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통장에 1억원 넘게 갖고 있다" 70대 중 얼마나 되나 봤더니

더 비비드 2024. 7. 20. 11:31
70대 저축액 얼마나 있어야 하나

70대가 되면 근로 활동을 접고 ‘완전은퇴’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소득이 끊기는 70대의 삶은 현역 때 얼마나 통장 관리를 잘 해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젊었을 때부터 노후 준비를 체계적으로 했으면 편안한 70대를 보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쓴맛만 보게 됩니다. 말년에 나의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주는 것은 부동산보다는 현금흐름입니다.

그렇다면 70대에는 저축액이 얼마 정도 있어야 평균일까요. 한 언론사가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와 함께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70대 가구의 금융자산 현황을 분석해 봤습니다.

70대 가구의 금융자산 현황을 분석해 봤습니다. /사진=게티

◇韓 70代 64% “저축 3000만원 미만”

한국 고령세대의 부동산 편식은 주요국 중 압도적 1위입니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를 넘습니다. 미국(28%)의 두 배가 넘고 일본(38%)보다도 훨씬 높죠. 방 한 칸에서 시작해 평수를 넓혀가면서 자산을 증식하는 구조였기에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중산층이 된 가정일수록 부동산 의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에 자산이 쏠려있는 노년 가정은 ‘돈맥경화’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당장 생활비가 모자라니 자녀에게 손벌리기 일쑤죠. 부모와 자녀 모두 괴롭습니다.

통계청 자료에는 ‘집 한 채가 전재산’이라는 70대의 냉혹한 현실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70대 고령가구의 42%는 저축액이 100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저축액이 1000만~3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22.3%였죠. 10가구 중 6가구는 저축액이 3000만원 미만인 셈입니다. 저축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는 12.3%에 불과했습니다.

통계청 고령자 통계(2022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은 4억5364만원에 달합니다. /사진=게티

물론 금융자산이 1000만원이라고 해서 전재산이 1000만원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동산을 포함한다면 수억원대 자산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고령자 통계(2022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은 4억5364만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안 팔리는 지역의 땅과 빌라는 세금 빨대일 뿐입니다. 정보현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데 노후 생활비를 금융 포트폴리오로 준비하기 때문”이라며 “저성장·고령화라는 거대한 사회 트렌드를 고려한다면, 부동산 투자는 자본차익보다는 현금흐름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日 70代 46% “저축 1000만엔 이상”

일본은 한국처럼 부동산 사랑이 극심하지 않습니다. /사진=게티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한국처럼 부동산 사랑이 극심하지 않습니다. “집이 알아서 우리집 재산을 증식해 줬어요”라고 말하면 화들짝 놀랍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겪어온 일본 고령자들은 현금을 더 선호합니다. 이런 경향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2021년 기준 일본 전체 금융자산의 57.3%(626조엔)를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70대는 젊었을 때부터 금융자산을 축적해 왔습니다. 일본 금융홍보중앙위원회에 따르면, 70대 가구의 46%는 저축 금액이 1000만엔(약 9000만원) 이상입니다. 100만엔 미만인 가구 비중도 25%에 달해 높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1000만엔이 넘게 저축을 보유한 고령가구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현금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70대는 한국 은퇴자들만큼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생계 고민이 크진 않습니다. /사진=게티

현금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70대는 한국 은퇴자들만큼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생계 고민이 크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데에 더 관심을 갖는 편입니다. 건강만 허락된다면 밖에 나가서 일을 해서 사회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다양한 지역 모임에 참여해 활동하고, 은퇴 후 나만의 취미를 찾는 데에도 열심입니다.

그런데 70대의 평균 저축액 분포를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일본 사회의 잔인한 ‘저축 격차’가 드러납니다. 3000만엔(약 2억7000만원) 이상 보유한 70대 가구는 전체의 18%에 달했는데, 아예 통장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무저축 고령가구 역시 전체의 18%에 달했습니다.

참고로 노후에 금융자산을 보유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일본 고령자들은 은퇴 생활비 확보(80%),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 대비(54%), 여행·레저용 자금(18%), 통장에 현금이 있어야 안심된다(15%) 등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경은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