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갭투자 매물 쏟아져, 10년 만 최다
과도한 빚으로 집을 매입한 ‘영끌족’이 소유한 물건이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2년 넘게 지속된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경매로 넘겨진 물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영끌족 상당수가 자금력이 떨어지고 신용도가 낮은 20~30대여서 우려가 나온다.
5일 법원 등기 정보 광장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에서 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은 3887건으로 2014년 4월(4609건) 이후 9년 8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다를 기록했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바로 집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20~30대는 2019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지금이 제일 싸다,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패닉바잉 심리가 퍼지면서 무리하게 빚을 낸 것이다.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율은 2010년대 말까지만 해도 20%대 중후반이었지만, 2020년 하반기 40.2%까지 급증했다.
당시만 해도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3%대로 낮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2022년 초부터 금리가 급등하면서 변동 금리 주택 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20~30대가 한 달 이자만 100만원이 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는 경우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경매 물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택 담보대출은 원금을 제외하고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이 3년인 경우가 많다. 영끌족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2019년 하반기부터라서 거치 기간 만료가 계속 돌아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못 버틴 영끌족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01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의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떨어지고 있었다. 2017~2018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있는 상태에서 연초 송파구에서 9510가구의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된 영향이었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었다. 강화된 재개발·재건축 규제 때문에 서울 아파트 공급은 곧 부족해졌고, 2019년 하반기 들어 집값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해 연말 정부는 ‘12·16 대책’을 통해 9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의 대출 한도를 줄였고 이듬해 6·7월엔 고강도 규제를 총망라한 종합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자 이번엔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다. 20~30대 사이 패닉바잉이 확산된 계기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시중에 자금이 대거 풀렸고, 그해 8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셋값까지 급등하면서 ‘영끌 투자’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20~30대가 매수에 나서면서 서울에 이어 경기도, 지방 광역시, 중소 도시에 이르기까지 집값 상승세가 퍼졌고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값은 20.18%(KB국민은행 기준) 급등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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