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가난을 불러오는 3가지 원인
고령 세대의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더 팍팍해졌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생애주기적자’ 추이를 봐도, 61세에 시작된 적자 인생은 죽을 때까지 이어집니다.
적자 절벽에서 살아남지 못한 고령자들은 파산 법원으로 향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은 60세 이상이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파산 신청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최대 기록을 경신할 전망인데요.
현역 시절엔 잘 나가다가 나이 들어 가난해진 사람들에겐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요.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의 분석을 토대로 노후 파산 예비군의 특징 3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1. 은퇴했는데 생활 씀씀이 그대로
은퇴 부부가 도시에서 살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이달 초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설문을 진행했더니, 20~60대 남녀 응답자 1584명의 42%가 월 평균 300만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다음 많았던 응답은 월 평균 500만원으로, 전체의 30% 정도였죠. ‘월 700 이상 필요하다’는 응답자도 전체 응답자의 13%에 달했습니다. ***세번째 그림
사실 예상 노후 생활비가 30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소득이 이보다 많다면 자산 감소는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소득은 직장 다닐 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소득이 줄었는데 소비 습관을 바꾸지 못한다면, 통장 잔고는 금방 바닥나고 말죠.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득이 줄어들면 그에 맞춰 씀씀이도 줄여야 하지만 한 번 높아진 소비 수준은 낮아지기 힘들고 가족들 저항도 커서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은퇴가 임박했다면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덜 쓰고 불편하게 살면서 짐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전 예습하듯, 은퇴 전에 현재 생활비보다 적은 예산으로 생활하는 것을 시도해 보면 좋습니다. 실제 노인대국 일본에선 한 때 '버리는 즐거움'을 뜻하는 단샤리가 유행이었습니다.
2. 소파와 한몸 등 불량한 생활 습관
나이가 들면 돋보기, 보청기, 틀니, 지팡이, 약봉지가 일상이 됩니다. 문제는 질병으로 인해 파생되는 삶의 질 저하입니다. 특히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월 300만~400만원이 드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얼마나 오래 아플지, 간병비는 언제까지 나갈지, 이런 모든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된 일본에서도 병원 신세를 지는 노인들이 의료와 요양에 노후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간병파산’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노후에는 건강을 잘 지키기만 해도 흑자 인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부모 부양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본인 건강 관리인데요. 평소엔 잊기 쉽지만 치아 관리에도 힘써야 합니다. 치아가 부실하면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식욕 저하로 만성적 영양 불량 상태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죠.
3. 퇴직금으로 인생 역전에 베팅
노후 준비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흔 넘으면 힘 빠져서 돈 쓸 일도 별로 없을 텐데요.”
하지만 노년기에는 노부모 간병, 자녀 지원, 배우자 병환, 주택 수리 등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목돈 지출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런 돌발 상황에 대비하려면 통장이 필요합니다. ‘젊었을 때 모아둘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저축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지금 벌고 있는 소득은 20~30년 후에 소득이 없을 내 자신과 배우자가 쓸 소중한 씨앗입니다.
나중에 퇴직금을 받을 테니까 저축은 필요 없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겠다는 유혹도 생길 수 있지만, 성급히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하기 쉽습니다. 나이 들어서 투자에 실패하면 젊을 때처럼 패자부활전이 어렵습니다.
‘힘들게 번 퇴직금은 놀리지 마세요~’라고 접근하는 사람은 100%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퇴직금은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 형태로 받아야 절세 효과도 있어 유리하다. 노년기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S&P500 같은 글로벌 우량지수에 연동되는 대표 금융상품에 한정하고, 여행·취미 등에 쓰는 돈도 예산 내에서 쓰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황혼의 나이에 무조건적인 자녀 지원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다고 해서 계속 퍼주면 내 노후가 먼저 무너집니다.
/이경은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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