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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출산하면 포상금 1억, 이후 부영에 벌어진 일

출산장려금 1억원 효과?|
부영 직원채용에 지원자 몰려

출산 직원에게 ‘자녀 1인당 출산장려금 1억원’을 발표한 부영에 20~30대 젊은 구직자가 대거 몰렸다. 부영은 10일부터 경력·신입 사원 공개 채용을 시작했는데, 2017년과 비교해 지원자 수가 5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40~50대 위주이던 경력채용에서도 20~30대 지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출산 장려 정책이 부영의 이미지를 개선한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영

재계 순위 26위 부영은 임대주택 공급을 주 사업으로 한다. 내실 있는 회사이지만 소비재 기업이 아니어서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중근 회장의 제안으로 출산장려정책이 시작되면서 브랜드 평판이 달라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건설사 브랜드 평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영은 7위에 올랐다. 불과 반년 전인 작년 12월에는 16위였는데 단숨에 10위권으로 들어왔다.

부영은 이중근 회장의 제안으로 2021년 이후 아기를 낳은 임직원 66명의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다. 부영은 애초 올해부터 출산하는 직원에게 장려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2021년 출산 직원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생이 15명, 2022년생 23명, 2023년생 31명, 2024년 1월생이 1명이다. 70명 중 2명은 쌍둥이, 3명은 연년생, 1명은 사내부부의 자녀다. 이 기간 2명의 자녀를 출산한 직원은 2억원을 수령했다. 출산 장려금을 받은 직원의 연령대는 20대 1명, 30대 44명, 40대 20명, 50대 1명으로 나타났다. 성별은 남성이 48명으로 여성(18명)보다 많다.

부영이 2월 5일 대상자 66명의 월급 통장으로 1억~2억원을 입금할 때만 해도 출산장려금에 대한 과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부영은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입금부터 했다. 직원 기본 연봉이 있으니 1억원을 추가로 받으면 근로소득 1억 5000만원 초과 구간에 해당돼 최대 38% 세율이 적용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행히  정부는 3월 초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출산 지원금은 전액 비과세를 결정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영은 앞으로도 매년 출생 자녀 수에 차등을 두지 않고 같은 기준으로 1억원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출연한 'KBS 뉴스'에서 언제까지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합계출산율이 1.5명 정도 될때까지 유지할 생각"이라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KBS 뉴스 캡처

부영이 직원들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면서 따지는 조건은 단 하나다. 아이가 ‘대한민국 국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원정 출산으로 아이가 다른 나라 국적을 갖는 경우는 장려금을 못 받는다. “우리나라 국민 수가 늘게 기업이 힘을 보태야 한다”며 이중근 부영 회장이 유일하게 단서를 붙인 조건이다.

‘출산 장려금을 받고 나서 몇 년 이상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식의 사내 규정도 두지 않았다. 1억원을 받고 바로 퇴사해도 출산 장려금을 반납할 필요가 없다. 셋째를 낳으면 혜택이 더 특별하다. 1억원을 받거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 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부영이 이런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건 한국의 저출산이 국가 존립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슬하에 3남(이성훈·이성욱·이성한) 1녀(이서정)를 뒀는데, 4남매가 자녀를 세 명씩 낳아 손자·손녀가 총 12명이다.

출산 장려금은 1년에 한 번씩 직원들에게 일괄 지급된다. 올해 아이를 낳은 직원들은 내년 초 시무식 날 일괄적으로 장려금을 받는다. 부영그룹은 올해 출산 예정인 직원을 30명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영은 이와 별도로 기존에 있던 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과 직계가족 의료비, 매월 소정의 자녀 수당은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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