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줄줄이 실적 부진, 하지만 증시에 벌어지는 뜻밖의 현상

낮아진 실적 눈높이

2분기(4~6월)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파벳의 경우 주당 순이익(EPS)을 1.44달러로 발표해, 시장 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전망 1.34달러 보다 높았습니다. 유뷰트 광고 매출은 76억7000만 달러로 역시 월가 전망 74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플리커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당 순이익이 2.69달러로 월가 전망 2.55달러보다 높았습니다. 메타의 주당 순이익도 2.98달러로 월가 전망 2.91달러보다 높았습니다. 모두 '어닝서프라즈'인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그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던 상태입니다. 즉 눈높이가 한없이 낮았던 상태에서 그나마 이것 보다는 나은 실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죠.

고금리와 인플레로 인한 비용 증가가 기업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2분기 S&P500 기업들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실적(주당순이익 기준)이 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2020년 2분기(-31.6%) 이후 가장 크게 실적이 감소하는 것입니다. 앞서 7.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예상보다 헬스케어 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게 나오면서 눈높이는 더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S&P500기업들의 전년 대비 실적은 작년 4분기 -4.6%, 올해 1분기 -2.0%를 기록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월가에서는 2분기 연속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어닝 리세션(earning recession)’이라고 부릅니다. 이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3분기 연속 실적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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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실적 눈높이가 낮아져 있는 만큼, 어닝 서프라이즈는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S&P500 기업들 18%가 실적을 발표한 것까지 팩트세트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75%. 이는 5년 평균인 77%보다는 낮지만, 10년 평균인 73%보다는 높은 것입니다.

기업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보다 평균 6.4% 높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역시 5년 평균인 8.4%보다는 낮지만, 10년 평균인 6.4%와 같은 수준입니다.

주목할만한 것은 매출이 안 좋은 모습입니다. 그간 인플레로 인해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매출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엔 S&P500 기업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로 0.3%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 3월(-1.1%)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가격 결정력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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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는 아주 안 좋은 실적이지만 주가는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입니다.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 1월 S&P500은 3900대였고, 월가 전략가들의 S&P500 전망 평균은 4050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전략가들의 S&P500 전망은 평균 4245로 올랐는데, 최근 S&P500 지수는 4500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실적의 바닥이 가깝다는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실적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에 더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지면서 올해 상반기에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던 것입니다.

팩트세트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와 4분기에 S&P500 기업들의 실적이 각각 0.1%, 7.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분기가 실적 바닥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전체로는 실적이 0.1% 증가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실적은 다시 악화의 길을 걸을 수도 있어서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방현철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