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은퇴자금 영끌해 '지산' 투자하고 3년 만에 벌어진 일

더 비비드 2024. 7. 20. 11:32
한때 틈새 인기 투자처 지산(지식산업센터) 위기

한때 투자 광풍이 불던 수도권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대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한 건물 안에 IT벤처 등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3층 이상의 집합 건축물로, 200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렸다. 2010년대 들어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대기업 계열사 등이 대거 입주하면서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지식산업센터 대표 업종인 IT 경기도 침체되면서 임차 기업을 구하기 어려워지며 투자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한때 투자 광풍이 불던 수도권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대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게티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입주 4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의중앙선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 신설 등 교통 호재가 많아 2021년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된 것과는 전혀 딴판인 분위기다. 임차 업체를 구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계약금 10%를 포기하며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던지고 있다.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건축 예정인 곳을 포함해 1167곳이던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지난달 말 기준 1520곳으로 350곳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77%에 달하는 1169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입지 규제가 거의 없다. 일반 공장의 경우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는다는 이유로 매년 공장 건축 면적을 총량으로 설정해 이를 초과하는 공장의 신축이나 증축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식산업센터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원래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공업·준공업 지역뿐만 아니라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도 지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와 다양한 세제 혜택은 지식산업센터를 틈새 투자처로 만들었다. 분양가 70~80%까지 융자가 가능해 자기자본 20~30%만으로 구입이 가능했다.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아 5년간 직접 입주해 활용하면 작년까지 취득세 50%, 재산세 37.5%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와 다양한 세제 혜택은 지식산업센터를 틈새 투자처로 만들었다. /사진=게티

하지만 오피스와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입지에 따라 입주 가능한 지원 시설 종류와 건축 면적 한도가 결정돼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어서, 양도나 임대가 쉽지 않다. 또 단독 소유가 대부분인 오피스와는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집합 건물이라 호실별로 소유주가 다르다. 그래서 대규모 임차 수요가 활발하지 못하다.

이런 탓에 지식산업센터가 과잉 공급되면서 상가 공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식산업센터 전체 연면적의 30%까지 지원 시설(상가)을 조성할 수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매물은 4558개로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했다.

현재 전국에서 건축 중이거나 착공 대기 중인 지식산업센터도 392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식산업센터가 미분양 아파트 못지 않은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