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곧 새 집 생긴다" 꿈에 부풀었던 송파 집주인이 절망한 이유

더 비비드 2024. 7. 22. 09:37
재건축 완화 규제, 40만 리모델링 가구만 쏙 빼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만 규제를 풀어줘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이다.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아파트 기본 골조는 남겨두고 내부와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정비 사업이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

지난 10일 정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에는 용적률 혜택을 주는 내용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고 행정관청의 승인(정비구역 지정)까지 받아야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할 수 있다. 안전진단 문턱을 못 넘으면 재건축 사업을 담당할 조직을 만들거나 행정관청에 사업 승인을 신청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 같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2027년까지 입주 30년 차가 도래하는 아파트 75만 가구, 재개발 지역 노후 주택 20만 가구 등 총 95만 가구가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사진=게티

이제는 재건축 추진위 설립을 먼저 하고, 이후 안전진단 신청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3년 정도 단축될 전망이다. 다만 중간에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해 통합 재건축 시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는 대안을 꺼냈다.

이 같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2027년까지 입주 30년 차가 도래하는 아파트 75만 가구, 재개발 지역 노후 주택 20만 가구 등 총 95만 가구가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이번 대책의 주요 수혜 지역으로 거론되는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와 30년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도봉·강서구 주민들 사이에선 기대감도 있다.

1월 10일 공급 대책 발표에서 리모델링 관련 내용은 없었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주택조합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

하지만 1·10 공급 대책 발표에서 리모델링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정부 발표 다음날인 11일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책은 주택 정책임에도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리모델링 활성화에 대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재건축은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리모델링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던 수평 증축 리모델링도 앞으로는 2차 안전진단까지 받도록 했다.

전국적으로 약 260개 단지, 40만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사진=게티

전국적으로 약 260개 단지, 40만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으로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 군포시 산본8단지는 2022년 7월 쌍용건설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쌍용건설이 포기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 리모델링 조합은 2022년 5월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가 없자 지난달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기존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라도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재건축 완화를 통한 공급 대책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재개발 노후 주택 비율 요건을 67%에서 60%로 낮춘 것, 전용면적 60㎡ 이하 신축 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향후 2년에 매수하면 취득세를 50% 감면하고 세금 계산시 주택 수에서도 제외하는 것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