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누구와 살까
은퇴는 부부가 인생 쉼표를 찍고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출발점입니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떠나고 나면 부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죠.
은퇴하면 누구랑 살지는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일본 핀웰연구소가 올해 초 60대 고령자 6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고, 삶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핀웰연구소 노지리사토시 대표에게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만드는 비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노지리 대표는 히토츠바시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메릴린치증권을 거쳐 피델리티운용 은퇴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한 금융통입니다. <노후 난민이 되지 않기 위한 자산 준비>, <자산 수명을 늘리는 현명한 기술> 등 은퇴와 관련된 책을 다수 펴낸 은퇴 준비 전도사입니다.
Q. 60대 은퇴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연초에 ‘60대 6000명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60대의 노후 생활에 대해 생활전반, 건강상태, 일의보람, 인간관계, 자산수준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고 ‘행복지수 오각형’을 만들었는데요. 오각형 모양을 보면 생활전반, 건강상태, 일의보람, 인간관계 등 4개 항목은 만족도 점수가 3점대로 중간 이상이었습니다. 일의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은퇴 생활을 즐기는 60대가 제법 많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유일하게 자산수준 항목은 만족도가 2점대로 낮았습니다.”
Q. 자산수준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요?
“2019년 일본에선 금융청이 ‘100세 시대에 노후 자금 2000만엔, 한화로 1억8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슈가 됐습니다. 그때 일반인들에게 ‘노후준비=2000만엔’이라는 숫자가 머릿 속에 각인된 것 같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2000만엔을 분기점으로 자산수준 만족도에 온도차가 컸는데요. 2000만엔 넘는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만족도가 낮았죠. 참고로 자산수준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1억엔, 한화로 약 9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면서 연소득 1800만원에서 3600만원이 발생하는 가정이었습니다.”
Q. 은퇴 후 누구랑 살 때 가장 행복한가요?
“은퇴 가족 유형을 독신, 부부, 독신+자녀, 독신+부모, 부부+자녀, 부부+부모 등으로 세분화해서 만족도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노후에 부부끼리 사는 가정의 만족도가 전 영역에 걸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배우자는 노년기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죠. 설문 응답자의 80%가 남성이었기에 결국 아내가 있는 은퇴 남성의 생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요. 단 자식이든 부모든 식구가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면 은퇴 부부끼리 살 때에 비해 삶의 만족도는 낮아졌습니다.”
Q.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인 그룹은요?
“일본엔 결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0대 1인가구 비중은 전체의 30.8%로, 약 514만명에 달합니다. 한국도 싱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60대 이후 독거노인은 전 영역에 걸쳐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입니다. 고령 독신자는 건강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아프기 쉽고,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서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독거노인이라도 부모 혹은 자녀와 함께 살면 행복 곡선이 우상향했습니다. 60대 이후에는 혼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Q.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살게 됐다면요?
“혼자 살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땐 지역 사회 혹은 지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외부와 교류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60대 독거노인이 재테크를 하고 있으면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단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산 운용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자신과 외부를 잇는 연결 고리를 갖고 소통했기 때문입니다.”
Q. 노후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뭔가요?
“내 자산이 일찍 소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죠. 퇴직한다고 해서 소비 수준이 ‘요이땅’하듯 바로 낮아지진 않기 때문입니다. 현역 시절에 넉넉한 생활을 했던 가정이 퇴직 이후에 바로 씀씀이를 줄이긴 어렵죠. 퇴직이 임박해 온다면, 생활비를 덜 써보려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통계를 보면 60대 후반 생활비는 50대 후반의 70% 정돕니다.
노후 생활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냐면요. 노후 생활비는 크게 근로수입, 연금수입, 자산수입 등 3가지로 충당해야 합니다. 퇴직 이후 재무 관리는 양쪽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핵심이죠. 만약 노후 생활비가 더 커진 상태가 장시간 지속된다면, 인생 종착역엔 노인 파산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은퇴 준비는 위 등식에 나온 4개 항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Q. 한국은 개인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요?
“품위 있는 노후는 현금 흐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도 개인이 보유하는 자산의 50% 이상이 토지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바로 1990년 전후 버블 경제 시기가 그랬다. 하지만 이후 토지 보유 비중은 현재 24% 정도까지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현금·예금 비중이 33%로 가장 높고, 보험이나 연금, 유가증권 등에도 골고루 분산되어 있죠.”
/이경은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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