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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치열한 경쟁 뚫고 따낸 아파트 분양권, 스스로 포기한 이유"

늘어나는 보증사고, 환급이행

인천 신흥동3가에 들어서기로 했던 주상 복합 아파트 ‘숭의역 엘크루’를 분양 받은 75가구가 최근 환급 이행을 결정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기로 했다. 440규모로 예정됐던 숭의역 엘크루는 2022년 분양 때 경쟁률 5대1을 기록했다. 분양 계약자는 내년 4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시공자가 자금난에 시달리며 작년 봄부터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HUG는 결국 숭의역 엘크루를 보증 사고로 처리했고 일반 분양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서 환급 이행 절차를 밟게됐다.

보증사고건수가 늘면서 환급이행을 택하는 사업장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

시공사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분양권을 포기하는 계약자가 늘고 있다. 어렵사리 얻은 분양권임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다른 시공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아파트 입주를 포기한 것이다.

현행법상 3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는 반드시 HUG 분양·임대 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건설사 부도나 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HUG는 분양 계약자들에게 대체 시공사를 찾아 공사를 이어가는 방안(분양 이행)과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방안(환급 이행)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

환급 이행으로 결정된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은 돌려받지만, 발코니 확장이나 유상 옵션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사진=게티

2021년부터 2년간 전무했던 HUG의 보증 사고 환급 이행은 지난해 3건이 생기더니 올해 벌써 3건이 발생했다. 환급 이행으로 결정된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은 돌려받지만, 발코니 확장이나 유상 옵션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지난해 환급 이행이 결정된 울산 울주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 사업장은 계약 당시 빌트인 냉장고 인공지능 인덕션 등 옵션에 대한 계약금 30%를 받았다. 모든 유상 옵션을 선택한 계약자는 계약금으로 낸 349만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

공사가 지연될수록 계약자들은 추가 분담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아진다. 내 집 마련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얻은 분양권이지만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입주를 포기하는 것이다.

공사가 지연될수록 계약자들은 추가 분담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비용이 높아진다. /사진=게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지난해부터 환급 이행이 늘면서 가뜩이나 전세 사기 보증금 지급으로 재무 건전성이 나빠진 HUG의 손실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HUG는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우선 돌려주고,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만약 조합이 사업을 포기한다면 HUG가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자금을 회수한다.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공매로 매각하는 방법 모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마저도 온전히 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보증 사고가 발생해 HUG가 약 700억원을 분양 계약자에게 환급한 경남 사천 소재 사업장은 5차례 공매가 유찰된 끝에 2021년 매각됐다. 해당 사업장의 감정평가액은 1297억원이었지만, 최종 매각 가격은 604억원에 그쳤다.

HUG가 '숭의역 엘크루' 분양 계약자에게 공지한 환급이행 안내문의 일부.

앞으로도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환급 이행을 선택하는 분양 계약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 12곳 중 하나인 광주 ‘한국아델리움 스테이’(247가구)도 최근 환급 이행을 결정했다. 아직 이행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곳도 여럿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등 이어지는 건설 경치 침체로 올해도 보증사고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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