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순간

세계 100위권 테니스 선수가 대회 우승해서 받는 현실 상금

더 비비드 2024. 7. 16. 10:08
테니스 국가대표 남지성 선수의 '왓츠인마이백'

사회초년생 영지 기자의 취재 기록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아봤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아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 경험이 자신의 색을 찾는 데 도움이 됐는지 물었습니다. 브이로그 인터뷰 시리즈 ‘인터뷰로그’를 게재합니다. 인터뷰로그 8화에선 한국 테니스 국가대표 남지성 선수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한국 테니스 국가대표 남지성 선수에게 직업으로서 '운동선수'의 삶은 어떤지 들었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한국 테니스 국가대표 남지성 선수를 만났습니다. 남 선수는 송민규 선수와 함께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강 남성 복식조로 꼽히는데요. 인터넷 검색 결과에 정리된 남 선수의 이력을 보며 그 행간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미리 조사한 내용에 대해 얼마나 맞고 얼마나 틀린지 물으며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의 삶을 가늠해봤습니다. 남 선수의 가방을 열어 실제로 사용하는 테니스용품과 애정템도 확인해 봤습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

영지) 지난 9월 테니스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데이비스컵’에 남자 복식 국가대표로 참가하셨죠. 우리나라 대표님의 데이비스컵 파이널 본선 진출이 15년 만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지성) “저를 포함한 모든 대표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였어요. 세계랭킹으로 보나 역대 전적으로 보나 우리나라가 열세였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태극기를 달고 나선 자리니만큼 절대 쉽게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세르비아와의 복식 경기에서 1승을 거뒀어요. 조별 예선에선 탈락했지만 우리나라 데이비스컵 복식 첫 승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영광스러운 자리였죠.”

선수는 지난 9월 데이비스컵에 한국 남자복식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영지) 자료화면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대표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 보이더군요. 저도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훈련한 대로만,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나오자’는 심정으로 뛰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가 잘 풀렸고 끝난 뒤에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성) “네,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라커룸에서 선수들끼리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자’고 계속 말하면서 서로 격려했습니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그 목표만큼은 이뤘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고도 웃을 수 있었죠.”

◇테니스 선수라는 ‘직업’

1년에 4번 열리는 그랜드슬램은 테니스 대회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대회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영지) 테니스 대회마다 그랜드슬램, 챌린저 같은 이름이 붙던데 대회마다 어떻게 다른가요?

지성) “세계랭킹 순위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의 등급이 다릅니다. 가장 아래에 있는 ‘퓨처스’는 최고 300위권의 선수들이 출전하고 우승상금은 200만~300만원 선입니다. 호텔·항공권 같은 비용은 선수 개인이 부담해야 하죠.

‘챌린저’부터는 호텔이 제공되고 상금은 700만~1000만원까지입니다. 100~200위권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습니다.

그 위로 ‘투어’와 ‘그랜드 슬램’이 있는데요. 호텔은 물론이고 공항 픽업 차량도 제공됩니다. 그랜드슬램은 단식 우승 상금이 30억원입니다. 1년에 4차례 열리는데 그 대회에서 다 우승한다면 120억원을 받는 것이죠. 대회 등급에 따라 상금과 대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근성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상금 얘기를 듣다 보니 테니스 선수는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졌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영지) 상금 얘기를 듣다 보니 테니스 선수로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한데요. 대회 상금이 사실상 수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성) “주 수입원은 상금이 맞습니다. 저는 세종시청 소속으로 계약금과 연봉도 받고 있죠. 해외에 투어를 다니거나 전지훈련을 가면 비행기부터 호텔, 식비 등에 드는 돈이 만만찮습니다. 미국에서 한 달 만에 1000만원까지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 비용은 모두 제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지출하고 있어요. 수입이 생길 때마다 다음 시즌에 재투자하는 셈이죠.”

재능 없는 국가대표

영지) 11살이던 2003년부터 아버지를 따라 테니스를 치게 됐다고요. 그때부터 테니스에 재능이 있었나요?

지성) “아뇨. 전 지금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잔머리로 승부를 보는 편이죠.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리’를 파고들었어요. 발리는 타이밍 싸움입니다. 단 몇 걸음 때문에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하죠. 잔머리 좋은 저에게 딱이었어요.”

남지성 선수는 공이 코트에 떨어지기 전에 받아 넘기는 발리(volley)로 유명하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영지) 그렇게 재미를 찾아가다가도 힘든 슬럼프가 오기도 했겠죠?

지성) “20살이 되고 해외 투어를 다닐 때 첫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버거운데 경기만 했다 하면 지고 오니까 아침에 눈 뜨는 게 싫을 정도였죠. 그때 만약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테니스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개인 종목의 특성상 스스로 토닥이면서 다시 일어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영지)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는 순간이 있다면요.

지성) “2014년 아시안 게임에서 정현 선수와 임용규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자괴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당시 윤용일 코치님께서 정현 선수 자리에 저를 먼저 염두에 두셨어요. 하지만 소위 ‘폼’이라고 말하는 운동 컨디션이 따라주질 않았죠.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면서 낙담해 있었는데 윤 코치님이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해져야 한다’며 위로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제 좌우명은 ‘외유내강’이 됐습니다.”

영지) 인터넷 기사와 나무위키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앞으로 ‘이런 내용이 실렸으면 좋겠다’ 싶은 문구나 이야기가 있을까요?

지성) “‘모든 선수에게 인정받는 선수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 후배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제가 가진 노하우를 알려주다 보니 어쩌면 ‘선수’보다 ‘코치’가 더 적성에 맞겠다 싶더군요. ‘아무개 선수를 키워낸 코치’로 기록돼도 의미가 있겠네요.”

◇왓츠인마이백 남지성 선수편

물건을 하나씩 꺼내 소개하는 남 선수의 손에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인터뷰로그 8화 남지성 선수편 캡처

영지) 요즘 테니스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주변에도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사람이 많아요. 테니스 동호인들이 가장 궁금해할 법한 것이 바로 선수의 가방이 아닐까요? 남 선수의 가방 속엔 어떤 물건이 들어있나요?

지성) “평소에 쓰는 가방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먼저 라켓 4자루가 있어요. 언제 어떻게 라켓에 문제가 생길 지 모르기 때문에 여분을 꼭 챙겨 다니죠. 선크림도 필수 아이템입니다. 얇게 발리는 느낌이 좋아서 몇 년째 같은 브랜드를 쓰고 있어요. 최근에 도핑 테스트했던 결과지도 있네요.”

영지) 운동선수들은 도핑 테스트 때문에 감기에 걸려도 약을 못 먹는다던데, 정말인가요?

지성) “웬만한 약은 다 못 먹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 아플 땐 도핑 사이트에 성분을 하나하나 다 검색해서 먹어요. 대신 평소에 물에 타 마시는 아미노산, 운동 후에 근육 회복을 도와주는 리커버리 프로틴 같은 보조제를 열심히 챙겨 먹습니다.”

/이영지 에디터