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10년 대세 하락 시작인가, 건설사들이 땅을 안 산다

더 비비드 2024. 7. 22. 09:36
‘벌 떼 입찰’은 옛말… 알짜 공공택지 잇따라 유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 중 사겠다는 시행사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용지 면적이 91만㎡”(약 28만평)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용지는 건설사가 낙찰받아 주로 아파트를 짓는 땅인데, 축구장 127개 면적에 달하는 용지 면적이 ‘미매각’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주택 공급을 위한 첫 단계인 택지 매각이 불발되면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한 첫 단계인 택지 매각이 불발되면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지가 유찰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엔 ‘알짜’로 분류되는 곳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경기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C-1블록 4만1488㎡(약 1만2550평) 부지에 대한 입찰이 마감됐다. 이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로, 공급가는 2479억원(3.3㎡당 1975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고양창릉 지구는 3기 신도시 중 서울과 비교적 가깝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과 연결되는 고양선 신설 계획도 있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알짜 부지’로 꼽혔다. 입찰 후 추첨을 통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달 매각 공고 때도 입찰자가 없었는데, 또다시 유찰된 것이다.

공공택지는 과거 일부 건설사들이 편법으로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입찰’에 나설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사진=게티

공공택지는 과거 일부 건설사들이 편법으로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입찰’에 나설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민간택지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인허가 지연 등의 위험이 적어 낙찰받은 건설사 입장에선 ‘로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인근에 있는 8264㎡(약 2500평) 규모 부지가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여의도에서 공급되는 대규모 주택 용지는 2018년 매각된 옛 MBC 부지 이후 처음인데,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 뿐만이 아니다. LH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매각되지 못한 공동주택용지는 전국 28개 필지, 총 91만3020㎡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 있는 인천영종A13, 화성동탄2 B-14, 김포한강 BC-02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 270만 가구 공급 목표 중 3분의 1인 88만 가구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물량이다. /사진=게티

그러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과 건축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공공택지마저 외면을 받는 것이다.

LH는 지역본부별로 ‘토지 리턴제(계약금 몰수 없이 계약 해지 가능)’와 최장 18개월 거치식 할부 판매, 최대 5년 이내 무이자 할부 판매, 공급가 조정 등의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급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 270만 가구 공급 목표 중 3분의 1인 88만 가구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물량이기 때문이다. 택지 분양가를 낮추는 데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