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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의사 출신 경제학자 "정부의 지출 철학, 나라 운명까지 바꾼다"

재테크 명강

“인생의 최소한 80%는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주어진 운입니다. 불공평하게 나뉜 운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

경제 대가에게서 혜안을 얻어 보도는 '재테크 명강'. 오늘은 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에게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물었다.

김현철 교수는 의사 출신 보건경제학자다.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로 일하다 연세대 경제학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홍콩과학기술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국가의 노력과 정책이 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이 잘 설계되지 않는다면 선의를 가진 정책도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벤치마킹할 사례로 1997년 멕시코의 운명을 바꿨다는 평가를 듣는, 최초의 사회 정책 실험을 소개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현금을 지급해주는 ‘멕시코 사회 지원 프로그램(프로그레사·Progresa)’이 그것이다.

/더비비드

그는 “가난한 가정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백신 접종을 하는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현금을 주는 것”이라며 “당시 멕시코는 백신 접종률과 취학률이 낮았기 때문에 이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공을 거둔 이 제도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퍼졌다.

다만 성공한 정책이라도 정치적인 이유로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정책을 도입했을 때 굉장히 성공적이라 할지라도 정권이 바뀐 다음에 전 정권의 성과물을 자꾸 없애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초기 단계부터 정책이 잘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는 증거들을 쌓아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자녀를 위해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건 특정 나이가 넘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의 나이가 12세 미만일 때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간 경우에만 향후 사회에 나가 더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질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경제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창 시절 좋은 지역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경제학은 20년간 연구 끝에 결과를 도출했다”며 “중·고등학생이 된 다음에 이사를 간 경우는 효과가 전혀 없거나 일부는 역효과가 생기는 경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윤진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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