등급이다. 높은 수압의 물줄기에도 끄떡없는 수준이다. 취향에 따라 건식 면도하거나 거품을 낸 습식 면도를 할 수도 있다. 사용 후 세척도 용이하다. 대용량 리튬 전지를 내장해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2시간 충전으로 90분 동안 작동이 가능하다. 완충 후 최대 2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사업 자금으로 충분했던 12만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강변 테크노마트 카메라 매장에 일자리를 얻었다. /더비비드

인덕공고 건축과를 졸업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대신 바로 사회에 뛰어들어 돈을 벌었다. 2006년 강변 테크노마트 카메라 매장에 일자리를 얻었다. “모든 매장이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카메라를 팔았어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손님도 있었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어가 안 돼도 손짓발짓을 써 가며 설명했고 계산기를 두드려 가격을 안내했습니다. 점점 외국인 손님이 몰렸죠. 7개월 만에 월급이 8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랐어요.”

​베트남 손님의 말 한마디에 난생처음 비행기를 탔다. “매달 우리 매장에 카메라를 사러 오는 단골이었어요. 베트남은 한국보다 카메라가 비싸다더군요. 사장님에게 한 달만 휴가를 달라고 하고 카메라 12대를 들고 베트남 하노이에 날아갔습니다. 첫 도전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캐논, 니콘 등 일본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는데 큰 고민 없이 삼성 카메라만 들고 간 게 패착이었죠. 다음엔 일본 카메라를 들고 가서 다 팔고 왔습니다. 장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경험입니다.”

아이팟 터치를 중고로 판 돈 12만원을 밑천 삼아 사업에 뛰어들었다. /더비비드

2010년대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며 휴대전화 시장에 큰 변동이 일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액세서리 시장도 함께 성장하리라고 봤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죠. 당시 애지중지했던 아이팟 터치를 12만원에 중고로 팔고, 그 돈을 밑천 삼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충전 케이블, 액정 보호 필름 등 휴대폰 액세서리를 싼값에 들여와 테크노마트 매장 한쪽을 빌려 판매했어요.”

​휴대폰 액세서리 브랜드는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애플 정품, 벨킨 그리고 이름 없는 저렴한 버전이다. “이름 없는 제품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품질에 분명 차이가 있었어요. 가령 어떤 케이블은 몇 번만 사용해도 쉽게 단선이 됐지만, 또 어떤 케이블은 변색이 될 정도로 오래 써도 튼튼했죠. 직접 써보면서 품질을 확인한 제품을 한데 모아 자사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요기 있지’라는 말을 변형해 ‘요이치’라는 이름을 지었죠.”

​◇요이치 브랜드 개발 노트

1. 발품이 부족하면 손품까지 팔아라

요이치 공식 홈페이지의 베스트 아이템 페이지. 충전 케이블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가 주를 이룬다. /요이치 홈페이지 캡처


첫술에 배부를까. 첫 달엔 하루 매출이 5000~1만원에 불과했다. “수입이 얼마가 됐건 좋았어요. 내 이름을 걸고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는데요. 그 사이에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 택배 주문이 하루 100건을 넘었습니다. 온종일 상자를 접고 제품을 포장하는 일이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명함에 ‘발로 뛰는 대표’라는 문구를 새겼다. “물건을 잘 팔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리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때론 발보다 손을 바삐 움직이기도 했어요. 애플·아이폰 사용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홍보 글을 썼죠. 카페 운영진에게 몇 번이나 활동 정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1년에 약 2000만원의 돈을 내고 광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더군요. 거금이었지만 광고 효과를 이미 확인했기에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는 돈이라고 생각했어요.”

​2. 중국 제조는 차선책이 아니라 최선책이다

요이치 오맨스 무선 전기 면도기와 그 부속품들. /더비비드

판매할 제품을 찾기 위해 수시로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중국산이라고 하면 일단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중국에서 열리는 박람회나 현지 시장을 가보면 몇 년 사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제조사들은 ‘품질이 떨어지면 판매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기준치 이상의 품질을 가진 제품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요이치의 오맨스 면도기도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평소에 수염 관리에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여행 갈 때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무게 등이 부담스럽지 않은 제품을 찾고 싶었습니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 면도기 제품 샘플을 20~30개 정도 살펴봤어요. 그중에서 한 손에 쏙 들어오면서 배터리가 오래가는 제품을 발견했죠. 그 길로 해당 제품을 만든 공장을 찾아 생산을 의뢰했습니다.”

​3. 꾸준한 투자만이 꾸준한 성장을 일으킨다

투명 비닐 포장으로 마무리한 요이치 오맨스 면도기. 미개봉품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비비드

요이치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브랜드 성장을 위해 꾸준히 투자했다. “매출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뛰었을 때 내 몫을 더 챙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고정 생활비 80만원을 제하고 남은 돈으로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직원을 한 명 뒀더니 매출이 400만원으로 뛰더군요. 여기에서 더해진 돈은 제품에 투자했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역지사지의 고민을 거듭했다. “가령 고가의 전자제품을 살 때 미개봉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개봉씰이 있는데요. 오맨스 면도기에도 그런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원가가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었죠. 개봉씰 대신 마지막에 투명 비닐 포장을 입히는 것으로 타협했어요. 투명 비닐만 덧입혀도 포장 단가가 100~200원 정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 투자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금액이죠.”

​4. 위기를 넘기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2013년 손 대표는 상표권 등록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더비비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순간은 2013년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3~4년째 되던 해였어요. 특허청에 ‘요이치’ 상표를 등록하려 했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신청하기 딱 이틀 전에 누군가 먼저 등록했다더군요. 그간 상표 등록 같은 행정상의 절차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다행히 변호사·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3년간의 판매 이력을 근거로 피력한 끝에 상표권을 가져올 수 있었어요.”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대량 실점 위기를 넘기고 나서 꼭 한 번은 기회가 찾아온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유명 자동차용품 생산업체에서 수억원어치 주문이 들어온 적이 있어요. 여기에서 핵심은 담당자와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 이메일과 통화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요이치라는 브랜드만 보고 주문 금액의 70%를 선금으로 지불했죠. B2B(기업 간 거래)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제품 수 줄이고 매출은 높이고

오맨스 면도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손 대표. /더비비드

요이치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2024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어느덧 직원도 20명으로 늘었다. “현재 취급하는 상품은 400여가지인데요. 같은 사양의 제품은 하나로 묶고 디자인을 통일하는 방식으로 제품 수를 줄이는 중입니다. 너무 유행을 타거나 판매량이 저조한 상품은 단종시키기도 하고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뭐든지 만들 계획이다. “오맨스 면도기는 제가 필요해서 만든 거예요. 지금도 매일 아침 사용하고 있죠. 요즘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스마트폰 액세서리 통합 쇼핑몰’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제품도 쏟아지는데요. 주변 지인들에게 그런 제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자주 들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지만 그래서 더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