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계양 사전청약만 믿었더니, 분양 받으려면 1억원 더 내랍니다"

더 비비드 2024. 7. 23. 09:52
공공주택까지 충격 미친 공사비 급등

3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사전청약을 받은 인천 계양지구 공공주택의 사업비가 30%가량 늘었다. 오는 9월 본 청약을 앞두고 확정되는 분양가는 사전청약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전 청약 당첨자를 포함해 추정 분양가에 맞춰 자금 조달을 준비했던 수요자 입장에선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공사 현장이 파행을 빚더니 공공주택 시장까지 충격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인천계양 특별계획구역 예시. /뉴홈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계양 A2 블록 공공주택 건설 사업의 총사업비가 3364억원으로 지난 2022년 1월 사업 계획 승인 당시보다 688억원(25.7%) 늘었다. 인근 A3블록의 사업비 역시 1754억원에서 2335억원으로 581억원(33.1%) 늘었다. 입주 예정일은 2026년 6월에서 그해 12월로 6개월이나 밀렸다.

인천계양 A2·3블록은 3기 신도시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구역이다. 지난달 말 아파트 공사를 시작했고, 올해 9월 본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A2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 747가구가 들어서고, A3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 359가구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행복주택) 179가구 등 총 53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계양 신도시 조감도, /뉴홈

두 단지는 전 정부 때 집값이 폭등하던 2021년 8월 사전 청약을 진행해 경쟁이 치열했다. A2블록은 사전 청약으로 709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3만7250명이 몰리면서 5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업비가 폭등한 이유는 건설 자재 값과 인건비 등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3년 전(118.3)에 비해 30.7% 올랐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임에도 정부가 사업비를 30% 늘렸다는 것은 분양가도 비슷한 비율로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게티

공공택지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된다. 일반적으로 공공분양은 시세보다 20%, 신혼희망타운은 30% 정도 낮다.

그런데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임에도 정부가 사업비를 30% 늘렸다는 것은 분양가도 비슷한 비율로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전청약 때 정부가 제시한 추정 분양가는 A2 블록 59㎡ 3억5600만원, 74㎡ 4억3700만원, 84㎡ 4억9400만원이었다. A3 블록 55㎡는 3억3980만원이었다. 사업비 급등으로 최종 분양가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수요자가 체감하는 분양가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가격 산정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지상층 기준)’도 2021년 3월 1㎡당 169만3000원에서 올해 3월 203만8000원으로 2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 설명대로 LH가 일부 적자를 감수한다 하더라도 분양가가 최소 10% 이상 오를 가능성이 크다.

3기 신도시 주요 입지와 규모. /뉴홈

정부는 “분양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양가를 인상하고도 발생하는 사업비 증액에 따른 손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떠안는 구조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3기 신도시는 16만9000가구 규모로 줄줄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인천 계양지구 본청약만 올해 이뤄지고, 다른 3기 신도시 지구 본청약은 내년에 실시된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