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강서구 37㎡ 아파트 "집값 내렸는데 재산세는 더 내래요"

더 비비드 2024. 7. 19. 09:34
공시가 하락했는데 재산세 더 낸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 등에 따라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부동산 공시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부동산을 보유할 때 납부하는 세금에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종합소득세가 있다.

공시가격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공시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실제 주택 주요자들이 받아든 세금 고지서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재산세는 이전보다 더 늘었다는 소리도 나온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다.

◇공시지가 내렸는데 재산세 오른 ‘착시 효과’

공시가는 떨어졌는데 재산세는 올랐다는 주택 보유자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 /'블라인드' 캡처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최모씨는 이번 7월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전용면적 37㎡)의 올해 공시가격이 3억3000만원으로 전년(4억1100만원)보다 19.7% 내렸는데, 부과된 재산세는 40만6000원으로 전년(36만9000원)보다 1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공시가격 내렸는데 재산세는 왜 올랐는지 모르겠다, 구청에 문의하려 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실제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를 중심으로 전년보다 재산세가 늘어난 가구가 일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1주택자의 올해 재산세 증가 가구를 추정한 결과, 전체 1008만 가구의 11.6%인 117만 가구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고령 납세자를 배려해 이번부터 '큰 글씨 고지서'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이는 지난 2020~2021년 부동산 급등기에 냈어야 할 재산세 폭탄이 ‘세 부담 상한제’로 인해 이연되면서 생긴 착시현상이다. 정부는 주택 보유세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세금의 상한을 정하고 있다.

재산세의 경우 세 부담 상한 비율은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전년 대비 5%, 6억원 이하는 10%, 6억원 초과는 30%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2021~2022년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급등했지만 6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사람이 실제 내는 재산세는 매년 최대 10%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다 올해는 공시가격은 하락했지만 산출 세액이 세 부담 상한액보다 적거나 비슷해지면서 재산세가 전년보다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종부세는 작년보다 줄어들 것

/더비비드

기획재정부가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인 6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구하기 위해 주택의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대폭 내려갔기 때문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 세 부담을 더는 효과가 생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95%까지 올라 ‘세금 폭탄’의 원인이 됐다. 그러다 지난해 ‘부동산세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60%로 대폭 인하됐다. 올해는 세수 부족 우려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종부세를 내던 주택 보유자는 올해 세금 걱정을 크게 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자료에 따르면, 시세 13억원인 서울 강동구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아파트(전용면적 84.74m²)를 가진 1주택자는 작년 30만원정도 냈던 종부세를 올해는 안 낸다.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작년 12월 개정된 법에 따라 종부세율이 0.6~3%에서 0.5~2.7%로 내려간 이유도 있지만, 줄어든 공시가격도 영향을 미친것이다.

정부 정책 발표 전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올린다는 예측도 있었다. 만약 80%로 실행됐다면 고가 주택 소유자는 올해 수백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6억원짜리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112.96m²)를 보유한 1주택자가 더 내야 할 종부세는 556만원이었다. 35억원짜리 반포자이 아파트(84m²) 종부세는 약 190만원 늘어날 수도 있었다. 정부 안팎과 세무업계에서는 올해 종부세수가 작년보다 2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