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3100억원 걷어갔는데 15년째 제자리, 위례신도시에 벌어진 일

더 비비드 2024. 7. 22. 09:36
15년 밀린 위례신사선이 또?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위신선)이 공사비 인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2008년 착공한 위례신도시 주민을 위한 교통 대책이지만 아파트 입주 10년이 넘도록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서울시와 GS건설 컨소시엄 간에 본계약이 체결되며 정상 궤도에 진입할 것처럼 보였는데 고금리와 건설 원가 상승으로 또 다시 착공 지연이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위례신사선은 2008년 착공한 위례신도시 주민을 위한 교통 대책이지만 아파트 입주 10년이 넘도록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게티

위례신사선은 총 길이 14.8㎞, 총사업비 1조1597억원 규모 광역교통사업이다. 위신선이 개통되면 위례신도시에서 신사역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에서 20분 이내로 단축된다. 위신선 같은 교통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예산으로 지어야 한다. 다만 특정 지역 주민이 큰 혜택을 보는 경우에는 일부를 주민들이 부담한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이미 1가구당 약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을 위신선 건설 명목으로 분양가 납입 때 함께 냈다. 하지만 건설사의 사업 포기, 코로나로 인한 사업 연기 등으로 일정이 계속 미뤄져 왔다.

위신선은 삼성물산이 2005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당초 예정했던 구간이 단축되면서 2016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서울시는 입찰을 통해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했다. GS건설은 수주 당시 2015년 말 추정된 사업비 1조4000억원보다 약 3000억원 낮은 1조1597억원을 써냈고, 공사도 2022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당초 예정했던 구간이 단축되면서 2016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서울시는 입찰을 통해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했다. /시진=게티

지나치게 낮은 낙찰가는 걸림돌이 됐다. 고금리와 자재 가격 상승으로 급등한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위신선은 총 사업비의 50%를 정부가 보조한다. 2020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철도시설 건설공사비는 30.1% 올랐다. 위신선의 공사비도 2020년보다 2800억원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위신선을 포함해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공공사업들의 승인을 위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개최했다. 하지만 위신선 발주처인 서울시는 민투심에 위신선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민투심에 제출하는 사업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사업비가 담겨야 하는데, 시공·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과 공사비 인상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사진=게티

민투심에 제출하는 사업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사업비가 담겨야 하는데, 시공·사업자인 GS건설 컨소시엄과 공사비 인상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GS건설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기재부 측에 보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는 ‘실제 착공에 들어간 이후 인상분만 일부 지원해 주겠다’며 서울시에 사업계획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측에 “공사기간 중 공사비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7%포인트 이상 높으면 차액의 절반을 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공사비 3100억원을 분양을 통해 걷은 LH는 이자만으로도 지금까지 1000억원가량을 챙겼다. LH는 이미 정액으로 서울시와 계약한 만큼, 공사비를 추가로 지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2029년으로 예상됐던 개통 시점도 2030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게티

2029년으로 예상됐던 개통 시점도 2030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분양 때 위신선 비용을 지불한 주민들은 개통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LH와 SH는 총 3100억원의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을 토지 분양가에 포함시켰다. 당초 위례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건설사들은 위신선을 앞세워 주변 시세보다 수천만원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았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첫 삽도 못 뜨는 상황이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