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수주 경쟁,
주택 공급 감소 우려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이 사라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출혈경쟁까지 감행했던 건설사들이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수주 경쟁을 피하는 모양새다. 향후 주택 공급 물량도 감소도 우려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중 올해 1분기(1~3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1건 이상이라도 수주한 기업은 3곳뿐이다.
포스코이앤씨 정비사업 수주액(총 2조3321억원)이 가장 크다. 지난 1월 1조3274억원 규모의 부산 촉진 2-1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낸데 이어 경기도 고양 별빛마을8단지 리모델링 사업과 서울 송파구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경기 성남시 중2구역,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등 1조4522억원 규모 수주액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는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2151억원)을 수주했다.
3개 업체를 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정비사업도 수주하지 않았다.
강남에 이어 서울 제2의 부촌으로 불리는 용산 마저 건설사 관심이 시들해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은 최근 건설사 대상 간담회를 열었는데 10대 건설사 중 DL이앤씨, 현대건설 등 5사만 참석했다. 한강변인데다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도 시공 순위 상위권 건설사들이 절반이나 빠진 것이다.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내 노량진1구역 역시 포스코이앤씨만 단독 입찰해 결국 수의계약을 논의중이다. 당초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경쟁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 입찰을 포기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역시 대우건설만 참여했고,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 재건축도 DL이앤씨만 참여해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착공이나 분양 감소는 향후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포함해 노후 계획도시에서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의 공공 기여(기부채납) 선택지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공공 기여란 재건축 과정에서 층수나 용적률(토지면적 대비 층별 건축면적 총합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조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노후 계획도시의 원활한 정비사업을 위한 공공 기여 다양화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준비 중이다. 1기 신도시 등에서 활용될 공공 기여금 산정방식을 세우고, 그 효과를 예측해 단지별로 재건축 계획에 참고할 수 있게 하는 취지다. 현재 1기 신도시에서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받게 되면 법적 용적률 상한의 최대 1.5배를 적용받는다. 늘어난 용적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새로 아파트를 짓는 땅에 공공 시설물을 짓거나 단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기부채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이런 방식에 반발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단지 안에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아파트를 지을 땅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임대주택을 짓는 기부채납도 일부 주민 사이에서 거부감을 드러내며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드시 임대주택이나 토지가 아니라 현금이나 분양 주택 등으로 공공 기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공공 기여 비율을 기존 15%에서 10%로 낮추고, 공공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엔 지자체가 사들이는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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