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폭탄 터졌다
주요 시중은행이 2021년 상반기에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첫 손실이 가시화됐다.
KB국민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가운데, 8일을 기점으로 3년 만기가 도래한 87억원어치 상품의 수익률이 -50.5%로 확정됐다. 원금 87억원 중 4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2021년 상반기에 가입된 상품이다. 상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어야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70%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홍콩 H지수는 3년 전인 2021년 상반기 1만2000포인트 선에서 움직였다. 그런데 9일 종가는 5449.76선까지 떨어졌다. 원금 손실의 기준이 되는 70% 선은커녕 반 토막 이상 떨어진 것이다.
국민은행은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이 판매한 H지수 ELS는 총 15조9000억원인데, 절반이 넘는 8조원을 국민은행이 팔았다. 이어 신한은행(2조4000억원), NH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순이다.
은행권에서 판매한 물량 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약 9조원이다. 월별 만기 도래액은 1월 8000억원을 시작으로 2월(1조4000억원), 3월(1억6000억원)을 거쳐 4월(2조6000억원)에 최고점을 기록한 뒤, 5월(1조3000억원)과 6월(1조5000억원)에는 다소 줄어든다. 내년 상반기 도래액은 총 9조2000억원이고, 하반기는 4조2000억원이다.
증권사들이 판매한 상품에서도 원금 손실도 확정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까지 미래에셋·NH투자·하나·KB증권 등 증권사 4곳이 판 상품에서 총 150억원 안팎의 손실액이 확정됐다. 원금 대비 손실률은 마이너스 48~50% 수준이다. 증권사 판매 물량은 3조4000억원가량으로, 은행의 5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H지수 ELS 가입자 절반이 고령층이라는 사실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1월 말 기준 13조5790억원이다. 이 중 6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된 것이 6조4541억원으로 47.5%였다.
60대 고객은 전체 연령대 중 홍콩H지수 연계 ELS를 가장 많이 보유(32.1%)하고 있었다. 그다음이 50대(30.8%), 40대(14.1%), 70대(13.8%), 30대(4.8%) 순이었다. 90대 이상 초고령자 비율은 0.1%로 낮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91억원으로 적지 않다.
금융 당국은 고객에게 ELS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가입을 권유하는 불완전 판매가 상당했을 것으로보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은행은 고객 손실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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