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브랜드도 아닌데, 용산에서 16억 84㎡ 아파트 분양한 결과

더 비비드 2024. 7. 19. 10:13
힘 실리는 집값 바닥론

최근 전국 아파트 값이 1년 반 만에 상승 전환하고, 고분양가 논란이 돼 주요 아파트 단지가 청약 흥행에 성공하면서  ‘집값 바닥론’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흥행에 실패했던 아파트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매달 늘어나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가격을 넘어서는 신고가 거래도 늘고 있다.

◇고분양가에도 청약 흥행, 미분양 물량도 소진

용산의 호반써밋 에이디션 홍보영상 캡처

지난 24일 진행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호반써밋 에이디션’ 아파트 25가구 특별공급에 2251명이 몰려 9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에 달해 전용면적 84㎡가 16억원을 넘는데도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용산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함께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무주택 실수요자가 대거 몰린 결과다.

작년 9월 분양을 시작해 올 1분기까지만 해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는 최근 일부 소형 평형을 제외하고는 계약이 마무리됐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시작 때와 비교해 주변 집값이 많이 회복됐고, 이후 분양된 다른 아파트들이 높은 공사비 때문에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하면서 5월부터 분양권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용산의 호반써밋 에이디션 홍보영상 캡처

◇늘어나는 주택 거래량

전국 아파트 값이 1년 반 만에 상승 전환한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선 2021년 고점 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4㎡는 지난달 4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2021년 9월(42억원)보다 6억5000만원 높고 직전 실거래가인 4월 44억5000만원 대비 4억원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6차’ 전용 144㎡는 이달 51억2000만원에 거래돼 5월 거래(46억원)와 비교해 5억원 넘게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 역시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5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권이 이끌던 아파트 값 반등세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 위치한 ‘텐즈힐 1단지’ 전용 148㎡는 지난달 2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한 달 전 거래(18억5000만원)와 비교해 3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대우트럼프월드 3차’ 전용 173 ㎡는 2021년 2월 거래 가격(26억원)보다 9억원 높은 35억원에 지난달 팔렸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4일 기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792건이었다. 4월(3185건)과 5월(3422건)에 이어 3개월 연속 3000건을 넘었다. 6월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 8월(4065건) 이후 2년 만에 4000건 돌파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값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7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07% 오르며 2021년 12월 둘째 주(0.0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전국 아파트 값도 0.02% 올라 작년 1월 넷째 주(0.02%) 이후 1년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공사비 급증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청약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기존 주택 거래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52.4대1로, 작년 하반기(6.6대1)와 비교해 대폭 상승했다.

/더비비드

◇부동산 전망은 긍정…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분위기 팽배

그동안 아파트 분양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주택 사업자들의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선호 지역과 단지의 급매물이 소진되면 거래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예상이 다수였지만, 거래량이 꾸준히 늘면서 집값 바닥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 사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11.3포인트 오른 102.7을 기록해 작년 5월(102.9) 이후 14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주택 사업자 입장에서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분양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응답이 ‘부정적’ 전망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은 지난달 대비 10.3포인트 상승한 116.2를 기록했고, 인천(92.0)과 경기(100.0)도 전월보다 상승했다.

주택 시장의 남은 최대 변수는 대출 금리 움직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 안팎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로이터 통신이 이달 106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모두 7월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중 7월 이후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 이들은 18% 수준에 그쳤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진정세도 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경기 침체 우려를 안고 더 강력한 금리 인상을 펼칠 명분도 흐려졌다. 하지만 당장 금리 인하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고용과 소비가 여전히 견조해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