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숙련공 구인난에… 제조업 ‘정년 연장’ 재점화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HD현대 조선 3사 노조가 정년연장을 중심으로 한 2024년 임금·단체협약 공동요구안을 지난 17일 회사 측에 전달했다. 정년을 국민연금 지급 시기인 65세로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조 측은 조선업 불황기가 지나고 호황기에 들어선 만큼, 인력 구조 개선을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내년부터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다. 인력 구조 고령화와 ‘고숙련 블루칼라’ 구인난이 맞물리면서 현행 만 60세인 정년퇴직 나이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 노조는 정년연장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작년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 직전까지 갔던 포스코의 주요 쟁점은 정년 연장이었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했다. 올 초 출범한 현대차·기아 노조 역시 정년 연장이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124곳을 대상으로 올해 예상되는 임단협 주요 쟁점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년 연장(28.6%)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령 인력의 활용과 소득 보장, 복지 대책 논의는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일본은 정년 60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일하기 원하는 근로자를 65세까지 계약·촉탁직 형태로 계속고용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99%는 65세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60~64세 고령자 취업률은 2000년 51%에서 2020년 71%로 올랐다.
'평생현역사회'가 자리잡기까지 일본은 오랜 시간을 공들였다. 일본은 한국보다 18년 이른 1998년에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했다.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 2013년 65세로 높였다. 다만 65세로 정년이 연장될 때 기업이 상황에 맞게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 고용 제도 등을 선택하게 했다. 65세 고용확보조치는 2001년에는 ‘노력’ 의무만 부여됐다. 법적 의무화는 2006년부터 시행했다. 2013년부터는 대상자 선정을 금지해 희망자 전원에 대한 계속고용 전면 의무화를 시행하며 2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이제야 정년연장 등의 논의를 시작한 우리나라에선 갈 길이 멀다. 60세이상 정년의무화 법안이 2016년 시행됐지만, 아직 노동시장에선 안착되지 않았다. 통계청이 작년 7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현실 정년은 49.4세다.
계속 일하려는 고령자는 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시점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지면서 최대 5년간의 소득공백이 발생하는데다, 수명이 늘면서 계속 일하지 않고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6월 통계청의 ‘고령자의 특성과 의식 변화’에 따르면, 정년퇴직 이후에도 근로를 희망하는 65~74세 고령자는 2012년 47.7%에서 59.6%로 늘었다.
기업도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 제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고, 수십 년 경력의 전문 인력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걸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포스코,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은 숙련 인력을 정년 도래 이후에도 계약직·촉탁직 형태로 6개월~1년 재고용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재고용 확대를 위해 계속고용제도(재고용, 정년 연장·폐지)를 통해 숙련 인력을 고용한 사업주에 근로자 1명당 연간 1080만원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원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고령 인력의 고용 시장 안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노사정 모두 고령자 고용 대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각차는 분명하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기업은 과다한 인건비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공서열·호봉제 위주여서 장기근속 직원일수록 더 많은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적 정년연장 방식이 아니라 정년연장, 계속고용,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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